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이미지 훼손 등 우려해 단호한 대응 어렵다는 지적
[미디어펜=나광호 기자]구매한 제품에 하자가 없음에도 무차별적인 트집을 잡아 환불 혹은 보상을 요구하는 '블랙컨슈머'들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2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대한상공회의소가 지난 2011년 314곳의 국내기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83.4%의 기업이 '블랙컨슈머를 경험한 적이 있다' 답했다. 일부 유통기업의 경우는 관련 매뉴얼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블랙컨슈머들의 '갑질'은 소비재·서비스 업계에서 특히 문제가 되고 있다.

지난 18일 부산 남부경찰서는 도시가스 콜센터 상담원을 상대로 5일간 하루 평균 5시간씩 전화로 욕설 및 폭언을 퍼부은 A씨(36)를 구속했다. 해당 센터의 한 여직원은 극심한 스트레스로 인해 졸도했으며, 일부는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지난달 20일부터 "가스누출로 우리 아이가 죽을 뻔했으니 보상금 150만원을 주지 않으면 언론에 제보하겠다"며 콜센터 상담원에게 총 217회에 걸쳐 언어폭력을 행사하고, 도시가스에 직접 찾아가 공갈 및 협박을 일삼았다.

경찰 조사결과 그는 보상금을 타려고 이같은 범행을 저질렀으며, 미혼에 자녀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 A씨가 도시공사 고객상담실을 찾아가 상담원들에게 폭언을 하고 있다./사진=부산남부경찰서제공


올해 초에는 청주의 한 식품매장에서 남성 고객이 "임산부 아내가 음식을 먹고 탈이 났다"며 보상금을 요구했으나, 확인결과 미혼 고객인 것으로 드러난 사례도 있었다.

지난해 12월에는 부산 해운대에 위치한 한 백화점에서 "산지 얼마 안 됐는데 흠이 있다"며 몇 달씩 사용한 유아용 신발·옷 등을 바꿔달라고 소란을 피운 혐의로 박 모씨(39)등 30대 여성 2명이 불구속 입건됐다.

지난 2015년 충청남도 대전 시내 한 백화점에서는 한 고객이 자신이 산 옷의 교환을 요구하다 직원이 "이물질이 묻어 교환이 어렵다"고 답하자 고함을 지르고 물건을 집어 던지며 소란을 피우고, 주변에 있던 여성 직원의 어깨를 밀치는 등 폭력을 행사하기까지 했다.

지난 2012년 9월 경기도 파주시에 위치한 한 아울렛에서는 지갑을 구매한 고객이 며칠 후 환불을 요구한 사례도 있었다.

이 매장에서 근무했던 B씨(28)는 "고객에게 환불불가 방침을 설명하고 영수증에 스탬프까지 찍었다"며 "그러나 요구사항을 들어주지 않을 경우 몇 시간 동안 영업을 방해할 것 같아 환불조치를 취했다"고 말했다.

이어 "인터넷 카페나 SNS에 안 좋은 소문이 퍼지면 매출이 하락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이밖에도 이른바 '짝퉁'으로 불리는 제품이나 중고품을 교환해달라고 요구하거나 무릎 꿇기·자신의 말에 대한 복명복창 등을 강요한 사례가 드러나 논란이 발생하기도 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옷에 김치 국물이 묻은 자국이 뚜렷한데도 환불을 요구하는 소비자도 있다"며 "블랙컨슈머라는 것을 알면서도 브랜드 이미지 훼손 등을 우려, 단호하게 대응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식품 매장에서는 반 이상 먹은 사과 박스를 가져와 '맛이 없다'며 환불을 요구하거나 가열까지 한 제품을 교환해달라고 하는 등 이른바 '생떼'를 부리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허위사실 유포에 대해서는 "제보 혹은 루머가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판명돼도 소비자들의 인식에 영향을 끼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환불·교환에 대한 걱정을 덜어드리는 등 서비스의 질을 높이려는 방침이 악용되면 결국 그 피해는 소비자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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