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한국축구대표팀이 오늘(10일) 밤 10시 30분(이하 한국시간) 모로코와 평가전을 갖는다. 지난 7일 러시아전(2-4 패배)에 이은 유럽 원정 2연전의 마지막 두번째 경기다.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한국대표팀은 상당히 곤란한 처지에 놓여 있다. 9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의 위업을 이루긴 했지만 아시아 최종예선에서 보여준 실망스런 경기력, 히딩크 감독 재부임 논란에서 드러난 축구협회의 안일한 대처, 그리고 러시아전에서 김주영의 2자책골 등 4골이나 내주며 당한 패배로 축구팬들의 눈밖에 났다.

   
▲ 모로코전을 준비하고 있는 신태용 감독과 대표선수들. /사진=대한축구협회


신태용호가 이런 위기를 단번에 떨쳐낼 수 있는 방법은 간단하다. 모로코를 상대로 통쾌한 골을 펑펑 터뜨리며 속시원한 승리 소식을 전하는 것이다.

그런데 쉽지 않아 보인다. 이번 대표팀은 국내 K리거를 제외한 채 해외파로만 구성됐다. 국내 K리그 일정을 감안한 신태용 감독의 결단에 따른 대표팀 구성이었다.

이런저런 논란을 털어내고 순수하게 2018 러시아 월드컵 준비과정의 하나로 판단한다면 신태용 감독의 이런 선택은 옳다. 대표 후보군에 속한 K리거에 대한 정보는 충분하다. 반면 상당수 해외파는 실제 경기력이 어떤지, 개인적인 성향과 대표팀 선발시 융화력은 어떤지 등을 파악할 기회가 많지 않다. 신태용 감독은 이번 유럽 원정 2연전을 통해 해외파 종합 점검을 하면서 월드컵 구상을 하려고 했다. 충분히 납득이 가는 상황이다.

문제는 그러다보니 러시아에서 단적으로 드러났듯 대표팀 경기 내용이 축구팬들의 눈높이에 턱없이 모자랐다는 점이다. 전문 수비수 부족으로 '변형 스리백'을 시도했지만 구멍이 숭숭 뚫렸고, 공격도 원활하지 못했다.

모로코전 역시 신태용 감독은 '실험'에 초점을 맞추고 경기 운영을 할 수밖에 없다. 신 감독은 이번에 소집된 23명의 대표선수 가운데 골키퍼 3명을 제외한 필드플레이어 20명 전원을 모두 기용해 보겠다는 뜻을 밝혔다. 러시아전 출전 멤버 대부분을 새로운 인물로 바꿔 모로코전에 나서게 된다.

현재 예상되는 모로코전 출전 멤버는 손흥민 이청용 장현수만 러시아전에 이어 연속 선발 출전하고 나머지는 모두 바뀐다. 장현수 중심의 변형 스리백 수비 전술은 그대로인 채 권경원 김주영 대신 송주훈과 김기희가 나설 전망이다. 윙백은 이청용과 함께 임창우가 기용되고, 중앙 미드필더는 주장 기성용이 김보경과 호흡을 맞출 예정이다. 원톱으로 지동원이 나서 좌우 날개 손흥민 남태희와 공격을 책임질 것으로 보인다.

이런 선수 기용이나 공격 및 수비 전술의 '실험'을 두고 뭐라 할 수는 없다. 다만, 경기 결과나 내용 면에서 대표팀이 또 다시 '실망'을 줘서는 안된다. 이기는 것이 가장 좋겠지만, 지더라도 실망 대신 '최선을 다했는데 아깝게 졌다', '패배 속 희망을 찾았다, 다음이 기대된다'는 평가는 이끌어내야 한다.

모로코가 결코 만만한 상대가 아니라는 점에서 신태용 감독이나 대표팀 멤버들의 고민은 클 것이다. 한국은 모로코와 21년 전인 1996년 한 차례 만나 2-2 무승부를 기록했으니 역대 전적은 큰 의미가 없다. FIFA(국제축구연맹) 랭킹에서는 한국이 51위로 56위의 모로코보다 조금 높다. 하지만 한국은 최근 분위기가 침체돼 있는 반면 러시아 월드컵 아프리카 최종예선을 진행 중인 모로코는 지난 8일 가봉전에서 3-0으로 승리하는 등 C조 1위를 달리며 상승세를 타고 있다.

신태용 감독은 모로코전을 앞두고 "안일한 생각을 갖고 있는 선수는 대표팀에 필요 없다"고 강한 어조로 말했다. 선수들의 분발을 촉구하는 발언이었고, 현재 대표팀에 필요한 것도 죽어라고 뛰며 분발하는 것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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