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SK 와이번스가 5위를 확정짓고 포스트시즌행 막차를 탔다. 그런데 아직 4위 팀이 결정나지 않음으로 인해서 SK가 4위보다 유리할 수 있는 조건이 하나 생겼다.

SK는 29일 롯데전에서 2-7로 졌지만 정규시즌 최종 순위 5위를 확정지을 수 있었다. 이날 추격자 LG도 두산에 3-5로 졌기 때문이다. SK와 LG의 남은 경기 결과와 상관없이 SK는 5위로 와일드카드 결정전에 나갈 자격을 획득했다.

4-5위가 맞붙는 와일드카드 결정전은 4위 팀이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홈에서 경기를 치를 수 있고, 1차전을 이기거나 비기기만 해도 준플레이오프 티켓을 얻는다. 반면 5위 팀은 원정경기에서 1차전을 무조건 이기고, 2차전까지 2연승을 거둬야 한다.

   
▲ SK가 5위를 확정지음으로써 와일드카드 결정전에 대비할 여유를 얻었다. 반면 롯데와 NC의 3-4위 싸움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사진=SK 와이번스


SK가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어느 팀을 만나든 불리한 상황인 건 분명 사실이지만 아직 3위, 4위 순위가 최종 결정되지 않았다는 변수가 있다. 29일 현재 3위 롯데는 4위 NC에 반게임 차 앞서 있다. 그리고 롯데는 1경기, NC는 2경기를 남겨뒀다.

3, 4위 순위가 아직 결정되지 않은 점이 SK에겐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 NC와 롯데의 남은 경기 일정을 보자.

우선, NC는 30일 넥센과 홈경기를 치른다. 롯데는 이날 경기가 없다. NC가 넥센에 패할 경우 롯데 3위, NC 4위 확정이다. 즉, SK의 와일드카드 결정전 파트너는 NC가 된다.

이럴 경우 SK에게는 별로 좋은 조건이 만들어지지 않는다. NC가 오는 10월 3일 최종전을 신경 쓸 필요가 없어지기 때문에 초점을 와일드카드 결정전에 맞추고 남은 기간 대비에 들어갈 것이다.

그런데 NC가 30일 경기서 넥센을 꺾을 경우가 SK에게는 가장 좋은 시나리오가 만들어진다. 롯데와 NC는 동률이 되기 때문에 10월 3일 최종전을 통해 최종 순위를 가려야 한다. 3위와 4위의 처지는 천지차이다. 두 팀은 총력전을 펴서 어떻게든 3위를 차지하려 할 것이다. 

롯데가 시즌 상대전적에서 NC에 9승7패로 앞서 있어 최종전에서 롯데와 NC가 나란히 이기거나 패하면 롯데에게 3위가 돌아간다. 롯데가 조금은 유리할 수 있지만 어차피 최종전까지 순위 싸움이 밀리면 남을 돌아볼 여유 없이 두 팀은 마지막 한 경기에 에이스 투수를 투입하거나 정예 불펜을 동원하는 등 모든 것을 걸어야 한다. 롯데의 최종전은 LG와 홈경기고, NC는 대전 한화전이다.

SK에게 유리한 점이 바로 이것이다. 롯데와 NC가 10월 3일 '이기기 위한' 총력전을 펴면서 마운드 전력을 소모하는 반면 SK는 이날 두산과 잠실 최종전을 주축 선수들의 컨디션 유지로 활용하거나, 1.5~2군 위주로 치르면서 다음 와일드카드 결정전을 편하게 준비할 수 있다.

와일드카드 결정전 1차전은 정규시즌 종료 다음날 4일 하루 이동일만 갖고 5일 곧바로 열린다. 롯데가 됐든 NC가 됐든 10월 3일 최종전 결과 4위 순위를 받아든다면 허탈감과 함께 상당한 마운드 전력 손실을 안고 5일 SK를 만나게 되는 셈이다.

SK가 추석 연휴기간인 3일 서울 잠실에서 최종전을 갖고 창원 또는 부산으로 향해야 하는 관계로 장시간 이동하는 불리함은 있다. 하지만 5위를 미리 확정한 SK에게 이 정도 불편함 쯤이야. 만약 SK가 4위팀을 1차전에서 잡는다면, 2차전은 똑같은 조건에서 치를 수 있다. 오히려 4위팀이 심적으로 더욱 쫓기게 된다.

시즌 막판까지 펼쳐지고 있는 역대급 순위경쟁이 빚어낸 묘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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