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규태 기자]한미 정치권에서 화두로 떠올랐던 '전술핵 재배치' 논란이 종결된 가운데 북한 김정은은 유엔 안보리의 제재 결의를 비웃듯 15일 일본 상공을 넘어 태평양에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는 도발을 감행했다.

안보리가 유류 부분 금수조치와 석유수출 전면금지를 골자로 한 대북제재 결의를 채택한 지 3일 만에 북한은 북태평양을 조준삼아 '괌 포위사격' 발사시험을 저질러 무력시위에 나선 것이다.

북한은 지난달 29일 평양 순안 일대에서 중장거리탄도미사일(IRBM) '화성-12형'을 쏜 지 17일 만에 사거리를 1000km 늘린 이번 발사를 통해 다음주 각국 정상이 모이는 유엔 총회를 앞두고 보란 듯이 도발수위를 높였다.

북한의 이번 도발로 우리 정부의 외교적 부담은 가중된 모양새다. 

특히 탄도미사일 발사 전날 통일부가 "인도주의와 정치는 별개"라면서 국제기구를 통해 북한에 800만 달러를 인도적지원하는 방안을 논의하겠다고 밝혔으나, 안보리의 대북제재 기조와 엇박자를 보인다는 지적이 일어났다.

우리 정부가 전술핵 재배치에 대해 공개적으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면서 대북인도적지원을 발표했으나, 북한은 하루 만에 북태평양을 향한 탄도미사일 도발로 응수하면서 향후 대북 셈법이 복잡해진 것이다.

   
▲ 사진은 7월4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4형 시험발사 당시 쌍안경으로 이를 지켜보는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사진=연합뉴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전술핵 재배치와 관련해 CNN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북핵에 대응해 자체적으로 핵개발을 한다거나 전술핵을 다시 반입해야 한다는 생각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북핵에 핵으로 맞서겠다는 자세로 대응한다면 남북 간 평화가 유지되기 어려울 것. 동북아 전체의 핵경쟁을 촉발해 평화와 안정을 저해할 것"이라고 밝혔다.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 또한 13일(현지시간) 이와 관련해 "우리의 적이 핵무기가 어디 있는지 모르게 하는 게 오랜 정책"이라며 "우리는 핵 억제력을 갖고 있다. 미국을 핵무기로 공격하는 것은 자살행위"라고 지적했다.

북한의 제6차 핵실험 이후 미국 조야와 한국 야권에서 급부상했던 전술핵 재배치 논의는 한미 수뇌부의 부정적인 입장 표명으로 제동이 걸렸다.

현재 북한은 대외적으로 안보리 제재 결의에 반발하면서 미사일 도발을 재차 감행했지만 이면으로는 미국과 접촉해 대화를 모색하고 있다.

NHK는 최강일 북한 외무성 미국국 부국장이 지난 11∼13일 에번스 리비어 전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와 비공식 접촉을 가졌다고 보도했고, 세르게이 랴브코프 러시아 외무차관도 리아노보스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미국과의 대화에 큰 관심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유엔의 강도 높은 대북제재 결의안에 꿈쩍 않고 사거리를 늘린 미사일 도발과 대화 모색 등 냉온 전략을 구사하는 북한으로 인해 한반도의 긴장감은 더 높아진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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