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년대계 국가 에너지 정책 비전문가에 맡기는 건 대의민주주의에도 반해
   
▲ 현진권 경제평론가·전 자유경제원장
신고리 원전의 건설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정부는 공론화위원회를 만들었다. 많은 논란속에 시민참여단들은 합숙토론까지 하며 의견을 모았다. 아직 결과는 나오지 않았지만 신고리 원전과 같은, 전문지식이 필요한 분야의 의사결정을 비전문가들의 다수의견으로 결정하려는 시도는 잘못된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직접 민주주의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우리 사회에서 첨예하게 대립된 사안에 대해 국민들의 대표기관인 국회나 정부의 담당 부서의 의견을 구하지 않고, 국민들에게 직접 묻고자 한다. 이런 접근은 외형상 민주주의적 해결방안으로 보이지만, 사회적 갈등과 함게 본질을 왜곡시켜 해를 끼치는 결정을 할 위험이 매우 높다.

민주주의는 사회의 의사결정 방법이다. 직접 민주주의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래서 모든 국가는 간접 민주주의, 즉 대의 민주주의를 취하고 있다.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가 국민을 대신해서 결정하는 것이다. 직접 민주주의는 두 가지 문제점을 갖는다. 첫째, 사회적 의사결정에 행정비용이 너무 높다는 것. 둘째, 국민들이 전문지식이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실현되는 민주주의는 대의 민주주의이고 직접 민주주의는 이상일 뿐이다.

사회적인 의사결정을 할 때 전문지식을 필요로 하는 분야는 특히 조심해야 한다. 원전과 같은 환경 및 안정성 등에 대한 고도의 전문지식을 바탕으로 건설여부를 결정하는 사안에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지배적이어야 한다. 이때 국민 다수의 의견이란 것은 의미가 없다. 중요한 것은 우리 사회를 위한 올바른 방향을 결정하는 것이다.

   
▲ 신고리 원전 5,6호기의 건설 중단에 대한 공론을 도출할 공론화위원회는 7월24일 출범한지 석달만인 10월20일 최종 권고안을 발표한다. 사진은 현대건설이 시공한 신고리 원전 1,2호기 전경./사진=한국수력원자력 제공

의사결정체계가 전문성이 없는 비전문가들의 다수결에 의한 결정은 사회를 파탄에 빠지게 할 수 있다. 이는 마치 바둑경기에서 프로 7단과 대항하기 위해 아마추어 7급 1만 명이 힘을 합하면 이긴다는 논리와 같다. 아마추어 바둑기사는 아무리 많은 사람이 모여도 절대 한명의 프로 7단을 이길 수 없다. 아마추어 7급 기사가 보는 바둑의 수는 프로 7단과는 본질적으로 차원이 다르기 때문이다.

원전 건설의 의사결정도 똑같다. 다수결에 의해 만들어진 결정이어도, 그 결정은 비전문가들에 의해 이루어진 다수결이다. 절대 현명한 판단일 수 없다. 민주주의는 다수결의 원칙에 따르지만, 모든 것을 다수결로 결정하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원전과 같은 전문분야에 대해서는 최고 전문가들이 비록 소수일지라도 그들이 결정할 수 있도록 다수가 허용하는 것이 올바른 민주주의 방법이다.

민주주의는 다수결 원칙이 존중되지만, 소수가 항상 존재한다. 때문에 사회적 갈등도 항상 존재한다. 그렇다고 모든 사안에 민주주의를 적용할 수는 없다. 의사 결정 방법을 정하는 과정을 고려하면, 다수결이 아닌 만장일치로 할 수 있다.

만장일치 의사결정 방법을 우리 사회가 만들어내면, 그 방법을 통해 이뤄진 결정은 유익할 것이다. 원전과 같은 고도의 전문지식을 필요로 하는 의사결정에는 소수의 최고 전문가들에게 맡기고, 그들의 결정에 따르자는 방법론에 대해 투표해 보자. 아마도 대부분 국민들은 이러한 원칙에 동의할 것이다.

신고리 원전 건설여부에 대한 사회적 결정은 전문가들에게 맡겨야 한다. 민주주의의 다수결 원칙은 전문성이 필수적인 분야에 적용해선 안 된다. 전문성 없는 다수결에 의한 의사결정은 우리 사회를 망칠 수 있다. 이는 민주주의 본질을 이해하지 못한데서 발생한 의사결정 방법으로 우리 사회를 파괴시킬 수 있는 핵폭탄만큼 무서운 것이다. /현진권 경제평론가·전 자유경제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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