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문재인 정부의 강경한 태도에 금융권이 긴장하고 있다. 명목상 ‘금융 소비자 보호’를 강조하고 있지만 실상은 업체들에 대한 ‘군기잡기’처럼 비쳐지고 있다. 업계 분위기가 지나치게 경직될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 들어 최근 업계 내부의 분위기가 상당히 경직된 모습이다. 명목상 금융당국이 ‘금융소비자 보호’를 외치고 있는 것은 이해가 가지만 업계의 목소리는 외면 받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 사진=미디어펜


실제로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지난달부터 경쟁이라도 하듯 회의를 소집해 ‘금융소비자 보호’를 동어반복하듯 강조하고 있다. 지난달 21일 최흥식 신임 금감원장은 금융소비자 권익제고 자문위원회를 출범시키고 첫 회의를 소집했다. 회의에는 금융업계를 포함한 각계 전문가들이 참석했다.

바로 다음날엔 김용범 금융위 부위원장이 추석연휴 기간중 금융분야 민생지원 방안 회의를 주재했다. 여기에도 6개 금융협회장과 신용보증기금 등 관련 기관들이 참석했다. 다음으로 25일엔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손해보험협회를 현장 방문해 ‘소비자중심 금융개혁’을 발표한 뒤 금융소비자 30명 등과 간담회를 진행했다.

26일엔 금융위원장이 금융투자협회장과 자산운용사 대표 10명을 불러 모아 “자산운용업계가 투자자 이익을 위해 움직여 왔는지, 투자자 이익보다 업계 자신의 이익을 우선하지는 않았는지 돌이켜볼 필요가 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같은 날 금감원장 역시 은행연합회, 금융투자협회 등 6개 금융협회장과 금융소비자 권익제고 관련 간담회를 가진 자리에서 금융사들을 비판하는 취지로 발언했다. 

금융당국이 소비자 보호를 반복적으로 외치고 있는 그 자체에 불만을 갖는 사람은 없다. 문제는 적절성이다. 불과 보름 정도의 시간동안 몇 번이나 대형 금융사 대표들을 불러 쓴 소리를 하는 게 얼마나 실질적인 효과를 낳는지에 대한 의문이 존재한다.

신임 금감원장 취임을 전후로 감사원이 금감원에 대한 고강도의 내부감사를 진행한 것도 입길에 오르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잘못을 하면 제재를 받는 건 당연한 일이지만 시기나 강도 면에서 ‘의도’가 있다고 보는 사람이 생각보다 많다”면서 “금융소비자 보호를 강조하는 것도 소비자 보호라는 미명 하에 업체들을 길들이겠다는 것 아니냐는 볼멘소리가 꽤 크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일련의 상황을 최흥식 금감원장을 비롯한 새 정부 인사들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한 ‘작업’의 일환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최 원장은 실제 지명 직전까지 하마평이 거의 나오지 않던 인물로, 원래 금감원장 자리는 김조원 전 감사원 사무총장에게 낙점됐다는 설이 많았다. ‘전문성 결여’를 사유로 비판론이 제기되자 인사방침이 변경되면서 금감원장의 리더십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 고강도 감사가 때마침 진행됐다는 해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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