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한국 축구대표팀 신태용 감독이 귀국길 공항에서 수모를 당했다. 신태용 감독은 대표팀을 이끌고 유럽 원정 2연전에 나섰다가 연속 대패를 당한 뒤 현지 일정을 마치고 15일 귀국했다.

신태용 감독과 김호곤 축구협회 부회장이 귀국한 인천국제공항에는 시위대가 기다리고 있었다. '축사국(축구를 사랑하는 국민)' 회원들이 '근조-한국 축구는 죽었다'는 플래카드를 내걸고 신 감독과 김 부회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시위에 참여한 인원은 많지 않았지만 이들의 요구는 엄중했고, 축구협회 측은 혹시 불상사가 있을까봐 예정됐던 신태용 감독의 공항 기자회견을 취소하고 축구협회로 기자회견 장소를 옮기는 해프닝을 연출했다. 

   
▲ 사진=대한축구협회


3년여 전인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 출전했던 대표팀의 귀국 장면이 오버랩된다. 당시 홍명보 감독이 이끈 한국대표팀은 브라질 월드컵에서 1무 2패로 조예선 탈락이라는 참담한 성적을 내고 돌아왔다. 대표팀의 실망스런 경기력에 분노한 일부 팬들이 공항에 나와 입국하는 대표팀을 향해 '엿'을 던졌다.

한국 축구(대표팀)의 현주소는 3년여 시간이 지난 지금도 이처럼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다른 점은 있다. 2014년의 엿 투척은 월드컵 후 그 결과를 두고 벌어진 일이었다. 2017년의 '한국축구는 죽었다' 시위는 월드컵 최종예선을 겨우 통과해 본선 준비의 출발 시점에서 벌어진 일이다.

왜 아직 월드컵 본선 조 추첨도 하지 않은 시점에서, 최종예선이 끝나고 평가전 두 차례만 치른 상황에서 이번 공항 시위가 벌어졌는지는 축구팬들이 잘 아는 그대로다.

최종예선 종료일부터 불거진 히딩크 감독 재부임설 논란, 이에 대한 김호곤 부회장의 거짓말 또는 말바꾸기 논란, 그 과정에서 드러난 축구협회의 무능하고 안일한 일 처리, 신태용 감독 체제 하에서 대표팀이 치른 4경기(최종예선 2경기, 평가전 2경기)에서의 한심했던 경기력. 축구팬들이 뿔날 만큼 충분한 이유는 있었다.

문제는 3년 전과는 다른 '시점'이다. 브라질 월드컵 후에는 당연한 수순대로 대표팀 감독이 교체됐다. 홍명보 감독이 지휘봉을 내려놓았고, 외국인 감독 영입의 필요성이 대두돼 그 해 9월 울리 슈틸리케가 대표팀 감독으로 부임했다. 또 다음 월드컵(2018 러시아 월드컵)까지 시간적 여유도 있었다. 실망에 빠졌던 팬들은 다시 한 번 희망을 키우며 대표팀의 발전된 모습을 기대하면서 응원을 해줬다.

이번에는 월드컵 전이다. 내년 6월 열리는 러시아 월드컵까지 8개월도 남지 않았다. 현실적으로 감독 교체는 어렵다. 팬들이 강력하게 원했던 히딩크 감독은 축구협회 측과 만나 러시아 월드컵에서 한국대표팀을 이끌기 힘들다고 공식화했다. 준비된 새 감독 후보가 있는 것도 아니다. 대표팀은 11월 평가전 2경기를 치러야 하고, 12월에는 일본 중국과 만나는 동아시안컵도 기다리고 있다. 슈틸리케 체제에서 흔들렸던 대표팀을 최종예선 도중 갑작스럽게 떠맡은 신태용 감독이 자신이 원하는 대표팀을 만들 여유가 없었던 만큼 더 철저히 준비하고 잘할 기회를 주는 것이 옳아 보인다.

그렇다고 그냥 시간을 끌며 어물쩍 넘어갈 수도 없는 상황이다. 한국 축구(대표팀)가 이렇게 팬들의 외면을 넘어 질타의 대상이 된 데 대해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하고, 대표팀 관리의 주체인 축구협회는 반성하고 개선하겠다는 의지를 가시적으로 보여줘야 한다.

그 방법은 따로 얘기하지 않아도 답이 나와 있다. 책임지고 물러날 사람, 반성하고 개선을 약속할 사람이 그렇게 하면 된다. 헝크러져 엉망이 된 판을 정리하고 수습하지 않은 채 그대로 끌고 갔다가는 어떤 일이 생길지 걱정되고 답답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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