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문제제기

자본시장법상 우리나라 상장사 임원의 경우 2014년부터는 연봉이 5억원을 초과하는 경우 그 금액을 공시하도록 하고 있다. 즉, 2013년 5월 개정된 자본시장법에 따라 2014년부터 정기사업보고서에 상장사 임원 개인별 5억원 이상 보수와 그 구체적인 산정기준 및 방법을 기재함으로써 이를 공시하도록 강제하고 있다(자본시장법 제159조 제2항 제3호).

이처럼 법을 개정하여 임원의 보수를 공개하도록 한 이유는 경영투명성 제고에 있으며, 그 근거로는 미국이 이미 1933년부터 증권법(1933년)과 증권거래소법(1934년)을 통해 임원의 보수를 공개하고 있었다는 점을 들었다.

결국, 이러한 입법론적 정당성 때문에 우리나라도 2014년부터 5억 원 이상의 연봉을 받는 임원들의 보수를 공개하도록 한 것이다.

그러나 정작 미국이 추구했고, 현재 추구하고 있는 임원보수제도의 본질이 우리나라의 보수공개제도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점에서 우려의 시각들이 많았다.

그리고 이러한 우려가 현실화 된 듯하다. 즉, 5억원 이상의 보수를 받는 임원들의 연봉이 공개된 후 언론을 비롯한 정치권이 주도하여 우리나라 임원들의 보수와 근로자들의 임금을 단순비교하면서 그 보수가 과다하다는 여론을 형성하고 있다. 한걸음 더 나아가 오너 일가의 비등기 임원들의 보수가 공개되지 않는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향후에는 비등기임원들의 보수도 공개해야 한다는 주장들도 여과없이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임원의 보수는 해당 기업의 경영전략이나 경영효율성제고와 관련된 영업비밀에 해당하며, 동시에 임원 개개인의 프라이버시와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다는 점에서 헌법 제37조 제2항에서 규정하고 있는 과잉금지의 원칙에 위배 될 수 있기 때문에 입법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주장들도 제기되고 있다.

더욱이 헌법적 정합성이나 입법적 정당성 없는 보수공개는 경우에 따라서는 일명 마녀사냥으로 전락하면서 경영효율에 기여할 수 있는 인사들이 경영참여를 회피하는 것은 물론이고, 투자를 회피하는 결과를 가져 올 수 있기 때문에 충분한 법리적 검토를 필요로 한다는 지적들이 많다.

이러한 여러 가지 쟁점들을 보건대 임원보수공개 문제는 당분간 우리사회의 뜨거운 관심사가 될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나 정작 문제는 이러한 논란이 지속될수록 사회적 비용이 증가하는 등 국가경제는 물론이고 국민대통합 차원에서 부정적 결과만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조속한 시일 내에 현재 진행되는 쟁점들을 검토한 후 이에 대한 해결방안의 모색이 시급하다고 할 수 있다.

그 쟁점으로는 ① 우리나라 상장기업 임원 보수액의 과다여부, ② 개별 임원 보수공개 입법의 목적 정당성, ③ 국민의 알권리와 임원들의 프라이버시권의 관계, ④ 비 등기 임원의 보수 공개 정당성 확보여부 등을 들 수 있다. 이하에서는 이러한 점들을 중심으로 법리적 검토를 해 보고자 한다.

II. 쟁점 검토

1. 우리나라 임원보수의 과다여부

상장사들이 지난 3월 31일 이후 수일간에 걸쳐 사업보고서를 통하여 5억 원 이상 보수를 받는 임원들의 명단과 보수액을 공시한 바 있다. 그리고 이러한 보고서를 바탕으로 지난 4월 1일 재계정보사이트인 재벌닷컴이 주요 그룹 상장사 임원들이 지난해 받은 보수가 평균 10억원 정도로 직원 평균 보수의 14배인 것으로 조사됐다고 한다.

