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축구대표팀, 수비 무너지며 러시아에 2-4로 완패
[미디어펜=석명 기자] 한국 축구가 희망을 보여주지 못했다. 승리 소식도 전하지 못했고, 경기 내용도 안좋았다. 한 선수가 1분 사이 자책골을 2번이나 넣는 희한한 화젯거리만 남겼다.

억지로나마 한 가지 위안을 삼을 것이 있다면, '아직은 시간이 있다'는 것이다.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7일(이하 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의 VEB 아레나에서 열린 러시아와 평가전에서 수비 불안을 극복하지 못하고 2-4로 졌다. 수비수 김주영은 자책골을 2개나 기록하며 비난의 중심에 섰다. 

   
▲ 한국축구대표팀이 수비 불안을 드러내며 러시아에 2-4로 패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이번 러시아전은 내년 월드컵에 대비한 하나의 평가전일 뿐이었다. 승패 자체에 크게 연연할 필요는 없는 경기였다.

그럼에도 한국 대표팀은 승리와 좋은 경기 내용 모두를 목표로 뛸 수밖에 없었다. 2018 러시아 월드컵 본선행 티켓을 따내기는 했지만 한국은 아시아 최종예선 과정에서 계속 실망스런 모습을 보였다. 급기야 슈틸리케 감독이 최종예선 2경기를 남겨두고 물러나야 했고, 신태용 감독이 급히 대표팀을 떠맡아 2경기 연속 무승부로 간신히 본선 진출을 이끌어냈다.

한국이 월드컵 본선행을 확정지은 바로 그날부터 대표팀의 관리 주체인 대한축구협회는 외부적인 요인으로 크게 흔들렸다. 바로 히딩크 감독 재부임 논란이었다. 신태용 감독이 내년 월드컵까지 대표팀을 지휘하는 데 불안감을 느낀 팬들은 히딩크를 다시 한국대표팀 사령탑에 앉혀야 한다는 여론을 형성했다.

이날 러시아와 평가전이 열리는 당일까지도 히딩크 논란은 계속됐지만, 신태용 감독에게 계속 지휘봉을 맡기겠다는 축구협회의 뜻은 확고했고 히딩크 감독도 한국대표팀에 직접 관여하지는 않는 쪽으로 입장 정리를 했다.

신태용 감독과 대표팀은 이런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러시아전에 나섰다. 각종 논란을 잠재우며 내년 월드컵을 향한 희망적인 첫발을 내딛기 위해서라도 승리 또는 납득이 가는 경기력을 보여줄 필요가 있었다.

결과는 최악이었다. 한국은 후반 막판까지 0-4로 러시아에 일방적으로 끌려갔다. 전반에는 공격적인 전술로 러시아와 대등하게 맞서는가 했으나 전반 종료가 임박한 시간에 코너킥 상황에서 수비 허점이 드러나며 선제골을 내준 것이 아쉬웠다. 상대 선수가 볼이 떨어지는 지점에서 전혀 방해받지 않고 헤딩슛을 날린 장면은 한국 수비진의 명백한 실수였다.

후반 들어 10분과 11분, 김주영이 연속으로 자책골을 넣으면서 분위기는 완전히 러시아 쪽으로 넘어가고 말았다. 첫번째 자책골도 코너킥 상황에서 나왔는데 문전을 지키던 김주영이 공중볼을 다투던 양팀 선수들을 넘어 자신 쪽으로 날아온 볼에 기민하게 대처하지 못했다.

두번째 자책골은 사실 김주영의 책임이라고 하기 힘든 상황이었다. 러시아의 빠른 역습에 한국 수비진은 우왕좌왕하고 있었고, 2대1 패스를 자르려던 김주영의 발에 맞고 굴절된 공이 하필 한국 골문 안으로 들어갔다. 김주영의 자책골이 아니더라도 한국의 실점이 충분히 예상되는 장면이었다.

이후 러시아에 4번째 골까지 내준 한국은 '급조된 수비'의 문제점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신태용 감독에게도 변명의 여지는 있을 것이다. 이번 대표팀은 국내 K리그 일정을 고려해 전원 해외파로만 구성됐다. 각 포지션에 맞는 전문적인 선수 구성이 이뤄지지 않은 채 나선 경기였다. 신 감독은 고육지책으로 이번 러시아전에서 변형된 스리백으로 수비 전술을 짰다. 

이청용 김영권이 평소와는 다른 낯선 윙백에 포진했고, 스리백으로 나선 권경원-장현수-김주영은 처음 호흡을 맞췄다. 당연히 수비 포메이션이 자주 흐트러졌고 실수도 잦았다. 러시아에 4골이나 내준 것은 임시방편으로 짜맞추기를 한 수비로는 버티기 힘들다는 당연한 사실을 확인시켜준 셈이다.

신태용 감독이 내년 월드컵에 초점을 맞춰 앞으로 선수 구성을 하고 전술을 가다듬으면 이번 러시아전과 같은 어이없는 경기 내용은 보여주지 않을 것이다. 반드시 그래야 한다.

아울러 러시아전을 통해 얻은 교훈을 잊지 말아야 한다. 월드컵 본선에서 한국이 만날 팀들 가운데 한국보다 약체는 없다. 이들과 상대해 최소한의 결과라도 만들어내려면 수비부터 안정시키는 것이 필수다.

한국대표팀은 10일 스위스에서 모로코와 평가전에 나선다. 현재 대표팀 전력의 한계야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러시아전 때보다는 더 나은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물론, 김주영같은 불운(?)한 선수도, 수비 실수도 더 이상은 나오지 않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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