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확산 늦어지면 주도권 위협받을 수도
'디스플레이 코리아' 위상 위한 정책 필요
[미디어펜=조한진 기자]TV는 '가전의 꽃'으로 불린다. 상징성이 큰 만큼 세계 주요 전자업체들이 TV시장에서 총성 없는 전쟁을 벌이고 있다.

1980년대와 90년대 브라운관 TV 시절에는 소니 등 일본 업체들이 시장을 주름 잡았다. 2000년대 초반 평판TV 시대가 개막하면서 주도권은 삼성전자와 LG전자로 넘어왔다. 현재 글로벌 삼성전자가 시장에서 1위, LG전자가 2위를 달리고 있다.

   
▲ LG디스플레이의 파주공장 전경 /사진=LG디스플레이 제공

국내 기업들이 TV 시장을 주름잡게 된 원동력은 디스플레이 기술력이다. 액정표시장치(LCD)가 보편화 되기 전부터 관련 기술에 집중하며 글로벌 시장에서 영향력을 키웠다.

그러나 LCD는 더 이상 국내 기업들이 우위를 점하기 어려운 분야로 지목된다. 우선 기술 장벽이 낮아졌고, 중국 디스플레이 제조사들은 막대한 자금력을 앞세워 10세대 이상 대형 LCD 라인 증설에 나서고 있다.

이 때문에 국내 업계는 차세대 디스플레이 기술에 집중하고 있다. 당장 LCD를 대체할 수 있는 제품으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디스플레가 꼽히고 있다.

중국 역시 OLED에 군침을 흘리고 있지만 아직까지 우리 기업들이 확실한 기술 우위를 점하고 있다. 중소형에서는 삼성디스플레이가, 대형에서는 LG디스플레이가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최근 스마트 기기에 들어가는 중소형 OLED는 빠르게 LCD를 대체하고 있다. 품질은 물론, 가격 경쟁력까지 갖추면서 시장을 넓히고 있다. 프리미엄 스마트폰은 물론 중저가 제품까지 OLED가 확산되는 상황이다.

TV에 들어가는 대형 OLED 패널은 프리미엄 시장을 중심으로 세를 불리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전체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다. 화질은 LCD에 앞선다는 평가가 줄을 잇고 있지만 공급이 제한적이라는 문제를 안고 있다.

현재 TV용 OLED 패널을 제조하는 기업은 LG디스플레이가 유일하다. LG전자는 물론, 일본의 소니와 파나소닉이 내놓은 OLED TV에 모두 LG디스플레이 패널이 들어간다.

LG디스플레이는 ‘OLED 올인’ 모드다. 대형 제품에서의 경쟁력 확대와 함께 소형 패널 시장의 본격 진입을 추진하고 있다. 우선 LG디스플레이는 대형 OLED의 시장을 확대한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국내와 중국에 신규라인 증설 계획을 마련했다.

   
▲ LG디스플레이의 CSO /사진=LG디스플레이 제공

그러나 정부가 LG디스플레이가 중국 광저우 OLED 신규 라인 건설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핵심 기술 유출이 우려된다며 승인을 미루는 모양새다. 신규 라인을 앞세워 경쟁력 업그레이드를 계획했던 LG디스플레이는 난감한 상황이다. 회사의 미래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해 대형 OLED 시장 확대가 절실한 가운데 시간이 점점 늦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LG디스플레이는 대형 OLED 시장 확대를 위해서는 중국 공장 신설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정부가 걱정하는 핵심기술 유출 가능성도 희박하다는 것이 업계의 전반적인 목소리다.

대형 OLED는 잠재력을 인정받고 있는 첨단 기술이다. 아직 경쟁국들이 따라오지 못하고 있는 독보적인 영역을 LG디스플레이가 선점하고 있다. 핵심 기술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영향력 확대가 무엇 보다 중요하다.

디스플레이는 우리가 세계 시장에서 기술 우위를 점하고 있는 몇 되지 않는 핵심 산업이다. 지금 방향 설정을 잘못하면 애써 가꿔온 첨단 기술이 꽃을 피우지 못할 수도 있다. 디스플레이 코리아의 경쟁력 유지를 위해 정부의 신속하고 전향적 결정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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