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규태 기자]비급여항목을 대폭 줄여 전면급여화를 목표로 삼는 정부의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정책, 일명 '문재인 케어'가 10월부터 시작한 가운데 건보재정 건전성과 이를 위한 표준화가 남은 과제로 꼽히고 있다.

전문가들은 문재인 케어의 가장 큰 성공 관건으로 비급여항목을 어떻게 표준화하여 급여화로 전환하냐는 점을 들고 있다.

문재인 케어는 2022년까지 자기공명영상(MRI)과 대학병원 선택진료비(특진비), 로봇수술 및 2~3급병실 등 3800여개 비급여항목에 단계적으로 건강보험을 확대 적용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선 각 비급여항목의 코드·명칭·진료서식 표준화를 비롯해 모든 의료기관의 사용의무화가 필요하지만, 3800개 비급여항목의 가격결정·비용구조가 각 병원·의원별로 천차만별이라 절충안을 찾기 힘들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같은 진료라도 병원별로 최대 70배의 진료비 차이를 보이고 있으며, 이는 역대 정권 모두 비급여항목의 표준화에 나섰지만 실패한 이유이기도 하다.

더욱이 의료계 속성상 신의료기술 등 또 다른 비급여가 생기기 마련인데 이에 대한 가격산정 및 급여화 적용을 어떻게 하느냐도 큰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가장 큰 난제인 표준화의 벽을 넘더라도 문재인 케어의 재정 전망은 밝지 않다.

기획재정부가 지난 3월에 밝힌 '2016~2025년 사회보험 중기 재정추계 결과'에 따르면 건강보험은 내년부터 적자로 전환되고 적립금도 2023년경 바닥나는 것으로 관측됐다. 2025년에 들어서면 20조1000억원 적자로 돌아선다는 추정이다.

이에 대한 가장 큰 이유로 고령화 폭이 커지면서 노인 의료비가 폭증하는 것이 꼽힌다. 기재부는 노인 1인당 급여비가 2016년 96만원에서 2025년 180만원으로 급등할 것이라고 봤다.

   
▲ 문재인 대통령은 8월9일 서울성모병원을 찾아 환자와 보호자를 위로하는 자리를 갖고 임기 내 30조6000억 원을 투입해 모든 질병에 건강보험 혜택이 부여되는 정책을 발표했다./사진=청와대 제공


이와 관련해 김대환 동아대 교수는 지난달 20일 한국보험학회가 주최한 '문재인 케어의 정착과제' 정책세미나에서 "인구구조 변화를 고려하면 문재인 케어의 지속가능성에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윤 서울의대 의료관리학교실 교수 또한 이날 "문재인 케어에서 예비급여의 본인 부담률을 90%, 70%, 50%로 차등 적용할 경우 부담률 설정에 따라 지출규모가 크게 차이나고 비급여의 급여전환으로 의료수요가 늘어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대한의사협회와 전국시도의사회장협의회는 의료수요와 관련해 "도덕적 해이 현상이 만연해 의료쇼핑이 폭증할 것"이라며 "의료전달체계 확립 없는 전면급여화는 필연적으로 건보재정의 악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목소리를 모았다.

일부 재정전문가들은 2022년까지 기재부가 해당 연도 보험료 예상수입액의 14%를 매년 건보재정에 지원해야 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국가재정이 추가로 들어갈 것이라고 관측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병원에 따라 평균 7.5배 차이 나는 비급여항목을 고려하면, 정부가 조사한 건보재정 비급여진료비 12조 원이라는 규모 자체가 부정확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지금 인구구조로는 문재인 케어가 가능하지만 고령화사회로 갈수록 효율적인 의료비 관리 없이 문재인 케어는 지속 불가능하다는 전망이 점점 커지고 있다.

우리나라 국민건강보험은 현재 보장성 수준으로도 세계 각국에 비해 최고·최대의 혜택을 주는 공적보험으로 꼽히고 있다.

이를 더욱 확대하려는 문재인 케어가 포퓰리즘-사회주의식 가격구조가 아니라 의료시장 개혁을 통해 지속가능한 의료체계로 자리잡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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