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택공사비 횡령은 경영외적 문제" 기업활동 위축 우려 표명
[미디어펜=최주영 기자]경찰이 자택공사 비리 혐의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한 가운데 재계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지난달 19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에 출두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연합뉴스

16일 오후 2시경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조 회장 등 관련자 2명에 대해 회삿돈을 빼돌려 자택공사비로 쓴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조 회장의 부인인 이명희 일우재단 이사장도 지난달 30일 경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경찰 관계자는 "주요 피의자인 조 회장은 증거가 있는데도 혐의를 부인하는 등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은 신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 회장 부부는 지난 2013년부터 1년 여 간 진행된 서울 종로구 평창동 자택 인테리어 공사 당시 공사비 중 30억원 가량을 그룹 계열사인 대한항공 인천 영종도 호텔 공사비에서 빼돌려 쓴 혐의를 받고 있다.
  
앞서 경찰은 지난달 19일 조양호 회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밤늦게까지 조사했다.

이에 대해 대한항공은 경찰의 조 회장 구속영장 신청건과 관련, "구속영장이 신청되어 당혹스러우며, 검찰에서 정확한 판단을 내려줄 것을 기대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재계에서는 조 회장을 비롯해 재계 전반으로 구속수사가 확산될 경우 해당 기업은 물론, 우리 경제의 국제신인도도 크게 추락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하고 있다.

앞서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을 담당했던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지난 1월과 2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뇌물공여 등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청구한 바 있다. 

당시 K스포츠·미르재단 출연에 참여한 53개 대기업들 가운데 주요 기업 총수와 주요 경영진을 출국 금지하는 등 경영활동이 전면 마비되는 사태에 빠지기도 했다.

재계는 이번 조 회장에 대한 수사 또한 이와 다르지 않다고 보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재계 인사는 "10대그룹 총수인 조 회장이 자택공사비라는 경영외적 문제로 공개소환되는 것은 우려스럽다"고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조양호 회장은 불과 일주일 전까지만 해도 한미재계회의 위원장으로서 미국 경제단체들과 한미FTA 개정협상과 북핵문제에 대한 활발한 대내외 활동을 펼쳤지만 경찰 수사로 모든 활동이 중단될 위기"라고 말했다.

이어 "무조건적인 구속영장 발부는 기업의 효율적 경영활동을 마비시킬 수 있기 때문에 가급적 신속한 수사로 경영상 불안정성을 해소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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