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병화 기자] GS건설이 '판도라의 상자'를 열었다.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사업 추진과정에서 발생하는 금품‧향응 제공 등 비리의 '민낯'을 건설사가 직접 공개한 것이다.

GS건설은 지난 15일 서울 서초구 잠원동 한신4구역 재건축 시공사로 선정됐다. 지난달 반포주공1단지(서초구 반포동)에 이어, 지난 11일 미성‧크로바(송파구 잠실동) 수주전에서 각각 현대건설과  롯데건설에 패한 이후 거둔 값진 승전보다.

GS건설은 이번 수주가 ‘클린 수주’ 선언 이후 첫 성과로 의미를 더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지난달 반포주공1단지 시공사 선정 총회를 하루 앞두고 GS건설은 ‘도시정비 영업의 질서회복을 위한 GS건설의 선언’을 발표했다. 사업 수주전 과정에서 건설사의 금품이나 향응 제공 등의 문제로 논란이 일자 이를 근절하겠다는 약속이었다.

   
▲ GS건설이 한신4지구 재건축 수주 과정에서 자체 신고센터 운영을 통해 적발한 금품·향응 등 부정행위 증거물/사진=GS건설

하지만 시장의 반응은 싸늘했다. 벼랑 끝에 몰린 시공사 선정 총회를 앞둔 전 날 나온 클린 수주 선언이 "속이 뻔히 보이는 퍼포먼스에 불과하다"는 것이었다.

사실 GS건설은 그동안 누구보다 재개발‧재건축 수주에 공격적인 행보를 보여왔다. 지난 2015~2016년 GS건설의 수주액은 10조원을 넘어서며, 같은 기간 두 번째로 많은 수주액을 올렸던 대림산업(6조3334억원) 보다 크게 앞섰다.

그래서 일각에서는 반포주공1단지 수주전에서 '곳간(자금)'이 바닥을 드러낸 GS건설이 미성‧크로바와 한신4지구의 수주전을 염두에 두고 꺼낸 '히든 카드'라는 주장도 나왔다.

어쨌든 재건축 수주전은 반포주공1단지는 현대건설, 미성‧크로바는 롯데건설로 마무리되면서 GS건설의 클린 선언도 조용히 잊혀질 위기에 놓였다.

하지만 GS건설은 지난 주말 한신4지구에서 의미있는 승리를 거두며  ‘클린 선언’의 의미를 다시 한 번 강조하고 나섰다.

아울러 GS건설은 지난 9일부터 14일까지 한신4지구에서 자체 부정행위 신고센터를 운영한 결과 227건의 상담 문의와 25건의 제보가 접수됐다며 관련 내용을 공개했다.

금품 향응 금액은 대부분 100만원 이상이었으며 현금 4건, 현금·청소기 1건, 현금·숙박권 1건, 상품권 4건, 상품권·화장품 1건, 인삼·화장품 1건, 명품가방 1건, 명품벨트 1건, 과일, 핸드백 1건 등 유형도 다양했다는 설명도 이어졌다. GS건설은 신고 내역을 토대로 법적 검토 후 수사 의뢰 여부를 검토할 방침이다.

건설업계의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폭로를 해봐야 대안을 찾기 힘든 정비사업 수주 시장의 고질적인 병폐만 드러내 건설업계 이미지만 실추시켰다는 불만도 나오고 있다.

업계의 배신자로 내몰리면서까지 민낯을 까발린 GS건설의 진심이 무엇인가는 중요치 않다. 오히려 모처럼 찾아온 적폐 청산의 기회로 삼는 것이 응당하다.

조용히 다시 덮을지, 아니면 제대로 민낯을 해부할지, 이제 공은 정책 당국으로 넘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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