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규태 기자]이명박정부 국가정보원 당시 박원순 서울시장에 대한 제압문건·문화예술인 퇴출압박 등 블랙리스트 활동과 정치개입을 위한 댓글부대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의 칼날이 이명박 전 대통령을 겨누었다.

법조계에서는 당시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 대한 의혹들을 사실로 다진 후 이명박 전 대통령과 국정원 간의 연결고리를 규명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보고 있다.

국정원 불법활동에 대한 청와대의 개입단서가 충분해야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소환이 가능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관건은 이 전 대통령이 법률상 명예훼손과 정치관여·직권남용,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판단할 수 있는 불법행위를 지시했고 보고 받았다는 증거가 있는지 여부다.

일각에서는 국정원장이 대통령을 독대할 경우 지참하는 문건 양식과 이른바 '박원순 제압문건'이 유사하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수사에 착수한 검찰은 국정원 적폐청산TF가 "당시 국정원이 VIP일일보고 및 BH요청자료 등의 형태로 청와대에 보고했다"며 확인한 자료를 토대로 증거를 모으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정원TF는 이와 관련해 원 전 원장의 지시로 국정원이 '문화연예계 좌파 실태 및 순화 방안보고'와 '견제활동 동향 보고'(2010년 11월)라는 문건을 작성했다고 밝힌 바 있다.

앞서 박원순 서울시장이 19일 이 전 대통령 등에 대해 고소했고 이어 MB블랙리스트 피해자를 자처한 배우 문성근씨와 방송인 김미화씨가 이 전 대통령 고소 의사를 밝힌 가운데, 서울중앙지검은 박 시장이 이명박 전 대통령·원세훈 전 국정원장·민병주 전 심리전단장 등 11명을 고소·고발한 사건을 20일 공안2부(진재선 부장검사)에 배당했다.

   
▲ 박원순 서울시장은 19일 이명박 전 대통령 등을 명예훼손과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상 명예훼손 등 혐의로 고소했다./사진=연합뉴스

박 시장은 이에 대해 19일 기자간담회에서 "국정원TF가 아직 밝혀내지 못한 것이 많이 있고 수많은 문건들이 존재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를 모두 조사해 달라는 내용을 고소장에 포함시켰다"며 "당시 국정의 총책임자였고 문서에서도 드러난 바와 같이 대통령에게까지 보고되었다고 생각할 수 있는 근거들이 드러났기 때문에 고발하게 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검찰은 2013년 민주통합당이 '박원순 제압문건'과 관련해 국정원을 고발한 사건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린지 4년만에 다시 사건을 파헤치게 됐다.

검찰은 현재 국정원 외곽팀장 48명에 대한 수사를 마무리해가는 상태다.

검찰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추선희 전 사무총장의 주거지 압수수색 및 소환조사를 시작으로 블랙리스트 문건에 따른 문화예술인 참고인들과 김주성 당시 국정원 기조실장을 조사할 예정이다.

전날 민병주 전 심리전단장을 구속하면서 탄력을 받아 원세훈 전 국정원장을 넘어 이제는 이명박정부 당시의 청와대를 향하는 검찰 수사가 이 전 대통령을 소환해 사실관계를 조사할지 주목된다.

검찰은 박 시장이 고소한 내용의 사실관계 조사를 마친 후 이 전 대통령 등 피고소·피고발인에 대한 조사여부와 일정을 정할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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