이후, 대다수의 언론 및 방송사들은 일반직원과 임원간 보수차액을 비교분석하면서 임원들의 보수가 과다하는데 초점을 맞추어 기사화 한 바 있다. 즉, 2013년 10대그룹 상장사 임원의 평균 보수는 10억4천 만 원이며, 이는 일반 직원들의 평균 보수 7천5백 만 원보다 14배 가까이 많다는 논평을 한 바 있다. 특히, 그룹별로는 삼성그룹 임원이 평균 16억7천여만 원을 받아 가장 많았고 SK그룹 임원이 평균 12억6천여만 원, 현대차그룹 임원은 평균 11억여 원을 받은 것으로 집계됐다고 한다.

특히, 삼성전자가 2014년 3월 31일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CEO들의 보수가 최고 67억7300만원(스톡옵션 포함) 었다고 한다.

그러나 반드시, 우리나라 임원들의 보수가 많다고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들도 있었다. 즉, 미국 연봉 정보 제공업체 '페이스케일' 자료에 따르면 '포천'지 기준 1위 기업인 엑손모빌의 CEO와 일반 직원의 연봉 평균은 121배에 달하고 월마트는 1034배였다고 한다. GE와 포드자동차도 각각 105배, 304배로 대다수 대기업이 세자릿수에 달하는 연봉 격차를 보이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애플 최고경영자(CEO) 팀 쿡은 스톡옵션을 포함하여 지난 3년간 연평균3780만달러(약 402억원)의 보수를 받았다고 한다. 참고로 팀쿡은 2011년 무려 3억7618만달러에 달하는 스톡옵션을 포함해 3억7800만달러(약 4011억원)를 받았다고 한다. 미국증권거래위원회(SEC)에 신고된 애플 경영진 5명의 평균연봉도 6240만달러로 삼성전자의 8배를 넘었다고 한다.

그리고 일반 근로자와 CEO의 소득 격차도 미국이 354배, 일본이 67배, 삼성전자의 등기이사 1인당 평균 보수는 54억5200만원으로 직원 평균 연봉(1억200만원)보다 53배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결론적으로 보면, 단순 비교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삼성전자 임원이 과도한 보수를 받았다고 평가하는 것은 논란의 여지를 안고 있다.

특히, 삼성그룹의 경우에는 영업실적이 좋았다는 점에서 삼성전자 임원의 과다보수를 논하는 경우 자칫하면 마녀사냥이라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

반면에 영업실적이 적음에도 불구하고 고액연봉을 받는지 여부와 관련하여 국내상장사임원들이 과도한 보수를 받았는지 여부에 검토 또한 필요하다.

이와 관련하여 최근, 배임 등의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고 수감 중인 오너 회장들이 수십에서 수백억대의 보수를 받은 것으로 나타나 적절성 여부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이러한 문제는 우리나라만 있는 것이 아니다. 미국도 2007년 리먼브러더스 사태 당시 부실자산구제프로그램(TARP) 대상기업으로서 정부구제기금을 받은 원조액 상위 10대 그룹들이 금융위기가 시작되던 2007년 자신들의 CEO들에게 지급했던 보수총액은 2억4천2백만 달러에 달하며 이는 평균 2천5백만 달러의 보수를 받았다고 한다.

야후에서 최근 실적부진으로 해고된 카스트로 전 야후 COO도 15개월 간 일한 대가로 5800만 달러(약 602억6200만원)을 받았다고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본다면, 이번 상장사 등기임원보수를 두고 우리나라만 특히 많으면 성과없이도 과다한 보수를 받는 다는 식의 여론형성은 반기업정서만 확대시키고, 이는 책임경영을 회피하는 결과를 가져 올 수 있다는 점에서 보다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본다.

