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규태 기자]"정치적 외풍과 여론 압력에도 오직 헌법과 양심에 따른 재판을 할 것이란 재판부에 대한 믿음이 더는 의미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변호인들도 무력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오늘 변호인단은 사임의 의사를 전해왔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탄핵심판까지 통틀어 법정에서 10개월만에 처음으로 입을 열었지만, 변호인단의 총사퇴로 향후 재판이 파행으로 치달을 전망이다.

박 전 대통령 측은 법원이 오는 19일 공판에서 국선변호인을 지정해도 접견 자체를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앞서 국정농단 관련 재판의 증인신문 구인장 발부에도 법원이 이를 실제로 집행한 적이 없는 점을 감안하면 향후 박 전 대통령은 자신의 재판에도 출석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사건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가 박 전 대통령 출석 없이 '궐석재판'을 강행할 수 있지만 피고인 최종신문 등 형사재판 절차를 거칠 수 없게 된다.

더욱이 박 전 대통령 변호를 맡을 국선변호인이 10만쪽 넘는 방대한 수사기록과 재판 진행 상황을 검토해야 하는 점을 고려하면 재판 심리가 상당기간 지연되어 연내선고가 어려워질 것으로 관측된다.

법조계는 박 전 대통령이 국정농단 관련 사건들에서의 거듭된 유죄 판결에 법리다툼을 포기하고 판결 정당성에 이의를 제기하는 정치적 투쟁에 들어갔다고 보면서, 변론권을 행사하지 않는 불이익은 스스로에게 돌아갈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일각에서는 법리다툼이 아닌 정치적 투쟁으로 국민에게 호소했다고 하더라도 박 전 대통령 지지층이 아닌 대다수 국민들에게는 효과가 없을 것으로 보았다.

   
▲ 박근혜 전 대통령 변호인단이 16일 열린 제81차 공판에서 총사퇴했다./사진=연합뉴스

재판부와 검찰은 박 전 대통령 변호인단에게 사퇴 재고를 요청한 상태다.

재판부는 16일 법정에서 변호인단 총사퇴에 "신중히 재고해달라. 앞으로도 어떤 예단 없이 헌법과 법률에 따라 공정하게 재판을 진행할 테니 사임 여부를 신중히 재고해달라"고 당부했고, 검찰도 "향후 적절한 재판을 위해 피고인 측에 다시 한 번 재판 협조를 요청한다"고 언급했다.

재판부는 이날 "미결 구금일수가 증가해 그 피해는 피고인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고 사건 실체 규명도 상당히 지체될 수밖에 없다"고도 우려했다.

재판부는 다음 기일인 19일까지 변호인단이 사임서를 철회하거나 박 전 대통령이 새로운 사선변호인을 선임하지 않을 경우 국선변호사를 우선 지정할 방침이다.

박 전 대통령 사건처럼 필요적 변호 사건의 경우 피고인 의사와 무관하게 재판부 직권으로 국선 변호인을 결정할 수 있다.

당초 19일 열릴 공판에서는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에 대한 증인신문이 이뤄질 예정이었으나, 국선변호인 선임 및 향후 재판 절차에 대한 논의가 나올 것으로 보여 당장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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