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양현종(KIA 타이거즈)의 어깨에 무게를 감당하기 힘든 짐이 지워졌다. 에이스의 숙명이라 할 수 있다.

양현종은 2일 kt와 수원경기에 선발 등판한다. 로테이션에 따른 예정됐던 등판이어서 새삼스러울 것은 없다.

그런데 KIA가 두산과 벌이고 있는 1위 싸움이 끝까지 살떨리게 전개되면서 양현종이 선발 등판하는 이날 경기가 올 시즌 KIA의 운명을 가를 중요한 일전이 돼버렸다.

   
▲ 사진=KIA 타이거즈


전날인 1일 KIA는 꼴찌 kt에 충격적인 2-20 대패를 당했다. 반면 2위 두산은 한화를 6-4로 꺾었다. 이 두 경기 결과 KIA와 두산의 승차는 반게임으로 좁혀졌다.

2일에는 KIA-kt전만 있고 두산은 경기가 없다. 만약 KIA가 다시 kt에게 발목을 잡힌다면 두산과 승차는 없어지고 승률에서 뒤지는 KIA가 2위로 추락한다. 

이렇게 되면 KIA의 우승은 전혀 장담할 수 없다. 정규시즌 최종일인 3일 KIA와 두산은 각각 kt, SK와 마지막 경기를 치르는데 KIA가 이기더라도 두산이 이기면 두산의 우승이다. 즉, 2일 경기서 KIA가 패하는 순간 우승 매직넘버는 KIA가 아닌 두산 쪽으로 넘어가게 되는 것이다.

양현종은 무조건 팀의 승리를 이끌어내야 하는 막중한 책임감을 안고 마운드에 오르게 된 것이다.

양현종 개인적으로도 승리투수가 되는 것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시즌 19승을 기록 중인 그는 이날 kt전서 승수를 보태면 20승을 달성, 1999년 정민태 이후 맥이 끊긴 토종 투수 20승의 영광을 차지하게 된다. 뿐만 아니라 양현종은 올 시즌 다승왕도 확정짓는다. 팀 동료 헥터 역시 19승을 올리고 있으며 3일 kt전 등판이 예정돼 있다. 헥터가 20승을 올릴 수도 있지만 양현종이 최소 공동 다승왕은 차지할 수 있다.

앞선 등판이었던 지난달 26일 LG전에서 양현종은 7이닝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그 기세를 이날 kt전까지 이어가 팀과 스스로에게 가장 중요한 승리를 만들어내야 하는 것이 양현종에게 주어진 특명이다.

kt의 선발 맞상대는 베테랑 김사율이다. 김사율은 올 시즌 3승(2패)밖에 못 올렸고 평균자책점도 7.34나 돼 3.55인 양현종과는 비교가 안된다. 분명 기록상으로는 양현종의 우세를 점칠 수 있다. 하지만 경기에 걸린 압박감은 한국시리즈 1차전보다 오히려 더 크다. 내일이 없는 전쟁터에 나서는 양현종은 결국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겨내야 한다.

KIA는 전날 타선 침체와 마운드 붕괴로 2-20이라는 충격적인 대패를 당했다. 이런 팀 분위기를 단번에 살려낼 수 있는 것은 양현종의 호투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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