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정광성 기자]부정청탁 및 금품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 시행 1주년을 맞이한 가운데 정작 이 법을 통과시킨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는 추석선물이 넘쳐났다. 

김영란법 시행 초기였던 올해 설 명절 때만 해도 몇 안 되는 선물만 덩그러니 놓여있던 썰렁한 모습과 대조적이다. 

추석을 앞둔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1층 로비에는 추석 선물 배달로 택배기사들이 문전성시를 이뤘다.

의원회관 택배보관소에는 사과·배·멜론 등 청과물을 비롯해 명절마다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유명 기업의 스팸·참치캔·주류 등의 선물도 쉽게 눈에 띄었다.

특히 겉으로 봐선 내용물을 알 수 없게 만든 '無라벨' 택배도 보관함 여기저기에서 찾아볼 수 있었다.

   
▲ 김영란법 시행으로 국회에 배달되는 선물이 줄어들었지만 반면 내용물을 알아볼 수 없는 표시 라벨이 없는 선물이 늘었다. /사진=미디어펜

야당의 한 의원실 관계자는 “김영란법 시행 이전에는 선물이 산더미처럼 쌓여 사람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많았다”면서 “그에 비하면 선물의 양도 줄었고, 예전보다 고가의 선물은 많이 없어졌다”고 했다.

다른 의원실 관계자도 “김영란법 시행을 확실히 실감하는 것 같다”면서도 “올해 설 명절 때와 비교해 이번 추석선물은 훨씬 많이 들어왔다"고 했다. 

국회 의원회관을 관리하고 있는 한 관계자도 “지난해 추석과 비교하면 선물 물량이 적어졌지만 예전과 달리 내용물을 알아볼 수 없도록 내용물 표시 라벨이 없는 선물이 늘어난 것이 사실”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다수의 정치권 관계자들은 하나같이 “김영란법 이후 지난 설명절 보다는 선물이 많이 진 것은 인정하지만 금액은 법 기준치를 벗어나지 않는다”며 “보는 눈이 많기 때문에 고가의 선물은 여기로 배달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실제로 국회 로비에 쌓인 택배 가운데 내용물이 표시된 선물의 가격대를 확인해 보니 사과나 배 등 청과물은 대형마트와 온라인 쇼핑몰에서 1만원 대에서 많게는 4만원대에 판매되고 있었다.

한 야당의 중진의원실 관계자는 “작년 같으면 의원실에 선물을 보관할 자리가 없었다”며 “지금은 직원들이 추석에 가져갈 선물도 없는 것이 현실이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김영란법 시행으로 인해 우리 사회에 올바른 선물 문화가 자리 잡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지만 직접적인 피해를 보는 것은 지역의 농민”이라면서 “지역에 내려가 보면 김영란법을 바꿔달라는 민원들이 너무 많은 것이 사실”이라고 했다.

그는 이어 “현재 농림부장관을 비롯해 정치권에서도 김영란법 개정을 논의 중이다”며 “조금이라도 빨리 법 개정이 되어 현장에서 직접 피해를 보는 농민들이 살만한 세상이 왔으면 좋겠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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