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동건 기자] 역사라는 스포일러에도 정직하게 감정선을 쌓아 올린 '남한산성'의 성문은 견고했다.

25일 오후 서울 용산구 CGV 용산에서 열린 영화 '남한산성' 언론시사회 후 이어진 기자간담회에는 황동혁 감독을 비롯해 배우 이병헌, 김윤석, 박해일, 고수, 박희순, 조우진이 참석했다.


   
▲ 사진='남한산성' 포스터


'남한산성'은 1636년 인조 14년 병자호란 중 남한산성에서 47일을 버티며 국가 존립에 관한 척화파와 주화파의 갈등을 그린 작품.

먼저 황동혁 감독은 "영화를 만들면서 한반도에 여러 가지 일들이 일어나고 한반도를 둘러싼 정세가 많이 변했다. '남한산성' 소설을 처음 읽었을 때처럼, 380년 전의 역사와 현재의 역사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연출 소감을 밝혔다.

'남한산성'은 청군에 완전히 포위된 상황에서 치욕을 견디고 나라와 백성을 지켜야 한다는 이조판서 최명길(이병헌)과 청의 공격에 끝까지 맞서 대의를 지켜야 한다는 예조판서 김상헌(김윤석), 인조(박해일), 성벽을 지키는 수어사 이시백(박희순), 중요한 일을 담당하게 된 대장장이 날쇠(고수), 청나라의 역관 정명수(조우진) 등이 주요 인물이다.

이병헌, 김윤석의 캐스팅 이후 출연을 확정한 박해일은 "사극이란 장르 안에서 숨을 데가 없겠다 싶었다. 선배들과 호흡을 맞추려고 하니 사뭇 긴장도 되고, 반대로 배울 것도 많겠다 싶어서 굉장히 집중하게 됐다"며 작품에 남다른 애착을 드러냈다.


   
▲ 사진='남한산성' 스틸컷


이병헌 역시 '내부자들'로 호흡한 조우진 외 다른 배우들과는 첫 연기 호흡을 맞추게 됐다. 이에 그는 "그런 부분이 좋았다. 각기 개성 있는 연기를 하는 분들이라 하루하루 긴장을 늦출 수 없는 분위기였다. 너무 좋은 시간이었다"고 전했다.

조우진과 다시 만나게 된 데는 감회가 새로웠다고. 이병헌은 "이번엔 또 얼마나 다른 케미스트리가 나올까 궁금했는데, 절 괴롭힌다는 점에선 '내부자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다음 작품에서 만난다면 다른 관계 설정이 있었으면 좋겠다"며 웃었다.

조우진 역시 "딱 2년 전이다. 현장에서 다시 한번 꼭 이병헌 선배를 만나고 싶다는 생각을 했는데, 이렇게 빨리 기회가 찾아올 줄은 몰랐다"면서 "이병헌 선배는 상대를 '데려가는' 연기에 능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다음에는 같은 편에 서서 편하게 호흡하고 싶다"고 화답했다.

한편 이날 현장에서 공개된 '남한산성'에서는 인조(박해일) 앞 국가 존립에 대해 상반된 주장을 펼치는 최명길(이병헌)과 김상헌(김윤석)의 모습이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특히 두 사람은 어마어마한 대사량을 속사포처럼 뱉어내 보는 이들을 전율케 했다.

이에 대해 이병헌은 "대사를 숙지하고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데 오랜 시간 공을 들였다"며 "대사 NG는 거의 없었다"고 밝혔다.

김윤석과의 호흡에 대해서는 "저는 리허설을 하거나 몇 번 테이크를 하면 상대가 어떻게 연기할지 어느 정도 숙지되고 서로 어떤 호흡이 나올지 예상된다. 그런데 김윤석은 굉장히 불같은 배우라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매 테이크마다 다른 연기를 하고, 강조하는 부분이 매번 바뀌더라. 긴장을 늦추지 않으려 애썼던 기억이 난다"고 혀를 내둘렀다.

이에 김윤석은 그간 숨겨왔던 후일담을 전해 장내를 폭소케 했다. 그는 "대본이 바뀐 걸 모르고 이전 대본에 있었던 대사를 외웠다"면서 "이 중요한 장면에 이렇게 많은 대사를 다시 숙지해야 하다니… 정말 고생을 많이 했다. 일부러 직구, 변화구, 체인지업을 하려 했던 건 아니다. 급조하다 보니 밸런스가 바뀌었다. 이병헌이 잘 받아줘서 좋은 장면이 나온 것 같다"며 이병헌에게 찬사를 보냈다.


   
▲ 사진='남한산성' 스틸컷


역사 자체가 스포일러인 탓에 결말은 비록 모두가 아는 길을 걸었지만, 황동혁 감독의 견고한 연출과 배우들의 열연에 힘입어 '남한산성'은 견고한 벽을 쌓아 올렸다.

이병헌은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은 같지만 소신과 철학이 다른 두 충신, 치우칠 수 없이 옳은 이야기를 하는 두 사람을 보면서 관객들은 과연 누구의 손을 들어줄지 궁금하다"고 설명을 대신했다.

'도가니', '수상한 그녀'를 연출한 황동혁 감독의 신작이자 이병헌, 김윤석, 박해일, 고수, 박희순, 조우진 등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연기파 배우들의 만남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 '남한산성'은 오는 10월 3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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