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유형…‘아니면 말고’에 기업들 부담
블랙컨슈머 모두에 피해…제도정비 필요성
한때 서비스산업이 도입되면서 '고객은 왕'이라는 말이 있었다. 소비자와 만나는 모든 산업군에는 '소비자 만족'을 최우선으로 고려했다. 이러한 정책은 한국 서비스산업의 질적 성장을 가져왔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블랙컨슈머'라는 말이 나오고 소비자들로 인해 피해를 보는 기업과 직원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소비자 만족' 정책의 부작용이다. '갑과 을의 전도', '을의 갑질화'가 보다 노골화되고 지능화되고 있다. 이에 본지는 '블랙컨슈머'의 현실을 심층적으로 따져보고, 기업이나 직원들의 피해사례 등을 소개한다. 아울러 '블랙컨슈머'가 아닌 '화이트컨슈머'가 되기 위한 바람직한 방향성을 제시하고자 한다. <편집자주>

[MP기획'동행'-블랙컨슈머④]억지 부리는 소비자 '천태만상'

   
▲ 서울 시내 한 마트의 내부 모습 /사진=연합뉴스

[미디어펜=조한진 기자]"말도 안되는 억지를 부리를 소비자를 보면 정말 답답합니다. 억울함은 말로 표현하기도 어려울 정도입니다. '강한 대응'이 거론되지만 기업 이미지 등을 고려하면 쉽지 않은 것이 현실입니다."

기업들이 나날이 진화하는 블랙컨슈머 대응책을 두고 고민이 크다. 특히 사회관계망서비스(SNS)가 발전하면서 기업 입장에서는 블랙컨슈머를 상대하기가 더욱 어려운 상황이다. '아니면 말고'식의 게시물이 SNS를 통해 빠르게 확산되면 이를 수습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기업의 책임이 없다는 최종 결론이 나와도 이를 알아주는 소비자들은 거의 없는 게 현실이다.

다양한 블랙컨슈머들

블랙컨슈머는 유형은 다양하다. 대표적이 케이스가 ‘반품‧환불형’이다. 이들은 제품을 구매한 뒤 일정기간 사용하거나 음식물을 섭취 한 뒤 교환이나 환불을 요구한다. 백화점에서 의류를 구입한 뒤 필요한 행사 등에서 착용하고 환불을 요구하는 경우는 다반사다. 한 겨울 동안 입은 재킷을 가져와 보온성이 떨어진다며 환불을 해달라는 경우도 있다.

마트와 프렌차이즈 전문점도 예외는 아니다. 절반이상 먹은 수박을 가져와 당도가 떨어진다거나, 몇 개월 쓴 방향제의 향기가 안난다는 억지를 부리는 케이스가 종종 발생한다. 포장 음식을 사간 뒤 며칠 뒤에 주문 음식과 다르다며 생떼를 쓰는 소비자들도 있다.

기업을 대상으로 억지를 부리거나 협박을 일삼는 소비자들도 있다. 전자제품 등을 구입 후 고의로 고장낸 뒤 SNS에 ‘이 제조사의 제품이 이런 문제가 있다’ ‘제품이 충전 중 폭발했다’라는 는 식으로 허위 정보를 퍼트린 뒤 교환이나 보상을 요구하는 소비자들도 있다.

단팥빵에 지렁이를 넣거나 가공식품을 먹고 질병에 걸렸다며 기업에게 거액의 보상금을 내놓라고 협박하는 소비자도 있었다.

대응책 찾기 어려운 기업들

기업들은 블랙컨슈머에 대응 매뉴얼 등을 마련하고 있지만 실효성에는 의문이 달리고 있다. 블랙컨슈머들의 수법이 지능화 되고 있고, 기업들이 대응도 일관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난온다. 일부 기업들의 ‘일단 덮고 보자’는 대응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A기업 관계자는 “기업 입장에서는 블랙컨슈머 문제가 힘든 것이 사실”이라며 “기업이미지 등을 고려하면 적극적인 대응이 어렵다”고 말했다. 

기업들은 블랙컨슈머에 대한 뾰족한 대응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 우선 기업들은 시장 경쟁력 훼손을 가장 크게 우려하고 있다. 블랙컨슈머의 거짓 정보가 한 기업의 매출에 직격탄을 날리 수 있기 때문이다.

B기업 관계자는 “제품 문제가 이슈화 되면 당장 매출 타격이 불가피하다. 이 같은 뉴스는 온라인과 SNS를 통해 겉잡기 어려울 정도로 확산된다”라며 “나중에 기업의 문제가 아니라는 결론이 나도 이를 알고 있는 소비자는 거의 없지 않냐”고 했다.

소송으로 이어져도 소비자를 끝까지 처벌해달라고 강하게 요구하는 기업들은 많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중간에 소송을 취하하거나 선처를 요구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블랙컨슈머 역시 소중한 소비자라는 인식 때문이다.

재계 관계자는 “블랙컨슈머의 확산은 결국 소비자와 기업 모두에게 피해가 돌아갈 수 있는 문제”라며 “사회적 논의를 거쳐 관련 제도를 정비하고 소비자의 기업의 인식전환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미디어펜=조한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