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 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이 증권사들의 의견을 수렴해 만들고 있는 ‘증권사 100대 과제’가 내달 정부 제출을 앞두고 막바지 작업 중이다. 새 정부에서 상대적으로 관심을 못 받고 있는 증권업계의 존재감을 알림은 물론 황 회장의 연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1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투자협회가 구심점이 돼서 작성 중인 ‘증권사 균형발전 100대 과제’가 내달 중 정부 건의안으로 제출될 예정이다. 이번 100대 과제는 증권사들이 은행권이나 보험업계와 함께 ‘금융권’으로 묶이는 바람에 부각되지 못하는 100가지 이슈에 대한 업계의 목소리를 담고 있다.

   
▲ 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 /사진=금투협


업계 안팎에 따르면 이번 100대 과제의 중심 내용은 ‘규제 철폐’인 것으로 보인다. 즉, 해외 증권사 또는 투자은행(IB)들에 비해 국내 업체들이 과도하게 적용받는 규제에 대한 완화 혹은 철폐의 목소리가 담겨 있다. 아울러 국내 은행이나 보험권 등에 비해서도 더 많이 적용받고 있는 규제에 대한 견해도 반영됐다.

세부적으로 보면 법인대상 지급결제 업무,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관련 이슈, 초대형 투자은행(IB), 로보어드바이저, 사모펀드 49인룰 등의 내용이 ‘100대 과제’에 포함됐다. 주로 증권사들의 자율성을 제고시키는 방향의 건의사항이 담겼다. 업계 한 관계자는 “타이틀이 ‘균형발전’ 과제인 것으로 알 수 있듯 무리한 요구가 아니라 타국 혹은 타 업계만큼만 풀어달라는 얘기가 주류를 이룬다”고 말했다.

이번 100대 과제를 주도하고 있는 것은 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이미 작년부터 ‘기울어진 운동장론’ 등을 필두로 업계의 목소리를 상당히 공격적으로 전달하고 있다. 내년 2월에 한 차례 임기 만료를 맞음에도 불구하고 현재 황 회장의 모습에서 ‘임기말’을 암시하는 구석은 전혀 없다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새 정부 출범 이후 증권업계에 대한 당국의 관심이 다소 시들해진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도 황 회장은 자신만만한 모습이다. 

일례로 지난 7월 중순 무렵 열린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황 회장은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 김상조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 위원장은 내가 알기로 자본시장에 대한 이해도가 대단히 높고 실전도 잘 아는 분들”이라며 일각의 우려에 개의치 않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이 자리에서 “진보정권 시기가 대체로 보수정권보다 주가 흐름이 좋았다”며 향후 전망을 낙관하기도 했다.

이런 측면에서 황 회장이 주도가 돼서 수립된 이번 ‘증권사 100대 과제’는 단순히 업계의 목소리를 취합하는 수준을 넘어선다는 분석이 나온다. 쉽게 말해 황 회장이 명실 공히 증권업계의 수장으로서 ‘리더십’을 과시하는 한편 임기연장에 대한 포석을 깔고 있다는 평가다.

새 정부 금융권 인사는 최종구 금융위원장을 비롯해 최흥식 금융감독원장,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 등 이른바 ‘장기하 코드(장하성‧경기고‧하나금융 라인)’로 정리되는 모양새다. 

단순히 학연이나 인맥으만 묶여 있는 게 아니라 이들은 자본업계에 대해 상당히 엄격한 견해를 드러내고 있다는 공통점을 공유한다. 따라서 내년이 되면 금융투자협회장 역시 비슷한 코드의 사람으로 교체되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황 회장의 연임을 바라는 업계의 기대감은 한층 고조된 상황이다. 

국내 대형 A증권사 한 관계자는 “일개 증권사 이름으로 할 수 없는 얘기들을 협회가 대신 나서 해주는 경우가 많다”면서 “정부가 업계에 대해 규제 강도를 늘리려는 지금 금투협의 위상이 역설적으로 올라가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금투협 측은 황 회장의 연임 문제에 대해 조심스러운 모습이다. 한 관계자는 “(황 회장) 연임에 대해서는 아직 말할 단계가 전혀 아니다”라고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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