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규태 기자]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 결의 채택 3일 만에 보란 듯이 '동해상에서 태평양으로' 괌 포위사격을 재차 도발한 북한의 미사일 고도화가 어디까지 갈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달 29일 화성-12형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지 17일 만에 사거리 1000km를 늘려 일본 상공을 넘기는 중거리탄도미사일(IRBM)을 발사한 북한은 미군기지가 있는 괌에 대한 타격능력을 대내외적으로 과시했다.

국제사회의 연이은 제재 결의와 강력한 규탄에도 북한의 미사일 실험 간격은 계속 짧아지고 있다.

IRBM급인 화성-12형의 경우 북한은 지난 4월15일 김일성 생일 경축퍼레이드 전후(5·16·29일) 3차례 시험발사했으나 실패한 뒤, 5월14일 고각으로 첫 공개시험발사에 성공했다.

북한은 지난 8월29일 평양 순안공항에서 정상각도로 2차 공개발사를 진행해 안정성을 입증한 뒤 이달 15일 3차 도발에서는 이동식발사차량에 장착한 상태에서 곧바로 발사했다.

이번 도발을 통해 화성-12형의 기동성을 늘려 한미 군정보당국의 사전 추적을 벗어날 수 있는 기습 발사능력을 선보인 북한 김정은은 15일 화성-12형 발사를 참관한 자리에서 이에 대한 전력화-실전배치를 선언했다.

북한이 보유한 이동식 발사차량은 200여 대로 알려져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향후 고정식 발사대와 이동식을 함께 이용해 한국 및 일본, 괌 등의 군기지들을 동시다발 타격할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군사전문가들은 김정은이 전력화를 선언한 이번 화성-12형이 괌 공격용 탄도미사일로 개발됐던 기존 화성-10형(무수단)을 대체할 것으로 보고 있다. 2007년 실전배치된 것으로 알려졌던 화성-10형은 작년 4월부터 6개월간 8차례 시험발사를 감행했으나 1차례를 제외하고 모두 실패했다.

화성-10형 실패와 달리 새롭게 '괌 킬러'로 떠오른 화성-12형의 배경에는 지난 3월18일 액체연료를 쓰는 신형엔진 연소시험의 성공이 자리하고 있다.

   
▲ 사진은 북한 조선중앙TV가 지난 4월15일 김일성 주석의 105번째 생일(태양절)을 맞아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진행중인 열병식에 신형 ICBM으로 추정되는 미사일을 최초 공개한 모습이다./사진=연합뉴스

전문가들은 김정은이 '3.18 혁명'이라 부르며 극찬했던 해당 엔진이 괌 타격능력을 과시한 화성-12형을 비롯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인 화성-14형의 1단 추진체에도 장착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북한이 ICBM급으로 내세우는 화성-14형은 화성-12형 엔진을 1단 추진체로 쓰되, 여기에 2단 추진체를 추가해 사거리를 늘렸다는 설명이다.

최대 사거리 5000km인 화성-12형은 괌 포위사격 계획거리인 3356.7km 이상의 사거리를 과시했고, 사거리를 늘린 화성-14형은 8000~9700km로 추정되어 미 서부 샌프란시스코와 LA, 시애틀 및 샌디에이고까지 도달할 것으로 관측된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화성-12형과 화성-14형을 병행 시험발사해 타격능력 고도화를 꾀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화성-12형의 최대 사거리를 감안해 실험 사거리를 늘려 성능을 계속 높여나가면서, 지난 7월 2차례 고각으로 시험발사한 화성-14형을 정상각도로 발사해 성능을 재차 검증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미사일 타격능력 고도화를 마치면, 재진입체 150kg 및 핵폭탄 500kg 등 약 700kg 무게의 핵탄두 탑재를 상정한 탄도미사일을 내년 시험발사할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화성-14형에 핵물질을 뺀 핵탄두를 탑재해 실거리로 발사하고 이를 대기권에 재진입시킨 후 폭발시키는 시험을 실시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

전문가들은 이를 통한 재진입기술 완성 및 핵탄두탑재 실전실험이 북의 핵보유국 선언에 앞서 남아있는 주요 과제라고 보고 있다.

지난 16일 "핵무력 완성이 종착점에 다다랐다"고 밝힌 북한은 노동당 창건일인 10월10일을 전후해 추가 도발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북한은 지난 6개월간 화성-12형을 제외하고 5월21일 북극성-2형, 5월29일 스커드개량형, 7월4일과 28일 화성-14형, 8월26일 불상의 단거리 탄도미사일 3발을 발사해 탄도미사일 다각화·고도화에 힘쓰고 있다.

동해상에서 태평양까지 작전반경을 넓힌 북한이 향후 어디까지 더 과감한 도발을 감행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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