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차 배터리 납품 수주전서 中에 밀려
경쟁국들 원료확보 사활…한국 아직 걸음마
[미디어펜=최주영 기자]국내 전기차배터리 업계가 글로벌 시장에서 뒤처지고 있다. 글로벌 수주 시장에서 중국 기업에게 밀리고 있는데다 최대 고객인 유럽 완성차 업계마저 배터리 공급 의존도를 낮추겠다는 발언을 하면서 향후 치열한 경쟁에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 최대 전기차 배터리 업체인 CATL은 폭스바겐이 진행하는 수십억달러 상당의 배터리 수주전에 참여를 확정지었다고 공식화했다.

   
▲ 삼성SDI 전기차 배터리 제품. /사진=삼성SDI 제공

마티아스 젠트그라프 CATL 유럽 부문 사장은 독일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3~5개의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제조사가 폭스바겐 배터리 공급 업체 수주에 참여 중”이라며 “폭스바겐은 내년 초 전기차 배터리 공급 업체를 선정해 발표할 것”이라고 중국 매체를 통해 전했다.

CATL은 이미 독일 자동차 업체 인 BMW와 메르세데스-벤츠의 모기업인 다임러와도 이미 협력 관계를 맺고 있다. 벤츠는 최근 CATL이 전기 자동차 배터리 공급 업체로 선정됐다고 발표했다.

독일 완성차 업체들이 중국 배터리 업체들과 공급 계약을 체결하면서 국내 업체들의 시름은 깊어지고 있다. 

LG화학과 삼성SDI, SK이노베이션도 현재 다임러, BMW 등 글로벌 업체에 배터리 셀을 공급하고 있지만 중국 기업에게 수주전에서 밀릴 경우 최대 공급처를 빼앗길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SNL리서치 등에 따르면 상반기 LG화학과 삼성SDI의 전세계 전기차 배터리 시장점유율은 각각 12.3%(2위), 6.4%(5위)였고 SK이노베이션은 1.0%미만으로 10위권 밖에 머문다.

설상가상으로 독일 완성차 브랜드들이 최근 유럽 내에서 배터리 셀 등을 자체생산해야 한다고 논의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향후 경쟁은 더욱 치열할 전망이다. 독일 완성차 업계는 전기차에 탑재되는 배터리 대부분을 한·중·일 업체에서 공급받고 있다. 

독일 폭스바겐의 헤르베르트 디이스 브랜드경영 이사회 의장은 18일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여전히 한국 공급사들과 좋은 관계를 맺고 있지만, 경쟁이 더 심화되고 유럽컨소시엄이 등장한다면 더 감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로베르토 바바쏘리(Roberto Vavassori) 유럽 자동차부품 공업협회(CLEPA) 회장도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 참석해 차세대 배터리 셀 개발을 위해서 유럽완성차업계가 힘을 모아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그는 현재 배터리 분야에서 중국 의존도가 심해지는 현상을 경계했다. 

독일 완성차업계와 부품업계에서 이같은 주장에 힘이 실리는 것은 중국이나 한국 업체에 의존하기보다 자체적인 협력을 통해 독일 내부에 경쟁력 있는 배터리 공급업체를 만들어야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원료 가격 상승에 마땅한 확보처 없어 '한숨'

코발트와 리튬, 니켈 등 전기차 배터리 주재료 가격이 폭등하는 점도 국내 전기차 배터리 업계의 시름이 깊어지는 이유중 하나다.

   


특히 배터리의 핵심 원료인 리튬과 코발트 가격은 하반기 들어 더욱 폭등하고 있다. 전세계적으로 전기차 시장이 커지면서 배터리로 쓰이는 이차전지의 수요가 계속 증가하는 추세에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코발트 가격은 지난해 3월초 2만2000달러에서 급등하기 시작해 현재 6만 달러를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1년 6개월 만에 3배 가량 뛴 것이다. 원자재 컨설팅업체 CRU는 올해 세계 코발트 수요가 공급보다 900톤 정도 많을 것으로 내다봤다. 

니켈 가격도 상승하고 있는 추세다. 전세계적으로 전기차 배터리 생산 설비를 급속도로 늘리고 있기 때문이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 5월 톤당 9000달러 수준이던 니켈 가격이 9월 들어 1만2000달러를 넘어서 8주 연속 상승세를 기록했다. 

이처럼 수요 대비 공급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에서 원자재 가격 상승은 고스란히 배터리 업계의 부담으로 가중되는 결과를 낳는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최근 SK이노베이션과 LG화학은 니켈의 비율을 대폭 높인 8:1:1 비율 전기차용 배터리를 양산한다고 밝히는 등 니켈의 비중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가격 상승이 그저 부담스럽기만 하다는 설명이다.

국내 리튬 확보 수준이 걸음마 단계인 점도 한 몫 한다. 최근 포스코의 광양제철소 내 전기차용 리튬 생산 설비를 갖춘 것 외에는 아직까지 리튬이 전량 수입 체제를 고수하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경쟁국들이 배터리 원료 확보에 너도나도 나서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업계가 수입보다는 수출 중심으로 경쟁력 확보에 사활을 걸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중국에서 '보조금 명단 탈락‘으로 고전하고 있는 한국 배터리 업체가 최대 고객인 유럽 차 시장에서도 중국 업체에 우위를 내주게 될 수 있다”며 “한국업체들의 기술력은 중국 업체 대비 5년 정도 앞선 것으로 평가받지만 중국이 양적 점유율을 확장시키는 전략을 고수할 경우 글로벌 시장에서 자리잡기 위태로울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미디어펜=최주영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