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규태 기자]변호인단 총사퇴와 박근혜 전 대통령의 불출석으로 19일 열리는 박 전 대통령 뇌물수수 혐의 재판이 공전하게 됐다.

재판부 재고 요청을 거부한 기존 변호인단이 사임처리된 가운데, 법원은 이날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국선변호인을 지정할 것"이라면서 "변호인도 없는 만큼 오늘 기일은 연기하고 추후 선정된 변호인이 준비되면 박근혜 피고인에 대한 새로운 기일을 지정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박 전 대통령은 전날 건강상의 이유로 '19일 재판에 출석하기 어렵다'는 친필 사유서를 서울구치소에 냈고, 서울구치소는 이를 오후 늦게 팩스로 서울중앙지법에 전달했다.

관건은 박 전 대통령의 재판 불출석 의사에 대응한 강제구인뿐만 아니라 국선변호인 찾기 모두 만만치 않아 앞으로의 재판 파행이 우려된다는 점이다.

국선변호인은 여러 사건을 맡아 박 전 대통령 사건만 전담하기 어렵고 10만쪽에 달하는 방대한 사건 기록과 사회적 파급력이 큰 정치재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재판부의 고심이 깊어질 전망이다.

공익법무관이나 사법연수생, 관할구역 내 변호사가 맡는 국선변호인의 보수는 사건당 40만원에서 최대 200만원까지다.

법조계는 법리적으로 치열하고 정치적으로 중대한 박 전 대통령 사건에 대해 소액의 보수만을 받고 맡으려는 변호사가 있을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또한 국선변호인이 박 전 대통령 사건을 맡지 않겠다고 하면 재판부가 이를 강제할 수 없기도 하다. 

   
▲ 박근혜 전 대통령 사건을 심리하고 있는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는 19일 공판에서 국선변호인을 지정하겠다고 밝혔다. 사진은 3월31일 구속영장을 발부 받은 박 전 대통령이 검찰차량을 타고 서울구치소로 들어가는 모습./사진=연합뉴스

더욱 큰 걸림돌은 앞으로 재판부가 국선변호인을 지정한다 해도 박 전 대통령이 이미 국선변호인에 대해 접견을 거부할 뜻을 밝혔다는 점이다.

법조계는 박 전 대통령 접견 없이 국선변호인이 복잡한 재판 진행 상황을 파악해 피고의 변론권을 제대로 수행하기 힘들다고 보고 있다.

게다가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강제구인의 경우, 앞서 다른 국정농단 재판 증인신문을 위한 구인장 발부에도 법원이 이를 실제로 집행한 적이 없는 점을 감안하면 박 전 대통령이 자신의 재판에 계속 출석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박 전 대통령 사건은 변호인 없이 재판을 진행할 수 없는 '필요적 변론' 사건이다.

이에 따라 당장 19일 공판부터 예정되었던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에 대한 증인신문이 차질을 빚게 됐다.

재판부는 이날 예정된 안 전 수석 증인신문 일정은 최순실씨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만 출석한 상태에서 그대로 진행한다는 입장이다.

최씨 측은 변호인단 총사퇴 및 박 전 대통령 불출석에 대해 재판부에 정식으로 사건 분리를 요청할 방침이다.

파행이 불가피한 박 전 대통령 재판이 사건 분리, 국선변호인 지정 및 피고인 없이 진행하는 '궐석재판' 등 여러 변수에 따라 어떻게 이어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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