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거스 히딩크(71) 감독은 역시 한국 축구의 영웅이고, 누구보다 한국 축구를 사랑하는 인물이었다. 

2002 월드컵 신화의 주역인 히딩크 감독은 최근 본의였든 아니든 논란의 중심이 됐다. 그가 한국 축구대표팀을 다시 맡아 러시아 월드컵을 이끌고 싶어 한다는 얘기가 전해졌기 때문이다.

지난 6일 한국 축구대표팀이 천신만고 끝에 러시아월드컵행 티켓을 획득, 9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에 성공했다. 그 날, 히딩크 재단 관계자의 말을 통해 히딩크 감독이 슈틸리케 전 감독의 사임으로 대표팀 감독이 공석일 때부터 한국대표팀을 다시 맡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는 보도가 나왔다.

   
▲ 사진=연합뉴스


축구팬들 사이에 히딩크 대표팀 감독 복귀설이 들불처럼 퍼져나갔다. 월드컵 예선 과정에서 대표팀 경기력에 워낙 실망한 축구팬들은 히딩크 감독을 하루빨리 복귀시키라는 한결같은 여론을 형성했고, 히딩크의 뜻을 외면한 셈이 된 축구협회를 향한 거센 비난이 쏟아졌다. 축구협회는 히딩크 복귀설은 '금시초문'이라고 했고, 신태용 감독 체제로 러시아 월드컵을 치르겠다고 해 비난의 불길에 기름을 부었다.

한 가지, 히딩크 감독이 직접 대표팀 감독 복귀 의사를 밝혔는지 확인이 되지 않은 것이 논란으로 남았다. 히딩크 감독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도 궁금했다.

결국 히딩크 감독이 직접 입을 열었다. 14일 네덜란드에서 한국 취재진을 만나 기자회견을 갖고 "한국 국민이 나를 원하고 필요로 한다면 어떤 형태로든 한국 축구를 위해 기여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세계적 명장 반열에 오른 히딩크 감독은 꼭 한국대표팀이 아니더라도 오라는 곳이 많다. 대표팀, 유수의 클럽에서 감독 제의가 있었지만 사양하던 그가 스스로 한국축구를 위해 기여하겠다고 했다. 히딩크의 한국 축구 사랑은 이렇게 크다.

2002 월드컵 당시, 한국이 예선리그를 통과해 16강 토너먼트에 올라갔을 때 히딩크 감독은 말했다. "아직도 배가 고프다"고. 그렇게 대표선수들과 붉은악마들에게 새로운 목표의식과 도전의식을 불어넣었던 히딩크 감독은 8강을 넘어 4강이라는, 다시 이루기 힘든 한국 축구의 기적을 일궈냈다.

15년 세월이 흐른 지금, 히딩크 감독은 다시 한국축구를 위해 기여하겠다는 발언을 했다. 히딩크니까, 다시 한 번 감동이다.

하지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있다. 세월 탓일까. 히딩크 감독의 화법에 변화가 느껴진다. 한국 축구를 위해 "감독이든 기술자문이든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으면 할 용의가 있다"는 표현을 쓴 것이 아쉽다.

히딩크 감독이 "배가 고프다(더 이기고 싶고, 더 높은 곳으로 오르고 싶다)"처럼 좀 더 구체적으로 말을 했으면 어땠을까.

히딩크 감독이 기자회견에서 "다시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을 맡고 싶다"고 직접 말하기를 바랐다. 어렵게 대표팀을 떠맡아 짧은 기간이나마 월드컵 본선 진출을 위해 마음고생이 심했던 신태용 감독에겐 다소 미안하지만, 히딩크 감독이 다시 한 번 한국축구를 위해 기꺼이 수고해 주겠다는데, 신 감독도 대승적인 차원에서 이해를 해주고 축구협회도 대세를 거스를 수 없었을 것이다.

아니면, 감독으로서 2002년과 같은 성과를 재현하는 것이 어렵다고 말했으니 히딩크 감독이 한국 축구를 위해 보다 큰 그림을 그리는 차원에서 차라리 "신태용 감독을 믿고 성원해 주자. 내가 (기술고문 등으로) 뒤에서 열심히 돕겠다"고 말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히딩크 감독의 한국 축구 사랑은 다시 확인했는데, 히딩크 감독 복귀 문제는 오히려 더 복잡해지고 정리가 안된 듯해 안타깝다. 러시아월드컵을 향한 시계는 째깍째깍 흘러가고 있는데.
[미디어펜=석명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