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 지난 2분기 기록적인 호실적을 기록했던 국내 증권사들의 올해 3분기 영업실적이 급감할 것으로 전망된다. 북한 핵실험으로 인한 쇼크가 주식운용수익 감소로 연결되고, 새 정부 출범 이후 더욱 강해진 부동산 규제 또한 악영향을 줬다. 초대형 투자은행(IB) 출범이 그나마 희망으로 손꼽히지만 금융당국의 기준이 엄격해 업계가 우려하고 있다.

2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들의 3분기 실적전망이 나빠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까지 나온 전망에 의하면 지난 2분기 대비 20% 넘게 순익이 감소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 업계 선두권인 미래에셋대우(사진)를 비롯한 국내 증권사들의 3분기 실적이 상당폭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사진=연합뉴스


3분기 순익이 급감할 것으로 전망되는 것은 일단 2분기 실적이 너무 좋았던 탓도 있다. 금융감독원 발표에 따르면 지난 분기 국내 증권사들의 당기순이익은 9446억원을 기록했다. 이로써 상반기 총 1조 9177억원의 순익을 기록해 2010년 이후 반기 기준 두 번째의 호실적을 달성했다.
 
반면 에프엔가이드 등이 예측한 3분기 전망은 어둡다. 업계 선두권인 미래에셋대우의 경우 지난 분기 1620억원의 순익을 기록했지만 이번 분기에는 1070억원 정도에 그칠 것으로 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거의 40% 정도가 감소한 실적이다.

지난 분기 1310억원의 순익을 거두며 실적 2위를 기록한 한국금융지주 또한 3분기 순익은 1050억원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NH투자증권은 1070억원→900억원 수준으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됐으며 그 밖의 업체들도 2분기 대비 20% 안팎의 감소율을 감당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2분기 호실적의 기저효과 외에도 3분기에는 지난 4일 북한 핵실험이라는 대형 악재가 터져 증시에 악영향을 줬다. 올해 내내 북한이 미사일을 쏘며 도발을 하긴 했지만 6차 핵실험의 경우 투자심리가 상당히 악화된바 있었다. 증시가 위축되면 증권사들의 투자운용수익 감소로 연결되기 때문에 업체들은 피해를 보게 된다.

이 밖에 부동산 규제 강화 역시 증권사들에게 악영향을 줬다. 새 정부가 지난 6월 부동산 규제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수립하면서 시장위축 효과가 3분기에 나타났기 때문이다. 증권사들은 부동산 PF 대출 보증 등 우발 채무를 갖고 있는 상태라 부동산 경기가 꺾이면 부채가 급증하는 자산구조를 갖고 있다.

결국 3분기 순익악화는 단기적인 ‘쇼크’가 아니라 지속적인 순익감소의 시작점이라는 지적이다. 남아 있는 4분기 증권업계 호재로 꼽을 수 있는 것은 ‘초대형IB 육성방안’ 정도가 유일하다. 현재 업계 선두권 5개 업체가 초대형IB 인가신청을 한 상태지만, 금융당국이 상당히 엄격한 심사를 진행 중이라 미래를 낙관하기는 시기상조라는 지적이다.

한 관계자는 “올해 하반기에는 업계에 호재로 꼽을 만한 이슈가 전무한 상태”라면서 “새 정부 출범 직전 호실적을 기록했던 점이 오히려 ‘규제강화’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와 오랫동안 수익구조를 약화시킬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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