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규태 기자]여중생 딸의 친구를 살해하고 시신을 강원도 영월 야산에 유기한 혐의를 받는 35세 이모씨의 범행 동기가 미스터리에 휩싸인 가운데 이씨 아내의 성폭행 피해 고소사건이 밝혀졌다. 

강원 영월경찰서에 따르면, 지난달 1일 이씨 아내 32살 A씨는 시어머니와 사실혼 관계에 있는 지인 B씨로부터 수년간 성폭행을 당했다며 고소한 뒤 닷새 뒤인 지난 5일 투신해 숨졌다.

당시 이씨는 딸의 치료비 마련 등을 위해 미국에 간 상태였고, A씨는 남편이 미국에 가 있는 동안 영월에 머물렀다는 것이다.

경찰은 고소인인 A씨를 두 차례 조사했고, 피고소인인 B씨는 한 차례 소환해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조사 과정에서 B씨는 자신의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의 사망으로 성폭행 고소사건 진행이 다소 주춤한 상태에서 이씨가 딸의 친구인 중학생 14살 C양을 살해하고 시신을 영월의 야산에 내다 버린 혐의를 받고 있다.

지난달 30일 C양 부모로부터 실종신고를 접수한 서울중랑경찰서는 C양의 행적을 확인하던 중 이씨가 범행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수사를 벌여오던 중 지난 5일 이씨를 서울 도봉구의 다세대 주택에서 검거했다.

현재 이 씨는 C양의 시신유기는 인정했지만, 살인 혐의는 부인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A씨가 투신해 숨진 뒤 이를 이씨가 비관해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고 보관 중이던 약을 숨진 여중생이 먹어 사고로 숨졌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이씨는 그의 딸과 함께 ‘거대 백악종’이라는 희소병을 앓고 있다. 이씨는 딸의 치료비 모금 활동을 벌인 적이 있으며, 딸의 이름을 딴 개인 홈페이지도 운영하면서 투병일지를 올린 사실도 있다. 2009년엔 미국을 찾아 자신의 사연을 알리기도 했다. 

치아와 뼈를 연결하는 부위에 종양이 계속 자라나는 희귀 난치병인 거대 백악종은 전 세계에서 10여 명이 앓고 있는 것으로 우리나라에선 이씨 부녀를 포함해 3명의 환자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씨를 검거할 당시 딸과 함께 수면제를 과다 복용해 쓰러져 있었다고 밝혔다. 이씨 부녀는 병원으로 옮겨졌고, 이씨는 깨어났지만 딸은 아직 의식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는 수면제 복용 전 차 안에서 딸과 함께 유서 형식의 영상을 남긴 것으로 조사됐다. 이 영상에서 이씨는 “내가 김양을 살해한 게 아니다. 자살하려고 보관해 온 약을 김양이 영양제인 줄 알고 먹은 것 같다. 김양이 숨지자 시신을 유기했다”는 취지의 주장을 했다. 

하지만 이씨가 김양의 시신을 옮길 때 차량용 블랙박스를 뗐다가 이후 서울로 돌아와서 블랙박스를 다시 붙인 사실이 경찰에 의해 조사됐고, 김양의 시신을 강원도 야산에 유기한 뒤 곧바로 동해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아내를 그리워하는 듯한 취지의 글을 홈페이지에 올리는 등 범행을 은폐하려 한 정황도 있다. 

   
▲ 여중생 딸의 친구를 살해하고 시신을 강원도 영월 야산에 유기한 혐의를 받는 35세 이모씨의 범행 동기가 미스터리에 휩싸인 가운데 이씨 아내의 성폭행 피해 고소사건이 밝혀졌다./자료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