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공론조사 실험 성공 평가…"감동적인 과정이었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신고리 원전 5·6호기 공사를 중단할지 재개할지 여부를 놓고 공론조사를 한 결과 20일 ‘공사 재개’ 결정이 나오면서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공약이 파기되는 첫 사례가 됐다.

하지만 청와대는 이날 사회적 갈등과 논란이 있는 사안에 대한 첫 공론조사 해결이라는 실험이 성공적으로 끝난 점에 주목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촛불혁명을 거친 후 이번에 ‘공론화위원회’라는 첫 실험을 하면서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 대한민국 주인은 국민’이라는 명제가 하나씩 절차를 통해 증명되며 한걸음씩 앞으로 나아갔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공론조사가 국민참여, 숙의민주주의의 도구로 충분한 가치가 있음이 증명됐다”고 말한 이 관계자는 “공론조사 과정이 굉장히 감동적”이라는 말도 아끼지 않았다.

또 다른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공론조사 과정에서 원전 관련 기사들이 지난 40년간 나온 것보다 더 많이 보도됐다. 5·6호기 건설 중단 등을 공약한 입장에서는 뼈아픈 기사들로 정부가 ‘십자포화’를 맞았지만, 혹시라도 공론조사에 영향 미칠까 우려해 단 한 번도 관련 언급을 하지 않았다”며 이번 조사 결과에 각별한 의미를 부여했다.

특히 청와대는 이날 TV중계로 공론화위의 공식 발표를 보기 전까지 어떠한 사전 정보도 구하지 않을 정도로 공론화위원회 독립성 보장에 신경썼다고 한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심지어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오전 회의에서 “대통령님은 혹시 알고 계십니까”라고 물을 정도였다고 한다. 임 실장은 이날 페이스북에 “처음에 대통령께서 숙의민주주의와 공론화 절차를 꺼내셨을 때, 반신반의했다. 좀 더 솔직해지면 생경하기조차 했다”며 소감의 글을 올렸다. 

임 실장은 이어 “공약을 함부로 버릴 수도, 이미 상당히 공사가 진행된 현실을 그냥 무시할 수도 없다는 대통령의 고집(?)에 따라 공론화위원회가 구성되었을 때도 믿음을 갖기가 어려웠다”며 “결정 발표를 지켜보면서 놀라움과 함께 경건해지는 마음을 감출 수 없다”고 말했다.

   
▲ 20일 울산시 울주군 서생면 한수원 새울본부 신고리 5·6호기 건설 현장 위로 맑은 하늘이 펼쳐져 있다. 이날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는 공론조사 결과에 따라 정부에 '건설 재개'를 권고했다./사진=연합뉴스


공론화위는 이날 발표에서 신고리 원전 5·6호기 공사는 재개하되 ‘원전 축소’라는 정책 방침은 존중한다는 내용을 함께 발표했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도 신고리 5·6호기 건설재개 결정 여부와 별개로 탈원전 정책을 이어갈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청와대는 이날 공론화위 발표에 따라 오히려 원전 공사중단 여부를 둘러싼 논란을 조기에 매듭짓고 당초 약속했던 ‘에너지 전환정책’ 기조를 안정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기반을 다지게 됐다고 평가했다. 

다만, 지난 3개월 공사 중단에 따른 경제적 피해 및 공약 변경 등에 대한 야당 공세는 이어질 전망이어서 청와대는 이를 감수해야 할 전망이다. 

이날 자유한국당 정태옥 원내대변인은 “잘못된 정부정책에 대한 국민의 올바른 목소리에 이 정부가 굴복한 것”이라며 “그동안 소동을 일으킨 정부는 사과하고 반성해야 한다”고 밝혔다. 국민의당 손금주 수석대변인은“대통령이 잘못된 결정을 깔끔하게 사과하고, 더 늦기 전에 바로잡는 것이 국민을 위한 것”이라고 했고, 바른정당 박정하 수석대변인은 “정부는 그동안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으로 인한 사회적 갈등과 국론 분열을 유발했던 것에 대해 사과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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