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만 원아 인질로 삼은 실력 행사" vs "곪을대로 곪은 국공립 확대정책 문제"
[미디어펜=김규태 기자]전국 유치원 원아 60% 이상이 다니는 사립유치원 3500곳의 휴업이 오는 18일로 임박하면서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 소재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사립유치원 3500곳을 대표하는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은 16일 보도자료를 내고 "전날 교육부와의 휴업 철회 합의를 취소하고 예고한 대로 기존 휴업을 강행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교육부는 일련의 움직임을 불법휴업이라고 규정짓고 원아모집 정지에 정원 감축까지 거론하며 초강수를 뒀지만, 끝내 한유총과의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이번 사태의 1차적인 책임은 당장 아이를 맡길 곳이 없어진 맞벌이 부부 등 학부모들의 거센 비난에 직면한 사립유치원에 있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전국 40만 원아들을 인질로 삼은 실력 행사로 비추어질 수 밖에 없고 다수의 사립유치원 교사들도 이번 휴업에 등돌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립유치원의 속사정과 현실을 감안하면 정부 시각대로 이들의 무책임한 불법휴업이라고 쉽사리 단정 지을 수 없고, 오히려 곪을대로 곪은 국공립유치원 확대정책의 문제가 터졌다는 게 전문가들의 입장이다.

문재인정부는 국공립 대 사립유치원의 비율(원아 기준)을 현재의 24:76에서 40:60으로 바꾸겠다는 국공립유치원 확대정책을 전면적으로 표방했다. 이는 사립 보다는 국공립을 선호하고 그 확대를 지지하는 국민 여론에 따른 것이기도 하다.

관건은 학부모가 매월 1~2만원만 부담해 공짜나 다름 없다고 여기는 국공립유치원이 실제로는 전액 국민세금으로 운영되는 재정부담이라는 것이고, 국공립을 확대할수록 기존 사립과의 제로섬 게임이 펼쳐져 곳곳에서 사립들의 폐원이 속출한다는 점이다.

저출산으로 인해 유치원에 다니는 영유아는 해가 갈수록 줄고 있지만, 정부는 기존 사립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세금을 들여 공무원들이 운영하는 국공립을 늘리려는 실정이다.

   
▲ 사립유치원 3500곳을 대표하는 한유총은 16일 "휴업 철회 합의를 취소하고 예고한 대로 18일 휴업을 강행하겠다"고 밝혔다./사진=연합뉴스

교육부가 당초 사립유치원들에게 보장했던 누리과정 무상교육비 지원에 대해 순차적인 인상 약속을 지킬 수 없다면서 국공립유치원 지원 및 신설에 정책 초점을 맞춘 것도 사립의 반발을 야기하고 있다.

한유총의 2016년 추산에 따르면 원아 1인당 운영경비의 경우 사립은 53만원이고 국공립은 99만원에 달한다. 비용 내역을 살펴보면 국공립이 같은 숫자의 원아를 돌보면서 훨씬 높은 인건비를 쓰고 있다.

특히 개정된 사학기관 재무회계규칙을 지난 1일부터 사립유치원에 적용해, 정부가 지원하는 누리과정 비용에 대해서만 회계감사를 하는 게 아니라 전체 운영비에 대해 살펴보겠다는 방침도 사립 원장들의 큰 반발을 사고 있다.

사립유치원 설립투자비용 전부 민간개인의 것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사립 입장에서는 재산권 침해의 소지가 크고, 유아교육이라는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더라도 정부가 '그에 대해 정당한 보상을 해야 한다'는 헌법제23조3항을 침해했다는 지적이다.

한유총 등 사립유치원은 오는 18일 (불법이라도) 휴업을 강행하겠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비상재해 등 긴급 사유에만 휴업을 인정하는 유아교육법 시행령 14조를 위반해 휴업을 할 경우, 교육부와 시도 교육청은 법에 따라 엄정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학부모들이 자녀를 맡길 곳을 찾지 못하는 보육대란(18일 및 25∼29일로 예정)이 임박한 가운데, 사립유치원측과 정부가 어떤 구체적인 합의를 이룰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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