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부채 상환능력이 떨어지는 이른바 ‘취약차주’의 부채가 80조원을 넘어설 정도로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총재 이주열)은 21일 금융통화위원회 금융안정회의를 개최한 직후 ‘금융안정상황’ 자료를 발표하면서 지난 6월말 현재 취약차주의 부채가 80조 4000억원 수준이라고 밝혔다.

이같은 결과는 한은이 신용조회사로부터 입수한 약 100만 명의 가계부채 데이터를 바탕으로 산출한 것이다.

우선 취약차주의 개념은 ‘3개 이상의 금융기관에서 대출받은 다중채무자이면서 저신용(신용 7∼10등급)이나 저소득(하위 30%)에 해당하는 차주’다. 이들의 대출 규모는 전체 가계대출의 6.1%를 차지하고 있다.

문제는 이들 부채의 속도 또한 상당히 빠르게 늘고 있다는 점이다. 작년 말부터 6월말까지 반년동안 무려 1조 9000억원의 부채 증가가 있었다.

취약차주 대출액은 2014년 말 74조원에서 2015년 말 73조 5000억원으로 줄어드는가 싶었지만 작년 말에는 다시 78조 5000억원으로 무려 5조원이나 불어났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기준금리 인상, 보유자산 축소 등 저금리 시대의 종언을 암시하는 정책들을 전개하는 상황을 볼 때 한은 역시 기준금리를 동결 혹은 인상시킬 가능성이 낮지 않다. 금리가 오를 경우 취약차주의 원리금(원금과 이자) 상환 부담은 엄청나게 커질 가능성이 있어 우려된다.

이미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4일 경제현안간담회에 자리에서 “금리 상승기에 취약차주 부실이 우려된다”고 밝히기도 했다. 

특히 취약차주는 신용도가 낮아 대출금리가 매우 높은 비은행금융기관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그 파급효과는 더욱 크게 번질 수 있다. 한은에 따르면 취약차주 대출에서 비은행 비중은 67.3%로 은행(32.7%)의 2.1배 수준에 이른다.

한편 6월말 현재 전체 가계부채는 1388조 3000억원으로 1년 사이 10.4%나 늘었다. 증가율이 1년 전(11.1%)보다 떨어지긴 했지만 예년 수준(2012∼2014년 평균 5.8%)은 훨씬 상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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