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KIA 타이거즈가 두산 베어스의 맹추격에 결국 공동 1위 자리를 내줬다. 정규시즌 종료가 눈앞인데, KIA로서는 날벼락을 맞은 듯한 상황이 벌어졌다.

24일 열린 광주 경기에서 KIA는 한화에 0-5로 무기력하게 패했다. 반면 두산은 잠실 kt전에서 6-4로 이겼다. 그 결과 KIA(82승 1무 55패)와 두산(82승 3무 55패)은 승률이 똑 같아져 공동 1위가 됐다.

두산은 사상 초유의 반전 드라마를 쓰며 '미러클 두'의 위력을 뽐냈고, KIA는 믿기 힘든 두산의 추격에 꼬리를 잡혀 초비상 상태를 맞았다. 

   
▲ KIA가 두산의 추격에 공동 1위를 허용, 우승 전선에 초비상이 걸렸다. /사진=KIA 타이거즈


전반기 종료 시점 KIA는 부동의 단독 1위였다. 2위 NC와 8게임 차로 넉넉한 승차를 유지했고, 당시 두산은 5위에다 KIA와 13게임 차나 났다. 그런데 후반기 들어 두 달여만에 두산이 무섭게 치고올라와 13경기 차를 지웠다.

이제 KIA는 6경기, 두산은 4경기만 남겨뒀다. KIA가 6경기를 모두 이기면 자력 우승을 할 수 있다지만 '희망사항'일 뿐이다. 한두 경기만 삐끗해도 KIA는 KBO리그 역사상 처음으로 전반기 5위팀에게 13경기차를 역전당해 1위를 놓치는 불명예 기록을 세울 위기로 몰렸다.

두산의 상승세야 디펜딩 챔피언의 저력, 투타의 조화 등으로 설명이 되겠지만 KIA가 어쩌다 이렇게 크게 벌어졌던 승차를 유지하지 못하고 추격을 허용했는지는 되짚어봐야 한다.

팬들의 원성이 높은 부분은 코칭스태프나 선수들이 심적인 우승 축포를 너무 일찍 터뜨린 것 아니냐는 것이다. 두산의 상승세가 두드러졌지만 아직 거리감이 있을 때, 그 이전 1위 추격팀이었던 NC 다이노스의 하락세를 보면서 올 시즌은 쉽게 한국시리즈에 직행할 수 있겠다는 KIA의 팀 분위기가 감지됐던 것이 사실이다.

KIA의 1위가 당연시 되면서 팀 안팎의 관심사는 김선빈의 타율 1위 질주, 양현종 헥터의 20승 달성 여부, 불안한 불펜진을 어떻게 정비해 한국시리즈를 준비해야 하는지 등으로 쏠려 있었다. 

하지만 결과론적으로 KIA는 이런 부차적인 면보다는 조금이라도 빨리 우승을 확정짓는 방향으로 팀의 모든 역량을 집중시켜야 했다. 산술적으로 순위 역전 가능성이 남아 있다면, 그 가능성을 지우기 위해 전략을 짜고 일정을 검토하고 또 검토하면서 우승할 수 있는 승수 확보에 총력을 기울여야 했다.

팬들이 김기태 감독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하는 것이 바로 이 부분에 집중돼 있다. 팀 분위기가 다소 들떠 있더라도 감독은 냉철하게 현식을 직시하면서 분위기를 다잡아 나가야 했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선발투수가 초반 대량실점을 해도 에이스급이라고 좀 더 지켜보자는 식의 느긋한 경기운영이 쌓이다 보니 팀 전체적인 밸런스가 무너졌다는 시각도 있다.

일찌감치 선두로 치고나가 4월 이후 1위 장기집권을 해온 KIA에게 올 시즌 페넌트레이스 우승보다 더 중요한 일은 있을 수 없었다. 궁극적인 목표인 한국시리즈 제패를 위해서도 직행 티켓 확보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KIA는 팀간 상대전적에서 두산에 7승1무8패로 뒤졌기 때문에 같은 승률로 시즌을 마치면 2위다. 두산보다 무조건 2승 이상을 더 올려야 한다. 

'때늦은 후회' 같지만 KIA에게는 이제라도 후회하면서 남은 6경기 전승하겠다는 각오로 결의를 다져야 한다. 사실상 팀을 포스트시즌 체제로 전환시켜 매 경기 가진 전력 모두를 쏟아부어야 한다. 정규시즌 1위와 2위는 천지 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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