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 한국거래소(KRX)가 차기 이사장 선임을 위한 추가공모 접수를 최종 마감하고 14명의 후보 중 7명의 이름을 공개했다. 이례적인 공모연장으로 4명이 추가로 지원했는데, 사실상 김성진 전 조달청장과 기존 지원자 김광수 전 금융정보분석원장의 2파전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심지어 일각에선 이번 추가공모 자체가 김성진 전 청장을 후보군에 포함시키기 위한 ‘밑그림’이라는 견해도 나온다.

2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거래소 이사장 후보 추천위원회는 지난 26일로 거래소 이사장 추가공모 지원자 접수가 마감됐으며 총 14명이 지원서를 접수했다고 27일 밝혔다. 각 후보들은 거래소 측에 이른바 ‘신원공개’ 동의여부를 밝힐 수 있다. 쉽게 말해 자신이 이사장직에 도전장을 냈다는 사실을 세간에 공개할지 여부를 선택할 수 있다. 

   
▲ 사진=한국거래소


동의한 후보는 14명 중 절반인 7명이다. 여기에는 김광수 전 금융정보분석원(FIU) 원장, 최홍식 전 코스닥시장본부장, 최방길 전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대표, 신용순 전 크레디트스위스은행 감사, 류근성 전 애플투자증권 대표, 유흥열 전 거래소 노조위원장, 이동기 현 거래소 노조위원장 등의 이름이 보인다.

이 중에서 김광수 전 원장은 추가공모 이전부터 유력 후보로 거론된 인물이다. 사실상 김 전 원장이 낙점됐다는 말까지 나왔던 건 그가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과 가까운 사이이기 때문이다. 현 정부는 이른바 ‘장기하(장하성‧경기고‧하나금융) 라인’이 금융권 요직을 독차지하고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장하성 실장의 파워가 막강한 상황이다.

자연스럽게 김광수 전 원장에게 거래소 이사장직이 돌아갈 거라고 생각했던 분위기가 표변한 것은 금융감독원장 임명 이후부터다. 당초 김조원 전 감사원 사무총장이 유력할 것처럼 보였던 분위기였지만 실제로 임명된 것은 최흥식 전 서울시향 대표였다.

표면상으로 김조원 전 총장의 낙마는 ‘전문성 결여’ 때문인 것처럼 보였다. 김조원 전 총장은 비금융권 감사 경력이 있을 뿐이라서 금융감독 당국의 수장으로는 부적절하다는 견해가 많았기 때문이다. 김조원 카드가 강행됐을 경우 ‘낙하산 논란’이 가속화되면서 문재인 정부 인사정책 자체가 휘청거릴 거라는 지적이 나올 정도였다.

한 꺼풀 벗겨보면 조금 다른 얘기가 들려온다. 김조원 전 총장은 문재인 대통령의 후보 시절 캠프에 소속됐던 인물이다. 즉, ‘장기하 라인’이 아니다. 그가 금감원장으로 물망에 오른 것은 장하성 실장과 고려대 동문인 최종구 전 수출입은행장이 금융위원장으로 임명된 상황에서 일말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였다는 지적이다.

뜻밖의 논란으로 기존 카드가 뒤집히면서 금감원장은 최흥식 전 서울시향 대표가 하게 됐다. 그는 하나금융지주 사장 출신으로, 역시 장하성 실장과 거리가 가까운 인물이다. 문캠 쪽 입장에서는 금감원마저 장기하 라인에 빼앗겨 버린 꼴이다.

세간의 추측 수준의 이야기지만, 거래소가 이사장직에 대해 이례적으로 추가공모 접수를 받으면서 위와 같은 해석에는 더욱 무게가 실렸다. 장하성 실장이 김광수 전 원장을 밀고 있던 상황에서 문캠 라인이 반기를 들고 부산 지역 출신의 김성진 전 조달청장을 밀고 있다는 소문 또한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 해석이 사실이라면, 표면적으로 14인의 후보가 경쟁하는 모양새를 하고 있지만 알고 보면 신임 거래소 이사장직은 ‘김광수 vs 김성진’ 구도로 진행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업계 한 관계자는 "김성진 전 청장의 지원여부가 확실하게 밝혀진 것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으면서도 “세간의 해석이 사실이라면 둘 중 누가 (신임 이사장이) 되든 낙하산 논란을 피할 길은 없어 보인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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