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식적인 악성민원에 속수무책"
한때 서비스산업이 도입되면서 '고객은 왕'이라는 말이 있었다. 소비자와 만나는 모든 산업군에는 '소비자 만족'을 최우선으로 고려했다. 이러한 정책은 한국 서비스산업의 질적 성장을 가져왔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블랙컨슈머'라는 말이 나오고 소비자들로 인해 피해를 보는 기업과 직원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소비자 만족' 정책의 부작용이다. '갑과 을의 전도', '을의 갑질화'가 보다 노골화되고 지능화되고 있다. 이에 본지는 '블랙컨슈머'의 현실을 심층적으로 따져보고, 기업이나 직원들의 피해사례 등을 소개한다. 아울러 '블랙컨슈머'가 아닌 '화이트컨슈머'가 되기 위한 바람직한 방향성을 제시하고자 한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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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P기획-블랙컨슈머⑦]현장을 가다-은행

[미디어펜=백지현 기자] #1. 은행을 찾은 A씨는 창구에서 3만9원을 출금해 달라고 요청했다. 창구직원이 3만10원을 건네주자 A씨는 “3만9원을 출금하는데 왜 3만10원을 주느냐. 1원짜리를 포함해 정확하게 9원을 달라”며 억지를 부렸다. 이에 직원이 10원을 지급한 상황에 대해 설명하자 A씨는 정확한 금액을 주지 않고 업무를 지연시켜 피해를 봤다며 “금전적인 피해보상을 해 달라”고 소란을 피웠다.

#2. B씨는 은행 출입문 한쪽 문이 고정돼 열리지 않는데, 이를 고객이 인지할 수 있도록 ‘고정문’ 표시를 하지 않았다고 난동을 부렸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자동화기기(ATM) 소독 상태가 불량해 모기에 물렸으니 이에 대해 사과하고, “금품을 통해 보상해 달라”고 고성을 질렀다.

은행권이 비상식적인 민원을 제기해 금품을 요구하는 ‘블랙 컨슈머(Black Consumer)’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블랙 컨슈머는 금전적인 보상을 전제로 고의적이고 반복적으로 악성민원을 제기하는 소비자를 뜻한다. 대표적으로 식음료 업계 등 유통분야에서 구매한 상품의 품질 상태 등을 문제 삼아 기업에 과도한 피해보상을 요구한 사례가 빈번했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엔 업계 전반에 걸쳐 블랙 컨슈머가 활개를 치고 있는 상황으로 은행권 역시도 이들의 비상식적인 민원에 속수무책이다.

블랙 컨슈머들은 금전적 보상을 바라고 고의적으로 민원을 제기하기 때문에 통상 요구가 받아들여질 때까지 소란을 피우는 경우가 다반사다. 이들에 대한 대응으로 직원들의 업무가 지연되면 결국 일반 고객들에게까지 피해가 고스란히 전가된다.

따라서 은행권은 별도의 민원 전담팀 등을 운영해 은행 업무에 지장이 없도록 대응책도 마련하고 있다. 그럼에도 이미 답을 정해 놓고 온 블랙 컨슈머의 발길을 돌리려고 응대할수록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와 두 손 두 발 다 들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한다.

은행권 관계자는 “납득할 수 없는 민원을 제기해 금품을 요구하는 사례가 많다”며 “민원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직원의 실수할만한 여지를 찾아 보상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콜센터 직원에 대한 성희롱 및 상습적인 금품요구도 다반사다. 한 민원인은 보험이나 예금상담을 구실로 매일같이 전화해 “직원이 일방적으로 상담을 시작했다” “나에게 양해를 구하지 않고 장시간 전화를 했다” 는 등의 민원제기를 빌미로 소액의 보상금을 끊임없이 요구해왔다.

이에 영업점을 방문하는 경우 경찰에 고발 조치될 수 있음을 고지했음에도 가명을 써가며 유사행위를 반복하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콜센터 직원에게 성적 수치심을 일으키는 말이나 욕설을 하면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과 업무방해, 모욕죄 등으로 처벌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