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문상진 기자]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는 "(방송문화진흥회 이사회의) 경영평가보고서 채택 거부는 적폐 이사들의 고의적 직무유기"라며 "폐기 이유를 밝혀라"고 촉구했다.

   
언론노조 MBC본부는 15일 "직무유기 방문진, 경영평가보고서 폐기 이유 밝혀라!"라는 성명을 통해 "MBC에 대한 경영평가는 법에 명시된 방문진의 의무"라며 이같이 주장했다. 

이어 "김광동, 권혁철, 이인철 이사 등은 여러차례 수정을 요구하며 시간을 끌었고, 고영주 이사장은 사실상 경영평가보고서 폐기를 위한 표결을 강행했다"며 "방문진의 법적인 의무를 고의적으로 해태한 것이다"라고 비판했다.

언론노조 MBC본부는 "방문진 이사들은 기본적인 의무인 경영평가조차 제대로 수행하지 않은 채 자리를 꿰차고 절대 물러나지 않겠다는 성명이나 발표하고 앉아있다"며 "MBC 문제를 해결할 의지도, 역량도 없다. 그저 어떻게든 MBC를 적폐세력의 보루로 유지하려는 생각뿐이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 사이 MBC의 경쟁력과 신뢰도는 바닥을 모르고 떨어지고 있고, '11번'은 시청자들로부터 외면받고 있다"며 "이는 시청자의 권익보호와 민주적 여론 형성, 방송의 발전과 공공복리의 증진에 이바지해야하는 공영방송의 본령과도 어긋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 성명서 전문이다.


[성명] 직무유기 방문진, 경영평가보고서 폐기 이유 밝혀라!
 
경영평가보고서 채택 거부는 적폐 이사들의 고의적 직무유기

결국 2016년도 MBC 경영평가보고서가 폐기됐다. 지난주 방송문화진흥회 이사회의 경영평가보고서 채택 투표에서 박근혜 정권이 임명한 구 여권 추천 이사들은 약속이나 한 듯 아무도 손을 들지 않고 안건을 외면했다.

언론에 공개된 내용을 보면 방문진으로부터 평가업무를 위임받은 집필진들이 경영평가 초안을 완성한 것은 이미 지난 6월이었다. 그러나 구 여권 추천 이사들은 온갖 핑계를 대고 강짜를 부리며 4개월동안 4차례에 걸쳐 채택을 미뤄왔다. 그 핑계가 집중된 분야는 유독 '보도 / 시사' 부문 평가였다. 김장겸 사장이 보도본부장으로 재직하며 MBC 보도 부문 책임자로 있던 시기에 대한 평가이다.

경영평가소위원회에서 이들은 MBC의 보도 시사 프로그램의 경쟁력과 신뢰도가 추락한 원인으로 노사 관계를 지적한 부분이 '보도 / 시사'에 대한 평가가 아니라 '경영'부문에 대한 평가라는 궤변을 폈다. 소송 현황을 삭제하라고 요구했다.

보고서가 이사회로 넘어가자 더욱 어이없는 발목잡기가 등장했다. 'MBC를 JTBC와 비교한 것이 적절하지 않다',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서 MBC가 권력 감시를 소홀히 했다는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 'MBC가 친 정부 친 여당 보도를 하며 중립적이지 못했다는 지적에 동의할 수 없다'며 계속해서 내용 수정을 요구한 것이다. 평가를 위해 <시사인>이나 <시사저널>같은 매체를 인용한 것도 트집잡았고, '막말' 같은 단어 하나하나 걸고 넘어지기 시작했다. 심지어 '보도 / 시사' 부문 평가를 담당한 교수의 칼럼을 문제삼기까지 했다.

이들은 1년 전 자신들이 경영평가보고서에 대해 취했던 입장을 손바닥 뒤집듯 180도 뒤집었다. 2015년 보고서에서 국책연구기관인 정보통신정책연구원에서 실시한 시청자평가조사가 누락되는 일이 있었다. 공인된 지표를 포함시켜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지만 방문진에서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구 여권 추천 이사들은 '외부 집필진의 독립성'을 명목으로 깡그리 묵살했다. 4만명 이상의 시청자를 대상으로 조사하는 시청자평가에서 MBC는 공정성, 신뢰성, 공익성, 유익성, 다양성 분야에서 모두 최하위였다. MBC 경영진에게 불리한 결과를 쏙 빼놓을 때에는 집필자의 독립성을 핑계로 빠져나갔던 작자들이, MBC 경영진에게 불리한 결과가 포함되자 평가의 주체는 집필진이 아니라고 말을 바꿨다.

MBC에 대한 경영평가는 법에 명시된 방문진의 의무이다. 6천만원의 예산이 투입됐다. 하지만 김광동, 권혁철, 이인철 이사 등은 여러차례 수정을 요구하며 시간을 끌었고, 고영주 이사장은 사실상 경영평가보고서 폐기를 위한 표결을 강행했다. 방문진의 법적인 의무를 고의적으로 해태한 것이다.

MBC 경영진에 대한 유불리, 특히 2016년도 보도 책임자가 김장겸 사장이라는 점을 볼 때 김장겸 사장에 대한 유불리에 따라 경영평가 승인 여부를 결정했다. 그동안의 경영평가가 공정하고 엄정한 평가가 아니었음을 자백한 셈이다. 그리고 이날 방문진이 외면한 것은 경영평가보고서뿐만이 아니었다. MBC 파업에 대해 김장겸 사장을 출석시켜 현안보고를 받자는 안건도 부결시켰다. MBC의 엄중한 상황을 해결하려는 의지는 보이지 않았다. 모든 안건을 판단하는데 있어 우선순위는 김장겸 자리 지켜주기였다.

만약 이같은 지적에 할 말이 있다면 경영평가 보고서를 폐기한 이유를 명확히 밝히라. 이번 결정이 부끄럽지 않다면 폐기한 경영평가 보고서를 투명하게 공개하라. 그리고 어떤 부분을 트집잡았는지도 공개하라.

방문진 이사들은 기본적인 의무인 경영평가조차 제대로 수행하지 않은 채 자리를 꿰차고 절대 물러나지 않겠다는 성명이나 발표하고 앉아있다. MBC 문제를 해결할 의지도, 역량도 없다. 그저 어떻게든 MBC를 적폐세력의 보루로 유지하려는 생각뿐이다. 그 사이 MBC의 경쟁력과 신뢰도는 바닥을 모르고 떨어지고있고, '11번'은 시청자들로부터 외면받고 있다. 이는 시청자의 권익보호와 민주적 여론 형성, 방송의 발전과 공공복리의 증진에 이바지해야하는 공영방송의 본령과도 어긋나는 일이다.

MBC는 국민의 자산이다. 투기를 위한 부동산이 아니다. 알박기를 그만두고 공영방송 이사 자리에서 물러나는 것이 국민과 시청자들을 위한 유일한 길이다.

2017년 9월 15일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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