2. 임원보수공개 목적: 주주들의 간접적 통제장치

미국을 비롯한 각국이 임원보수를 공개하도록 하는 것은 주주들이 직접적으로 임원들의 보수를 통제할 수 있는 법적 장치가 미흡한 상황에서 최소한 간접적으나마 임원들의 보수를 통제하고자 하는데 있다. 즉, 이사회가 임원들의 보수를 임의로 정할 수 있는 상황에서 최소한이나마 경영진의 도덕적 해이를 견제할 수 있는 경영투명성 제고방안으로 고액연봉임원을 공개하도록 한 것이다. 즉, 국민의 알권리를 충족시키기 위한 마녀사냥식의 보수공개가 미국 증권법과 증권거래소법의 목적이 아닌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우리나라는 상법상 이사의 보수는 정관으로 정하도록 하고, 정관에 정하지 않은 경우 주주총회가 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제388조). 즉, 이사의 보수에 관한 최종 결정자는 주주인 것이다. 반면에 미국의 경우에는 이사와 임원의 보수 모두는 공히 이사회내 보수위원회에서 결정하도록 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비록 오래전부터 임원의 보수를 공시하기는 하였지만 주주의 통제가 없는 임원의 보수결정은 이사회의 도덕적 해이를 유발시키는 문제가 지속적으로 발생한 바 있다. 따라서 미국은 2001년 엔론사의 분식회계사건 이후 사베인즈-옥슬리법(Sarbanes-Oxley Act of 2002, 제409조)과 SEC 규칙을 개정하여 시가총액 7억 달러 이상 상장기업의 이사 또는 CEO 중 연봉 10만달러를 초과하는 상위 3인을 포함한 총 5인의 임원의 보수계약 및 계획(스톡옵션, 퇴직보수, 보너스 등 포함)을 의무적으로 공시하도록 공시규정을 강화한 바도 있다.

그럼에도 2007년 리먼 사태에서 보듯이 정부구제기금을 받은 원조액 상위 10대 그룹들의 CEO들이 평균 2천5백만 달러 (한화로 약 260억원)의 보수를 받는 등 도덕적 해이가 심각한 상황이었다.

급기야 오바마 정부는 미국 정부는 긴급경제안정화법(일명 ‘구제금융법) (EESA: Emergency Economic Stablilization Act, 2008.10.3, 원안) 및 미국 경제회복 및 재투자법(일명 ‘경기부양법’)(ARRA: American Recovery and Reinvestment Act, 2009.2.13, 개정)을 제정하면서 구제금융법은 대상 금융기관의 임원연봉을 50만 달러로 제한하였으며, 경기부양법은 대상을 지원받고 있는 금융회사 뿐만 아니라 이미 지원받았거나 향후 지원받을 금융회사로 확대하였다. 그리고 대상 기업들에 대하여는 주주총회 등에서 임원 보수에 대한 별도의 주주투표권을 부여한 주주승인제도(say on pay)도 도입하였다.

그리고 오바마 행정부는 재정지원을 받은 기업에 대해 회사별 최고연봉 25명의 보수를 감시토록 한 바 있다. 즉, 미국은 리먼사태 이후 구제금융을 받는 기업들에 대한 보수 통제와 주주총회의 승인이라는 제도적 개선을 추진한 바 있다.

즉, 미국에서의 임원보수공개제도는 주주통제의 대안으로 제도화된 것이며, 도덕적 해이가 심각한 리먼 사태이후 구제금융대상 기업들의 경우 임원보수는 주주총회의 승인을 요하는 것으로 개선한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이미 상법 제정당시인 1962년부터 이사의 보수는 주주총회에서 정하도록 한 바 있다(상법 제388조).

즉, 미국이 2008년에 부실기업 CEO들의 도덕적 해이를 차단하기 위하여 도입한 제도를 우리는 이미 50여년 이전부터 시행해 왔던 것이다. 지난해 전 세계적으로 최대 흑자기업인 삼성전자 CEO의 연봉이 미국 부실기업 CEO연봉의 5분의 1에 불과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본다.

