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LG 트윈스가 올해 포스트시즌 탈락 팀 가운데 가장 먼저 현장 및 프런트 수장을 교체했다. 발빠르게 다음 시즌 준비에 들어간 셈이다.

뜻밖의 감독 선임이었고, 그에 못지않게 새로 단장이 된 인물도 의외였다.

LG 구단은 정규시즌 최종일이었던 지난 3일, 삼성 라이온즈 원클럽맨이자 삼성의 왕조를 구축했던 류중일 전 감독을 새 사령탑으로 선임했다. 아울러 이번 시즌으로 임기가 끝난 양상문 감독을 단장 직에 앉혔다.

   
▲ 삼성 감독 시절의 류중일 감독과 양상문 LG 감독. 이제 두 사람은 LG 감독과 단장으로 손을 맞잡았다. /사진=삼성 라이온즈


류중일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긴 것은 뜻밖이긴 하지만 고개가 끄덕여지는 부분이다. 

LG는 1994년 우승을 마지막으로 한 번도 정상에 올라서지 못했다. 1992년 이후 우승을 못하고 있는 롯데 자이언츠 다음으로 우승에 가장 목마른 팀이 LG다. 이번 시즌에도 LG는 6위의 성적으로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하며 우승 도전 자격조차 얻지 못했다.

'우승 청부사'가 절실한 LG가 류중일 감독의 손을 잡은 이유다. 류 감독은 2011년 삼성 지휘봉을 잡자마자 5년 연속 정규시즌 우승과 4년 연속 통합 우승을 일궈냈다. 최근 가장 많이 우승을 경험해봤고, 팀을 우승으로 이끌 줄 아는 감독인 셈이다.

LG가 류중일 감독에게 3년간 21억원이라는 거액을 안기며 영입한 배경은 팀을 우승시켜 달라는 것이다. 

양상문 감독이 계약 만료와 함께 팀을 떠나지 않고 단장직으로 자리를 옮긴 것도 주목할 부분이다. LG 팬들은 올해 6위의 성적에 그친 책임이 양 감독에게 있다며 경질 목소리를 높였다. 실패한 감독처럼 보인다.

하지만 구단의 평가는 좀 다른 것 같다. 양상문 감독이 2014년 시즌 도중 어려움에 처한 팀을 맡아 그 해 곧바로 가을야구 진출을 이끌어냈을 뿐 아니라 지난해에도 LG는 난제를 극복해가며 포스트시즌에 나갔다. 

더구나 양상문 감독은 팀의 리빌딩이라는 해묵은 숙제를 밀어붙여 거의 완성시켜 놓았다. 마운드와 야수진의 주전들이 대폭 젊어진 LG는 올 시즌보다 내년, 또는 그 후가 더욱 기대되는 팀으로 탈바꿈했다.

LG 구단이 양 감독에게 단장직을 맡긴 것은 이런 리빌딩의 공을 인정하면서 류중일 감독이 우승으로 향하는 길에 양상문 '단장'이 좋은 조력자가 될 것이라는 판단을 한 때문으로 보인다.

양상문 단장-류중일 감독 체제로 새 출발을 하게 된 LG. 23년이나 우승을 못해본 팀의 숙원을 풀어달라는 유일하면서도 절대적인 과제를 안고 다음 시즌을 준비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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