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규태 기자]임명동의안이 21일 국회를 통과하면서 '김명수 사법부'가 25일 출범하게 됐으나, 제16대 김명수 대법원장(58·사법연수원15기) 앞에 놓인 사법개혁 과제가 만만치 않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크게는 대법원 숙원사업인 상고제도 개선에서부터 사법행정권을 남용한다는 법원행정처의 관료화 방지, 대법원장의 제왕적 권한 분산, 전관예우 근절 등이 꼽히고 있다.

특히 김 대법원장은 지난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상고제도 개선 최대의 관건인 상고허가제 도입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혀, 앞서 추진했다가 성공 못한 전임 양승태 대법원장의 전철을 밟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상고허가제는 법원이 허가한 사건만 상고를 허용하는 제도로서 지난 1981년 도입됐다가 국민의 재판 받을 권리를 침해한다는 이유로 9년만에 폐지됐다.

대법원이 맡는 상고심 사건의 과다한 적체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일정 기준을 충족 못하는 사건을 별개의 상고심법원을 설치해 심리하는 제도인데, 김 대법원장은 청문회에서 "법원의 가장 큰 고민인 상고제도를 시급히 개선하지 않으면 법원 심급제도가 제대로 돌아갈 수 없다"고 언급했다. 

그간 상고심 사건 적체는 대법원의 해묵은 과제로 지적되어왔다. 대법원에 3만6000여건이 계류되어 대법관 1명이 3000건 이상의 사건을 처리해야 하는 실정이다.

김 대법원장은 이와 관련해 청문회에서 "대법원이 연간 4만 건 이상의 사건을 처리해야 해 현 대법원에는 법관 100명이 투입되어 있다"며 상고허가제와 함께 대법관 증원도 적극 추진할 뜻을 밝혔다.

더욱이 30년 넘게 일선 법원에서 보내 대법관이나 법원행정처 경력 없는 파격 인사로 불리는 김 대법원장이 '사법행정권을 남용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법원행정처의 관료화를 견제하고 행정처 중심의 현 사법행정 체제에 종속되지 않고 개혁을 추진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가 9월12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의를 듣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김 대법원장이 청문회에서 약속했던 전관예우 근절도 주요 과제다. 관건은 역대 대법원장들이 전관예우의 존재를 사실상 부정해와 법원 내부 차원의 근절책은 성과가 없었고 법관이나 변호사들을 대상으로 실태조사할 경우 어떤 결론이 나올지 예단하기 힘들다.

대법원장의 제왕적 권한 분산도 또 다른 과제다. 이에 대해 법조계는 김 대법원장이 춘천지법원장을 하면서 판사 사무분담을 일선 판사들에게 위임하는 민주적 사법행정을 펼친 것에 주목하고 있다.

대법원 현안으로는 이미 쌓여 있거나 도달 예정인 주요사건을 판결로 풀어내 한국사회의 법제도 방향을 제시해야 하는 과제도 산적해있다.

정치적으로는 국정농단 재판을 비롯해 국정원 정치개입과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 사건이 꼽히며 사회적으로는 양심적병역거부 및 전교조 법외노조, 재계의 통상임금 소송 등이 꼽히고 있다.

그간 보수적이라고 평가 받던 대법원은 진보 성향인 김 대법원장의 취임과 내년도 대법관 6명 교체 등 인사변동에 따라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대법원장과 대법관 13명으로 구성)는 향후 6년간 김 대법원장 주재로 주요사건 판결을 통해 하급심에 판례를 제시하고 사회의 흐름을 진보적으로 바꿀 것으로 보인다.

한편 김 대법원장은 법원 내부적으로 판사들의 최대 관심사인 법관 인사제도 개선에도 나설 전망이다.

법조계는 김 대법원장이 청문회에서 밝힌대로 향판 등 지역법관 제도의 존폐 검토, 지방법원-고등법원 인사 이원화와 고법부장판사 폐지, 법원행정처 조직개편에 일선 법관들 참여, 전국판사회의 상설화 등을 추진하리라 관측하고 있다. 

25일 대법원 청사에서 취임식을 갖고 2023년 9월까지 6년의 임기를 시작하는 김 대법원장의 행보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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