이러한 점을 고려하여 볼 때에 우리나라에서 미국이 실시하고 있는 임원보수공개제도를 그대로 시행하고자 하는 것은 그 본질 면에서 과도한 통제가 될 수 있다. 다만, 부실기업으로 채권자나 정부의 구제금융을 받는 기업의 경우 임원의 연봉을 제한하고 공시를 강화하는 것은 나름대로 정당성이 있다고 본다.

따라서 앞으로 기업임원의 보수공개 논의는 도덕적 해이가 발생할 수 있는 기업들에 집중적으로 이뤄지는 것이 효율적일 수 있다.

예를 들어 부실화된 기업의 임원이 과다한 보수를 받은 경우에는 이를 공개하여 주주들이 책임추궁을 하는데 자료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경영투명성을 제고함은 물론이고 향후 CEO들의 도덕적 해이를 방지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될 수 있다고 판단된다.

따라서 임원보수의 개별공개문제는 경영투명성이 아닌 경영효율성 차원에서 제도론적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본다.

3. 보수공개와 경영투명성제고, 그리고 프라이버시권과의 관계

이번 자본시장법 개정을 통하여 임원의 보수를 공개하고자 한 취지는 경영투명성 제고였다.

그러나 이미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우리나라는 그 어느 나라보다도 경영투명성을 제고함과 동시에 임원들의 도덕적 해이를 차단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있다. 즉, 우리나라는 그 동안 등기임원들의 보수(스톡옵션 포함)를 주주총회에서 그 최고한도를 정하도록 하고, 이를 공시하도록 함으로써 주주들이 직접 이사의 보수를 통제할 권한을 갖고 있다 (상법 제388조).

그러나 미국의 경우에는 이사의 보수를 이사회가 정하며, 그 기초작업도 이사회 내 보상(보수)위원회가 결정하도록 하고 있다. 따라서 미국은 보상위원회가 주주보다는 CEO의 영향력을 더 받는 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경영투명성의 핵심은 회계 투명성을 확보하는 것이지 국민의 알권리 충족이 아니다. 현행법상 회계투명성과 관련하여 임원보수액의 지급내용을 누락시키거나 과소계상하는 것은 분식회계와 허위공시에 해당하기 때문에 증권집단소송법의 대상이 됨은 물론이고 형사처벌의 대상도 된다. 따라서 굳이 임원의 개인별 보수를 전 국민들에게 공개하지 않더라도 현행법상 기업경영의 투명성 확보장치는 이미 마련되어 있다. 보수공개의 모델이 된 미국증권거래위원회규정은 주주들에게 보수를 통제할 수 있는 권한은 부여하지 않고, 이사회에서 보수를 정하도록 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 볼 때, 미국의 보수공개제도는 국민의 알권리를 일부 충족시키기는 하지만 정작 주주들에게 임원보수를 통제할 수 있는 권리는 주지 못하는 실패한 모델이라고 할 수 있다.

반면에 우리나라는 주주들이 임원의 보수한도를 승인하는 등의 주주에 의한 임원의 직접적 보수통제가 가능하지만, 임원 개개인의 보수를 개별적으로 공개하지 않아 국민의 알권리는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공개범위와 관련하여 미국도 모든 임원의 개별보수를 공개하라는 것이 아니라 연봉 10만달러를 초과하는 상위 3인을 포함한 총 5인의 임원보수만 공개하도록 하고 있다.

이 점에서 이번 자본시장법상 임원보수공개는 5억원 이상만 되면 모든 임원 개개인의 보수를 공개하도록 하는 것은 미국이나 독일, 일본 등과 비교해 볼 때 공개범위가 과도한 것은 사실이다.

추가로 우리가 간과해서는 알 될 것이 있다. 그것은 바로 임원 개개인의 보수는 프라이버시이며 동시에 기업의 영업비밀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오히려 우리 현행법상 주주에 의한 임원의 총보수한도 통제가 주주이익도 보호하면서 임원 개개인의 프라이버시 및 기업의 영업비밀도 보호할 수 있는 우수한 제도이다.

