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김이수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 지명 문제로 청와대가 고민에 빠졌다.

청와대는 김이수 헌재소장 인준안이 국회에서 부결된 이후 김이수 권한대행 체제를 유지하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정치권의 반발에 이어 헌법재판소 내부에서도 조속한 헌재소장에 대한 임명 요구가 가시화된 것이다.

김이수 재판관을 포함해 공석인 한명을 제외한 8명의 헌법재판관 전원이 지난 16일 회의 결과로 조속한 헌재소장 임명 절차를 공식 요청하고 나섰다.  

따라서 문재인 대통령은 조만간 헌재소장 공백 해결 방안을 고심해 결론을 내릴 전망이다. 당초 청와대는 김이수 권한대행 체제를 유지하면서 국회에서 헌재소장 임기에 대한 법률 개정을 기다리겠다는 계획이었다. 

현행법에는 헌재소장의 임기가 별도로 규정돼 있지 않고, ‘헌재소장은 헌법재판관 중 임명한다’ ‘헌법재판관의 임기는 6년’이라는 규정만 있다. 이로 인해 기존 재판관 중 헌재소장으로 임명되면 임기가 “새로운 6년”이라는 의견과 “6년에서 재판관으로 활동한 기간을 뺀 잔여 임기”라는 주장이 맞서 왔다. 청와대는 헌재소장 임기를 새로운 6년으로 하는 법안을 내심 기대하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헌재 내부에서마저 ‘헌재소장을 조속히 임명해달라’는 요구가 나온 만큼 청와대가 선택할 방안은 새로 헌재소장이 될 헌법재판관을 임명하는 안과 우선 헌법재판관 임명으로 9인 체제를 완성한 뒤 기존 헌법재판관 중 헌재소장을 임명하는 안 가운데 선택을 해야 한다. 

그런데 문 대통령의 새로운 헌재소장 임명은 현재 8명의 헌법재판관 중 내년 9월19일에 임기가 끝나는 사람이 5명일 정도로 상당수가 내년 또는 2019년에 임기가 만료되는 상황이어서 기존 헌법재판관 가운데 소장이 지명될 경우 지나치게 임기가 짧은 헌재소장이 나온다는 문제가 여전히 남아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18일에도 헌재소장 논란에 대한 보고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청와대는 일부 언론에서 보도한 것처럼 헌재소장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별도의 대책회의는 예정돼 있지 않다고 못을 박았다.

특히 청와대는 김이수 헌재소장 권한대행 체제를 내년 9월까지 연장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야당이 새로운 헌법재판관을 임명해 그를 헌법재판소장 후보자로 지명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는 점에 대해서는 대통령의 인사권한으로 해결할 문제라고 설명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일각에서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 체제를 내년 9월까지 연장하려는 것 아니냐고 주장한다”며 “김이수 대행체제를 그렇게 끌고 가겠다는 의사를 청와대가 밝힌 적이 없다. 그런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또 이 관계자는 “일부 정치권에서 헌재소장 후보자의 ‘핀셋’ 지명을 요구한다”면서 “여러가지 경우 중에 그것을 하라고 요구하는 것 자체가 대통령의 인사권 범위를 축소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신임 헌법재판관을 임명하고, 헌법재판소장을 지명하는 것은 헌법에 보장된 대통령의 인사권이다. 그 범위 안에서 행사할 수 있는 것”이라고 강조한 청와대 관계자는 “이런 요구에 대해 바로 대통령이 응해야 하는 헌법적 의무가 없다”고 밝혔다. 

따라서 문 대통령은 9번째 헌법재판관을 새로운 헌법재판소장 후보자로 간주하고 임명하거나 또는 기존 헌법재판관 중에 헌재소장 후보자를 확정할 수도 있는 가능성 모두 여전히 열어놓은 셈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헌재소장과 관련한 별도의 대책회의는 없다고 했지만, “매일 진행되는 대통령과 참모들 간 티타임 회의에서 관련 이슈가 보고될 것이고, 대화와 논의가 있을 것이다. 대통령의 지시가 있을 경우 청와대의 공식 발표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이수 헌재소장 권한대행 논란은 국회 법사위원회 국정감사와 때를 맞춰 야당이 크게 반발하고 국감이 파행을 빚은 것을 보더라고 조속히 매듭지어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의 공방이 길어질수록 자칫 헌법재판소의 권위나 신뢰에 손상이 갈 우려도 크기 때문이다. 

   
▲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0일 5부요인을 청와대로 초창해 대화했다. 사진 앞줄 왼쪽부터 이낙연 국무총리, 김명수 대법원장, 정세균 국회의장, 문재인 대통령,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 김용덕 중앙선거관리위원장./사진=청와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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