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병화 기자] 현대건설이 서울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 재건축 사업 수주에 성공하며 다음 목적지인 압구정 현대아파트로 향하는 디딤돌을 놓았다.

28일 현대건설 등에 따르면 지난 27일 진행된 반포주공 1단지(1·2·4주구) 시공사 선정을 위한 조합원 총회에서 현대건설이 GS건설을 제치고 시공권을 따냈다.

이날 총회에서는 조합원 2293명 중 2193명이 투표에 참여했고, 현대건설은 1295표, GS건설은 886표를 획득했다.

결과 발표 후 정수현 현대건설 사장은 “흔들림 없이 (현대건설을) 믿어 준 조합원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를 드린다”며 “공동시행사업자로서 조합과 함께 모든 제반 협의사항을 성실히 이행해 나갈 것”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반포주공1단지 재건축 사업은 공사비만 2조6000억원에 달하며 올해 강남 재건축 최대어로 꼽히며 업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지난 4일 시공사 선정을 위한 입찰 마감 결과 현대건설과 GS건설이 제안서를 제출하며 2파전으로 압축된 가운데 진검승부가 펼쳐졌다.

초반 분위기는 GS건설이 주도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GS건설은 이미 2~3년 전부터 (반포주공1단지에) 공을 들이며 조합원들을 포섭한 만큼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고 전했다.

하지만 뒤늦게 수주전에 뛰어든 현대건설은 파격적인 조건을 앞세워 GS건설을 추격했다. ‘이사비 7000만원 무상 지원’ 논란이 불거진 시점도 이 때다. 국토교통부는 관련법의 위반 소지가 있다며 시정 조치를 내렸고, 조합도 이사비 무상 지원을 받지 않기로 결정하면서 이사비 무상지원 논란은 일단락됐다.

   
▲ 현대건설이 제시한 반포주공 1단지 조감도/사진=현대건설 제공

반포주공1단지 수주전이 막을 내린 가운데 업계의 시선은 이제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아파트로 쏠리고 있다.

압구정 현대아파트는 1976년 준공된 현대1차를 시작으로 1987년 14차까지 6000여가구 규모로 조성된 대규모 현대 브랜드타운. 대한민국 부촌(富村) 아파트의 상징이며 현대건설의 자부심이기도 하다.

하지만 고 정주영 명예회장 사후 형제간 재산분할이 이뤄지면서 이른바, 범현대가는 현대건설과 현대산업개발, 현대엠코 등으로 분리됐고, 고 정몽헌 회장이 이끄는 현대건설은 2000년대 이후 강남 주택시장에서 별다른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이후 2011년 취임한 정수현 현대건설 사장은 프리미엄 주택브랜드인 '디에이치'를 앞세워 강남권 재건축 시장에서 명예 회복에 나섰고, 2015년 서초구 삼호가든3차를 수주하는 등 분위기 전환에 성공했다. 

여기에 반포주공1단지 재건축 수주까지 더하며 현대건설은 압구정 현대 재건축 수주전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게 됐다. 한강변 노른자위에 5000가구가 넘는 대단지 아파트 ‘반포 디에이치 클래스트(반포주공1단지)'의 상징성이 클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압구정 현대아파트 재건축 수주전에는 반포주공1단지에서 고배를 마신 GS건설을 비롯해 그동안 강남에서 탄탄한 입지를 다져온 삼성물산과 대림산업 등 내노라하는 굴지의 건설사들이 참여할 전망인 만큼 속단은 이르다는 해석도 나온다.

압구정 현대아파트를 차지하기 위한 건설사들의 수주전은 이제 시작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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