누가 뭐라 해도 임원보수액의 가장 큰 이해관계자는 주주이다. 그럼에도 주주가 아닌 일반국민들의 알권리를 충족시키고자 임원 개개인의 보수액을 공개하도록 강제한다면 오히려 주주들에게 불이익을 주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도 있음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특히, 우리 헌법은 국민의 알권리를 기본권으로 명문화하고 있지는 않다. 반면, 프라이버시권은 헌법 제10조와 제17조에 명문으로 규정하고 있으며, 일반적으로 사생활을 함부로 공개당하지 아니하고 사생활의 평온과 비밀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홀로 남을 권리, 소극적 개념의 프라이버시권)와 자신에 관한 정보를 관리·통제할 수 있는 권리(정보주체의 자기결정권) 모두를 의미하는 것으로서 인간의 존엄성과 행복추구권을 규정하고 있는 헌법 제10조에 근거를 두고 있다.

그리고 헌법 제17조는 모든 국민의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보장하고 있는데, 이 규정은 공권력과의 관계에서 국민의 프라이버시를 보호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해 왔다.

그러나 국민의 알권리도 간접적이기는 하지만 헌법 제21조의 언론·출판의 자유 보호규정에 의하여 역사적으로 확립된 국민의 기본권 중의 하나로서 존중되어야 할 국민의 기본권임은 분명하다.

따라서 국민의 알권리와 프라이버시권이 서로 충돌하는 경우 어느 기본권을 우선시 할 것인가 하는 것이 문제가 된다.

이와 관련하여서는 해석상 공공부문에서는 프라이버시권보다는 국민의 알권리가 우선적으로 적용되어야 한다고 본다. 그러나 민간부분에서는 국민의 알권리보다는 프라이버시권이 우선적으로 고려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물론, 프라이버시권도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수불가결한 경우에는 법률로써 제한 할 수 있으며, 알권리가 프라이버시권보다 우선할 수 있다.

그러나 기업임원의 보수공개가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수불가결한 것이라고 보는 것은 해석상 무리가 있다.

4. 연봉공개의 범위 확대: 미등기임원의 보수공개

2014년 3월 말 이후 상장기업의 연봉 5억 원 이상인 등기임원들의 보수가 공개된 후, 일각에서는 이것만으로는 미흡하고 미등기임원의 보수와 보수산정 기준도 법으로 공개하도록 강제해야 한다는 주장들이 제기되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사전에 검토해 볼 사안들이 있다. 우선, 미등기임원의 개념이 무엇인가 하는 점이다. 미등기임원이란 해석상 노조법의 보호대상이 아니면서 이사등기가 되지 않은 집행임원을 의미하는 것으로 이해된다. 그리고 이러한 집행임원 중에는 집행임원을 설치한 주식회사의 등기집행임원과 집행임원을 설치하지 않은 주식회사의 미등기집행임원이 존재할 수 있다.

더욱이, 상법상 집행임원의 개념조차 아무런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즉, 상법 제408조의2부터 제408조의9까지 집행임원에 대하여 규정하고 있지만, 이사회에서 임명할 수 있다는 규정과 집행임원의 권한과 책임에 관하여 규정 외에는 어디에서도 집행임원이 누구인지를 명백히 규정하고 있지 않다.

이러한 점을 고려하여 볼 때에 미등기임원의 보수를 공개하도록 법으로 강제하는 경우 공개대상이 애매하여, 법적용상의 혼란을 야기할 수 있으며, 긍극적으로는 법치주의에 심각한 훼손을 가져올 수 있다고 본다.
더욱이, 회사로부터 보수를 받지 않고 이익배당과 기타소득만을 대가로 경영에 참여하는 경우, 개인의 소득 모두를 보수로 산정하여야 하는 초법적 결과들이 발생할 수 있다. 특히, 주주는 상법상 대주주이든 소액주주이든 공히 주주로서 공익권을 행사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하여 경영참여가 가능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등기임원의 보수도 공개하여야 한다는 주장을 공론화하여 입법화가 된다면 이는 주주의 권리행사를 법으로 저해하는 결과를 초래하여 주식회사의 기본원리에 반하는 입법이 될 수 있다.

