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롯데 자이언츠의 가을야구는 끝났다. 정규시즌 3위를 차지하며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던 롯데는 첫 관문 플레이오프에서 NC 다이노스에게 2승3패로 밀려 아쉬움 속에 올 시즌 일정을 마감했다.

풍성하진 않지만 나름 성과를 거둔 롯데의 2017 시즌이었다. 전반기 7위였던 순위를 후반기 들어 놀라운 승률을 올리며 3위로까지 끌어올렸고, 5년 만에 사직구장에서 가을야구 잔치를 열었다.

이제 시즌을 막 마쳐 조금은 느긋할 법도 하지만 롯데 구단은 할 일이 많다. 가을야구가 끝나자마자 겨울야구 격인 스토브리그를 준비해야 하는 상황이다.

   
▲ 이번 시즌을 끝으로 2년 계약이 만료되는 조원우 감독. /사진=롯데 자이언츠


우선 조원우 감독의 거취를 결정해야 한다. 조 감독은 2년 계약이 올해로 만료된다. 일단은 재계약이 유력해 보인다.

조원우 감독 부임 첫 해였던 지난해 롯데는 8위에 머물렀지만 올해는 팀의 숙원이었던 포스트시즌 진출을 성공시켰다. 후반기 팀의 상승세를 조율해내는 능력을 보여줬고, 젊은 투수들을 키워 선발과 불펜을 안정시키며 마운드 전력을 강화시켰다. 전반적으로 후한 평가를 받을 만하다.

다만, 이번 NC와 준플레이오프에서 패퇴한 것이 유일한 걸림돌이다. 롯데는 내년 시즌 올해보다 더 높은 곳을 바라보고 뛰어야 한다. 구단은 초보 사령탑 딱지를 겨우 뗀 조원우 감독에게 대권 도전의 꿈을 맡길 수 있을지 고민하는 시간을 갖고 있다.

그 다음으로 풀어가야 할 과제가 바로 내부 FA(프리에이전트) 단속이다. 이번에 롯데에서는 손아섭(29) 강민호(32) 최준석 문규현(이상 34) 등이 FA 자격을 얻는다. 네 명 모두 주전급이다. 또 미국으로 진출했다가 국내 유턴한 황재균(30)도 있다.

우선적으로 단속해야 할 '집토끼'는 손아섭과 강민호다. 둘의 가치는 따로 설명할 필요가 없을 정도다. 

'성실덩어리'이자 리그 최고의 교타자 겸 우익수인 손아섭은 롯데의 아이콘으로 성장했다. 이대호도 있고 강민호도 있지만 나이나 앞으로의 가능성을 볼 때 손아섭은 롯데를 대표하는 간판스타로 발돋움하고 있다. 잘 치고 잘 달리고 수비까지 잘 하는 손아섭을 놓치면 롯데의 외야는 암울해질 수 있다.

   
▲ 이번에 FA 자격을 얻게 되는 손아섭과 강민호. /사진=롯데 자이언츠


강민호도 다른 팀에 뺏길 수 없는 롯데의 영원한 안방마님이다. 벌써 두번째 FA를 맞은 강민호는 아직 30대 초반이어서 앞으로도 몇 년은 주전 마스크를 쓸 수 있다. 팀내 마땅한 백업포수가 성장하지도 않아 강민호가 떠나면 대안도 없다. 장타력까지 갖춘 대형포수라는 강민호의 타이틀은 여전히 유효하다.

이대호가 떠나 있을 동안 중심타선을 지켰던 최준석, 숱한 후배들의 도전 속에서도 유격수 주전 자리를 유지해온 문규현도 빠지면 서운할 자원들이다.

황재균은 LG 입단설이 유력하게 나돌고 있지만 롯데도 3루수가 필요하다. 황재균이 떠난 올 시즌 롯데 3루는 신본기, 김동한, 황진수가 번갈아 맡았으나 누구도 확실하게 자리 차지를 못했다. 내야 수비와 공격력 면에서 황재균은 단번에 전력을 끌어올려줄 수 있는 대형 카드임이 분명하다.

이들 FA들을 다 잡으면 물론 좋겠지만, 문제는 가늠하기 힘든 엄청난 돈이다. 롯데는 올해 이대호를 복귀시키면서 4년 총액 150억원이라는 거액을 쏟아부었다.

이번에는 지켜야 할 대어급 FA가 한두 명이 아니어서 얼마나 돈보따리를 풀어야 할 지, 선택을 해야 한다면 누구를 우선적으로 붙잡아야 할 지, 만만찮은 고민거리가 쌓여 있다.

롯데의 가을야구는 짧았고, 겨울야구는 길게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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