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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펜=정광성 기자]문재인 정부 출범 후 첫 국정감사장마다 오후만 되면 텅빈 야당석이 눈에 띈다. 전의를 상실한 야당 분위기를 대변하듯 의원들 대부분 지역구 챙기기에 더 분주한 모습이다. 

문재인 정부의 첫 국감에서 송곳질문을 쏟아내야 할 야당이 기득권 지키기에만 올인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여기에 '집안 싸움'으로 불릴 만한 의원과 피감기관장 간 고성도 난무했다.  

지난 12일 한 국감장에서는 5선을 지낸 한 야당 의원이 국회사무처 직원에게 화풀이하는 사태도 벌어졌다. 국감장 자리를 한참 비웠다가 돌아와보니 자신의 질의순서가 뒤로 밀려있자 애꿎은 직원에게 짜증을 내다가 손에 들고 있던 프린트물로 직원의 몸을 밀치기까지 해 눈총을 받은 것이다.

사건의 전말을 확인 한 결과, 당초 해당 의원의 질의 순서는 앞쪽이었으나 자리를 지키지 않은 바람에 뒤로 밀릴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 복수의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또 지난 19일 열린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감장에선 정우택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와 박근혜 전 대통령인 임명한 강원랜드 함승희 사장 사이에 고성이 오갔다. 이날 정 원내대표의 질문에 함 사장이 지속적으로 즉답을 피하자 이에 정 원내대표는 노기를 드러낸 것이다. 

이날 정 원내대표는 함 사장에게 "지금 뭐 하는 거야, 국회의원한테 그 따위로 질문을 하래. 국감장에 와서 '그 다음 질문하시죠?' 그게 무슨 태도야!"라며 반말을 섞어 고함을 질렀다. 이에 함 사장도 지지 않고 "지금 나한테 반말하는 건가? 내가 왜 못하나. 다음 질문을 하라는 것인데"라며 반발로 정우택 원내대표에 맞섰다.

이 모습을 지켜봤던 한 야권 관계자는 "국감에서 문재인 정부의 잘못된 점을 지적하고 바로 잡도록 해야 할 제1야당 원내대표가 왜 같은 편에 대고 총질을 하냐"고 탄식했다.

19일 국회 환경노동위가 영산강 유역 환경청에서 실시된 전국 8개 지방 환경청에 대한 국정감사는 이목을 끌 만한 송곳 질문 하나없이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돼 '나들이성 국감'이었다는 뒷얘기가 돌았다. 

이번 국감의 특징이라면 각 상임위마다 "이런 밋밋한 국감이라면 1년에 2번도 받을 수 있겠다", "성의도 의욕도 없이 국감에 임한 국회의원들의 모습이 실망스럽다"는 말이 돌고 있다는 점이다.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의원들 대부분이 국감장을 지키며 성실히 정부 방어에 몰두하는 반면, 자유한국당을 비롯한 야당 의원들 일부는 자신의 질의 순서에만 잠깐 자리를 지킬 뿐이다. 그렇다 보니 앞서 질의한 같은 당 의원들이 무슨 질의를 했는지도 몰라 중복된 질문을 하는 일도 부지기수이다.  

이런 모습을 지켜보는 국회의원 보좌진 입장에서는 안타까운 마음이 클 뿐이다. 추석 연휴도 반납하고 자신이 모시는 의원을 스타로 만들기 위해 심혈을 기울여서 질의서를 만들었지만 헛수고가 되는 순간을 지켜봐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국당 의원의 한 보좌진은 이와 관련해 "정말 이런 일이 반복될 때마다 질의서를 만드느라 고생했던 순간이 떠오르며 자괴감까지 든다"고 했다.  

삼권분립이 명확한 민주주의 국가에서 입법부인 국회가 행정부를 감시 비판하는 역할을 할 수 있는 국감의 '국회의 꽃'으로 불린다. 의원들이 자신에게 주어진 10분 질의 시간을 통해 때로는 비리를 뿌리뽑는 단초를 만들기도 하고, 스스로 일약 스타덤에 오르는 기회도 만들 수 있다. 

특히 대통령 탄핵을 맞아 야당으로 전락한 한국당 의원들로서는 이번 국감에서 보다 충실하게 임해야 하는 의무가 더 컸다. 매번 주어진 역할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으로 새 기회를 잡아야 하는 순리를 거스르고 오로지 다음 선거만 생각하는 국회의원들에게 과연 민심이 모일 지 의문이다. 

   
▲ 지난 13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국세청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여·야 의원들이 자리를 비워 썰렁한 모습이다./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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