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중국 축구를 얘기할 때 '공한증'이라는 말을 많이 썼다. 중국 대표팀이 한국만 만나면 주눅이 들고 일방적으로 밀리기 때문에 나온 말이다. 중국 축구는 한국만 만나면 벌벌 떨었다. 분명 그런 시절이 있었다.

'공한증'은 이제 옛말이 됐다. 한국은 가장 최근 중국과 만났던 지난 3월 러시아월드컵 최종예선에서 0-1로 졌다. 

한국대표팀은 우여곡절 끝에 최종예선을 A조 2위로 간신히 통과해 러시아 월드컵 본선행을 이뤄냈다. 중국은 조 5위에 그쳐 월드컵 진출에 실패했다.

   
▲ 한국축구의 FIFA 랭킹이 추락하고 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그렇다고 해서 한국 축구가 중국보다 우위라는 말은 못하게 됐다. 오는 16일 발표될 FIFA(국제축구연맹) 랭킹에서 중국에 밀릴 처지에 놓였기 때문이다.

FIFA가 세계축구 랭킹제를 도입한 1993년부터 24년동안 한국이 중국보다 순위 아래에 위치한 적은 없었다.

9월 현재 한국의 FIFA 랭킹은 51위다. 중국은 한국보다 11계단 뒤진 62위다. 하지만 이 순위가 10월 발표 때는 역전될 것이 유력하다.

9월 랭킹 포인트 659점이었던 한국은 71점을 까먹어 588점을 기록하고 있다. 반면 중국은 랭킹 포인트가 올라가 626점으로 한국보다 무려 38점 앞설 전망이다. 한국은 이란(784점), 일본(711점)과 격차가 한참 벌어진 것은 물론 한때 '공한증'에 떨던 중국에까지 순위가 밀리는 굴욕을 앞두고 있다.

한국 축구가 스스로 자초한 치욕적인 결과다. FIFA 랭킹 포인트는 최근 4년 성적이 기준이지만 직전 1년 A매치 성적에 가중치를 둔다. 순위가 높은 팀과 경기를 해 좋은 성적을 내면 포인트가 많이 올라가고, 그 반대의 경우 하락 폭이 크다.

러시아 월드컵 최종 예선에서 한국은 4승3무3패의 성적을 거뒀는데 한국은 이란, 카타르, 중국에 한 번씩 졌다. 또 최근 치른 러시아, 모로코와 평가전에서는 각각 2-4, 1-3으로 패했다.

반면 중국은 최종 예선 탈락에도 불구하고 랭킹이 높았던 한국을 한 차례 꺾었고 이란과는 무승부를 이끌어냈다. 평가전에서도 꾸준히 랭킹 상위팀들과 맞붙어 포인트를 쌓았다. 

한국이 FIFA 랭킹에서 중국보다 뒤지는 것은 무척 자존심 상하는 일이다. 그런데 랭킹 하락이 단순한 기분 문제에 그치는 것도 아니다. 한국은 당장 오는 12월 1일 열리는 러시아월드컵 본선 조 추첨에서 떨어진 랭킹으로 인해 불리한 조 배정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이전까지 조 추첨에서는 대륙별 안배를 해줬지만 이번부터는 FIFA 랭킹만을 기준으로 삼기로 했다. 본선 진출 32개국 가운데 최하위권에 속할 한국은 4번 포트로 묶여 유럽 남미 등 상위권 팀들과 같은 조에 편성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최근 대표팀 경기력에 실망하고 분노한 축구팬들에게 중국보다 FIFA 랭킹이 떨어질 것이라는 소식은 허탈감을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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