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금융당국에 대한 국내 증권사들의 목소리가 회사 규모에 따라 미묘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언 뜻 ‘규제완화’라는 한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 같지만 중소형사들은 당국이 대형사에 비해 중소형사 지원에 인색하다는 불만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새 정부 금융당국 인사가 마무리됨에 따라 국내 증권사들도 각자 정부에 대한 요구사항을 내놓고 있다. 특이한 것은 회사 규모에 따라, 그러니까 대형사냐 중소형사냐에 따라 희망사항이 다르다는 점이다. 바꿔 말하면 현재 업계가 나아갈 방향성에 대해서도 대형사와 중소형사들은 미묘한 입장 차이를 갖고 있다.

   
▲ 최흥식 신임 금융감독원장(사진)은 최근 들어 '일부 금융권 규제들이 증권업계의 효율적인 사업 추진에 걸림돌이 됐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피력했다. /사진=연합뉴스


우선 대형사들의 관심은 초대형 투자은행(IB)에 거의 ‘올인’돼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이는 초대형IB의 핵심인 발행어음 업무가 허용되면 ‘신세계’가 열릴 것이라는 계산이 깔려 있다는 지적이다. 대형 증권사 한 관계자는 “발행어음 업무가 허용되면 선진국형 수익모델이 늘어나는 것”이라면서 “대형 증권사들의 업무가 늘어나 자연스럽게 고용도 확충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따라 미래에셋대우,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KB증권 등 대형 증권사들은 특별한 결격 사유가 없는 한 우선 초대형IB 인가를 허가해 주고 업계 분위기를 활성화시켜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대형사들의 들뜬 표정을 바라보는 중소형사들의 마음은 편치 않다. 이미 상당히 벌어져 있는 대형사-중소형사의 격차가 초대형IB로 인해 더욱 벌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원재웅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발행어음 업무는) 대형 증권사에게만 생긴 신규 수익원이라는 점에서 증권산업의 양극화는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소형사들의 우려가 단순한 기우는 아닌 셈이다.

이에 중소형 증권사 사이에서는 금융당국에 영업용순자본비율(NCR) 규제 완화를 요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NCR 비율이란 영업용순자본이 총 위험액의 몇 배인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증권사들의 재무 건전성을 위해 중요한 지표로 분류되지만 중소형사들의 경우 이 숫자를 맞추려다 모험자본 등에 대한 투자를 제한받고 있다는 얘기가 계속 나오고 있다.

한 중소형 증권사 관계자는 “증권회사의 기업금융 관련 대출에 대해서 만이라도 영업용순자본 차감항목에서 제외하는 조치가 단행된다면 숨통이 트일 것”이라면서 “이대로 간다면 대형사와 중소형사 간의 격차는 걷잡을 수 없는 수준으로 벌어진다”고 우려했다.

증권사 규제의 키를 잡고 있는 것은 최흥식 신임 금융감독원장이다. 마침 그는 최근 들어 ‘일부 금융권 규제들이 증권업계의 효율적인 사업 추진에 걸림돌이 됐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피력하며 규제 완화에 대한 업계의 기대치를 높였다. 이에 따라 내달 초대형IB가 실제로 출범하면 증권사 규제 관련 논의 또한 자연스럽게 탄력을 받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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