III. 대안제시

각 나라들이 기업임원들의 보수를 일정한 범위내에서 공개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보수공개가 사실상 효력이 있는가에 대하여는 여전히 의문이 발생하며, 특히, 미국의 경우 1930년대부터 임원의 보수를 공개하였지만 2008년 리먼브러더스 사건에서 보듯이 여전히 미국의 보수공개제도는 실패한 제도로 평가받고 있다.

그리고 그 핵심은 우리나라와 달리 주주가 임원들의 보수를 전혀 통제할 수 없다는 점이다. 따라서 오바마 행정부는 구제금융대상인 기업들에 대하여 별도로 임원의 보수는 주주들의 승인을 받도록 한 바 있다.

즉, 미국의 금융위기 극복을 위한 부실자산구제프로그램(Troubled Asset Relief Program: TARP)의 운영을 위해 제정된 긴급경제안정법(Emergency Economic Stabilization Act of 2008: EESA)과 미국경제회복과 재투자를 위한 법률(American Recovery and Reinvestment Act of 2009: ARRA)에서 임원보수는 주주총회의 승인을 요하는 것을 구제대상 기업들을 상대로 그 적용을 의무화하였다.

이러한 관점에서 본다면, 이미 우리나라는 미국보다도 선제적으로 이사보수를 주주가 통제할 수 있도록 했다는 점에서 기업임원의 보수를 공개하도록 한 것은 과도한 반시장적 입법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다만, 우리나라에도 부실기업의 임원이 도덕적 해이로 인한 과도한 보수를 받는 일이 발생하였고, 이 또한 앞으로도 가능하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이러한 기업임원의 도덕적 해이를 차단하고 부실기업의 경영투명성을 제고하고자 한다면, 상장폐지실질심사 대상이 된 상장사 또는 적자를 본 상장사에 한하여 등기임원들의 보수를 개별적으로 공개하도록 자본시장법을 개정하는 것이 주주도 보호하고 기업임원들의 프라이버시를 보호할 수 있다고 본다.

IV. 결어

상장사 개별임원의 보수를 공시하도록 강제하는 자본시장법 개정안 발의당시 정부는 정작 보수공개를 통해 얻는 국가경제적 실익이 무엇인지는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고, 단지, 기업 경영투명성 제고라는 취지만을 언급한 바 있다.

사실 경영투명성 제고란 영업비밀을 최대한 노출시키라는 것을 의미하는데, 기업입장에서 볼 때에는 부담스러운 것은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본시장의 투자자와 채권자들을 위하여 법으로 공개하도록 강제해야 할 정보들이 있다. 특히, 회계 관련 정보는 투자와 신용제공 여부를 정하는데 중요한 자료인 만큼 법으로 이를 공시하도록 강제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투자자나 채권자 보호와는 관련없는 정보를 공시하도록 요구하는 것은 자본시장을 위축시키는 결과만 가져 올 수 있다.

따라서 최근 상장사 임원보수공개 확대와 관련하여서는 최소한 투자자와 채권자 보호에 기여하는 순기능이 무엇이고, 이에 대한 검증이 필요하다.

그러나 최근 논의는 이보다는 오히려 국민의 알권리만 충족시키려는 정치적 선전으로 변질되는 듯하여 안타깝다. 일각에서는 마녀사냥이나 신상털기를 법으로 보장할려는 결과가 초래될 수 있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러한 우려가 나오는데는 이유가 있다. 그것은 바로 외국법제와 비교해 볼 때 합리성이 결여된 “묻지마식 폭로”로 우리 사회가 사분오열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고액 연봉 자체를 문제삼기 보다는 경영 실적이 좋으면 고액의 연봉을 받고 실적이 부진하면 적은 연봉을 받는 것이 당연하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도록 여론을 형성하는 언론의 노력도 필요하다고 본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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