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 다저스 1-0으로 앞서던 5회 2사 1, 2루서 강판
로버츠 감독 "류현진이 5회를 끝내기를 원했다", 그런데…
[미디어펜=석명 기자] 류현진(LA 다저스)이 아웃카운트 하나를 잡지 못해 승리투수 요건을 눈앞에 두고 교체됐다. 데이브 로버츠 감독은 왜 무실점 호투하던 류현진을 5회 2사 후 강판시켰을까.

류현진은 18일(한국시간) 열린 워싱턴 내셔널스와 원정경기에 선발 등판, 4⅔이닝 3피안타 2볼넷 5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하고 승패없이 물러났다. 다저스가 1-0으로 앞서던 5회말 2사 1, 2루에서 교체돼 승리를 놓쳤고, 류현진 강판 후 다저스는 불펜이 줄줄이 실점하며 1-7로 역전패했다. 다저스는 이날 패배로 4연승 상승세에 제동이 걸렸다.

   
▲ 류현진(LA 다저스)이 워싱턴전에서 1-0으로 앞서던 5회말 2사 후 교체돼 승패를 기록하지 못했다. /사진=LA 다저스 공식 인스타그램


로버츠 감독은 왜 류현진에게 5이닝을 채우도록 기회를 주지 않았을까. 류현진이 스스로 실점 위기를 넘기고 5회를 마쳤으면 경기 결과가 어떻게 됐을지 몰라 아쉬움이 남는 선발투수 교체였다.

이에 대해 로버츠 감독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류현진이 5회를 끝내기를 원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투아웃 상황에서 투수를 상대했는데 스트라스버그가 볼넷을 얻었다. 터너를 상대로 또 끝낼 수 있는 기회가 있었는데 볼넷이 나왔다. 그 상황에서 워스를 또 상대하게 하는 것은 말이 안됐다"고 설명했다.

류현진이 5회를 넘기지 못하고 교체된 것은 2아웃까지 잘 잡아놓고 투수 스트라스버그를 볼넷으로 내보낸 것이 결정적이었다. 류현진은 스트라스버그를 상대하면서 공을 9개나 던진 끝에 볼넷 출루시켰다. 이어 터너를 맞아 볼 3개를 내리 던졌고, 스트라이크 두 개를 잡아낸 뒤 6구째 볼을 던져 다시 볼넷을 허용했다.

로버츠 감독은 스트라스버그를 볼넷으로 내보낸 데 대해 실망했고, 다음 터너에게마저 볼넷을 내주자 류현진이 실점할 수도 있다는 판단을 한 셈이다. 류현진의 투구수가 98개에 이른 것도 교체의 이유가 됐을 것이다.

로버츠 감독의 5회 투수교체 결정만 놓고 보면 성공적이었다. 류현진에 이어 등판한 스트리플링이 워스를 외야 뜬공 처리하며 5회를 무사히 마쳤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도 국내 야구팬들로서는 로버츠의 류현진 교체가 서운할 수밖에 없다. 류현진이 실점 위기에 몰렸다고는 하지만 이전까지 안타를 3개밖에 맞지 않으면서 무실점 호투하고 있었다. 선발투수에게 5이닝을 채우는 것은 최소한의 자존심과도 같은데, 리드 상황에서 5회 투아웃 교체는 "못 믿는다"는 것을 공표한 것이나 다름없다.

더군다나 다저스는 지구 1위로 포스트시즌 진출이 확정적이고, 류현진은 포스트시즌 선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중이다. 그런 상황에서 감독이 '아웃카운트 하나의 신뢰'를 보여주지 않은 것은 류현진의 현재 팀내 입지를 대변하는 것 같아 개운치 않다. 

다저스는 올 시즌 월드시리즈 우승을 노린다. 이를 위해 선발투수 자원이 충분한데도 시즌 중 다르빗슈 유를 텍사스에서 트레이드로 영입했다. 다르빗슈가 이적 후 한동안 부진한 모습을 보이자, 류현진을 한 차례 선발 로테이션에서 빼면서까지 다르빗슈의 등판 일정을 조정해주기도 했다.

로버츠 감독은 "류현진이 이번 등판으로 포스트시즌용 선수로서 가치가 떨어진다고 보지 않는다"며 좀더 지켜보면서 류현진을 포스트시즌에서도 선발로 기용할 것인지 결정하겠다는 늬앙스의 말을 했다.

하지만 다르빗슈에 대한 '배려 있음'과 류현진에 대한 '배려 없음'이 맞물리면서 류현진의 5회 교체는 아쉬움을 남긴 것이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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