[미디어펜=이동건 기자] 김도인 본부장이 김미화에게 사퇴를 종용했다는 주장은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했다.

김도인 MBC 편성제작본부장은 13일 오후 MBC 사내 게시판을 통해 장문의 글을 게재했다.

언론노조는 지난 11일 발행된 총파업 특보를 통해 2011년 4월 15일 김도인 당시 라디오편성기획부장이 '세계는 그리고 우리는'의 진행자 김미화씨에게 "이번에는 어려울 것 같다"며 하차를 종용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에 대해 김도인 본부장은 사실무근이라며 "2011년 2월 부임한 이우용 라디오본부장은 라디오부장단회의에서 '세계는 그리고 우리는'의 MC였던 김미화씨를 교체하겠다고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고 전했다.

당시 이우용 본부장이 MC 교체를 거론한 이유로는 김미화가 KBS 블랙리스트 사건과 관련해 유감표명을 했다는 것, 연예가중계 작가와의 대화 내용을 몰래 녹음한 뒤 이를 편집해 경찰에 제출함으로써 시사 프로그램 진행자로서의 품위를 손상시켰다는 것, 민노총 주도의 촛불집회에서 연설해 공정성을 상실했다는 것이다.

김도인 본부장은 "안타까운 마음에 김미화씨를 만나 다른 프로그램의 이동은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이 날이 2011년 4월 5일"이라며 "이미 3월에 이우용 본부장이 김미화씨 MC 교체건을 보직 부장들에게 몇 차례 얘기했고 평PD협의회에도 선언했는데, 무슨 이유로 4월 5일에 제가 하차를 다시 종용했겠냐"고 억울함을 토로했다. 다음은 MBC 사내 게시판에 올라온 김도인 본부장의 입장문 전문이다.


   
▲ 사진=MBC


제가 김미화씨에게 사퇴를 종용했다구요?

노조는 2017년 9월 11일 발행된 총파업 특보에서 2011년 4월 15일 김도인 당시 라디오편성기획부장이 '세계는 그리고 우리는'의 진행자 김미화씨에게 "이번에는 어려울 것 같다"고 하차를 종용했다고 주장하였습니다.

우선, 날짜부터 정정하겠습니다. 제가 김미화씨를 만난 것은 4월 15일이 아니라 4월 5일, 
여의도 MBC 7층 라디오 휴게실이었습니다.

2011년 2월 부임한 이우용 라디오본부장은 라디오부장단회의에서 '세계는 그리고 우리는'의 MC였던 김미화씨를 교체하겠다고 여러 차례 밝힌 바 있습니다. 라디오본부 평PD협의회가 3월 29일 성명서에서 "부장단 회의에서는 이미 시사프로그램 진행자 교체가 거론되고 있다고도 한다"라고 언급했듯이, 평PD들 역시 MC 교체 가능성을 알고 있었습니다.

성명서가 발표된 다음날로 기억합니다. 평PD협의회의 안재주 PD와 이우용 본부장, 그리고 저를 포함한 3인이 점심식사를 함께한 자리에서 안재주 PD는 이우용 본부장에게 "김미화씨 이번 개편에는 그냥 가면 안돼요?"라고 물었습니다. 그러자 이우용 본부장은 이번 개편 때 반드시 교체하겠다며 그 이유로 다음의 세 가지를 들었습니다. 

첫째, 김미화씨가 KBS 블랙리스트 사건과 관련해 유감표명을 한 것.
둘째, 연예가중계 작가와의 대화내용을 몰래 녹음한 뒤 이를 편집해 경찰에 제출함으로써 시사 프로그램 진행자로서의 품위를 손상시킨 것, 
셋째, 민노총 주도의 촛불집회에서 연설해 공정성을 상실한 것.

부장단 회의에서 김미화씨 교체 이야기가 나올 때까지만 해도 반신반의했지만, 본부장이 평PD협의회 대표격인 안재주PD에게 교체 사유까지 명시하는 것을 들으며 사태가 심상치 않음을 직감했습니다.

사실 MC 교체는 라디오편성기획부장이 아닌 제작1부장의 소관이었습니다. 하지만 '세계는 그리고 우리는'의 두번째 PD로서, 그리고 담당부장인 제작1부장으로서 몇 년간 같이 일한 입장에서 안타까운 마음에 김미화씨를 만나, 이렇게 얘기했습니다. 

"이우용 본부장이 김미화씨가 KBS 연예가중계 작가와의 대화내용을 녹취, 편집하고 경찰에 제출한 것에 대해 시사 프로그램의 진행자로서 결격사유가 된다고 하며 반드시 MC 교체를 하겠다고 한다. 혹시 다른 프로그램으로의 이동은 어떻겠느냐. 만일 김미화씨가 생각이 있다면 내가 적극 나서 보겠다. 현재 표준FM의 오후 시간대에 젊은 청취층이 유입되지 않고 있어 젊은 PD들이 불만이 많다. '두시 만세' 같은 프로그램이면 너무 튀겠지만, 시사 꽁트로의 변신은 생각해 볼 수 있지 않겠느냐? (CBS 노정렬의 사례도 있으니...)"라며 다른 프로그램으로의 이동을 차선책으로 제시했습니다. 이 날이 2011년 4월 5일입니다.

대화를 나눈 다음날인 4월 6일에 저는 단기연수를 떠나게 되어 있었는데, 오전 10시 13분 김미화씨에게서 이렇게 문자가 왔습니다.

"선생님 말씀 깊이 고민해봤는데요. 선생님 마음은 감사하지만 다른 프로그램으로 가는 건 어렵겠습니다." 

그리고는 4월 9일 (토) 새벽 1시 13분에 온 김미화씨에게 온 문자입니다.

"선생님 주말에 오신다하여 지금 문자드립니다. 죄송하게도 선생님께서 절 위해 말해주신 고마운 마음이 제 불찰로 젊은 피디들에게 이야기한 순간 언론에 이슈가 되고 안 계신데 일이 커져 버렸습니다. 선생님께서 편성부장이신 줄도 이야기하다 알게 되었습니다. 누를 끼쳐 죄송합니다." 

이미 3월에 이우용 본부장이 김미화씨 MC교체건을 보직 부장들에게 몇 차례얘기했고, 평PD협의회에도 선언했는데, 무슨 이유로 4월 5일에 제가 하차를 다시 종용했겠습니까?


김도인 본부장 / 편성제작본부
2017-09-13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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