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국내 증권사들이 ‘수수료 무료’ 마케팅을 내세워 공격적인 영업에 나서고 있다. 금융소비자 입장에서 편익이 증가되는 것 같지만 속사정을 알고 보면 반드시 반길 일은 아니라는 지적도 함께 나오고 있다.

2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내 증권사들이 ‘무료 수수료’ 마케팅에 몰입하고 있다. 심지어 대형 증권사인 NH투자증권의 경우 ‘평생 무료 수수료’ 조건을 내걸기도 했다. 지난 8월부터 이달까지 이벤트가 진행된다. 고객들의 반응도 뜨거워서 일평균 약 1000명의 신규고객이 유입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사진=금융투자협회


KTB투자증권 또한 올해 말까지 모바일 앱을 통해 비대면 계좌를 개설한 신규 고객‧휴면 고객에게 온라인 주식 매매 수수료(유관기관 제비용 제외)를 평생 무료로 제공하는 마케팅을 진행한다.

평생 무료까지는 아니더라도 상당 기간 수수료를 면제해 주는 이벤트는 이미 업계에서 일반적이다. 신한금융투자 13년, KB증권·케이프투자증권 10년, 미래에셋대우 8년, 한국투자증권·대신증권·유진투자증권 5년, 삼성증권은 3년 등이다.

일면 소비자 편익이 증대되는 상황인 것 같지만 일각에서는 비판론도 나온다. 증권사들이 이른바 ‘출혈 경쟁’을 벌임으로써 일정 시점 이후에는 결국 수익성이 악화될 것이라는 논리다. 업계 한 관계자는 “증권사들이 브로커리지(주식 위탁 매매) 수익보다는 기업금융(IB), 자산관리(WM) 등에 눈을 돌리고 있다”면서 “일단 ‘고객 확보’를 제1과제로 세우고 있기 때문에 수수료를 포기할 수 있었던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렇게 확보된 고객은 결국 업체들의 장기적인 마케팅 대상이 될 것을 예상할 수 있다. 수수료 수익을 포기한 대신 증권사들이 이들 고객을 대상으로 추후 가격을 올려 받는다면 소비자 편익이 반드시 증대했다고만은 볼 수 없는 셈이다.

아울러 이와 같은 파격적인 이벤트는 중형‧대형 증권사들만이 사용할 수 있는 전략인 만큼 소형 증권사들과의 격차가 확대될 것이라는 점도 지적된다. 금융투자업계 다른 관계자는 “총알(자본력)이 풍부한 회사와 그렇지 않은 회사의 차이가 점점 커지고 있다”면서 “초대형IB 변수까지 더해지면 업계 판도가 바뀌는 상황도 얼마든지 가능해 보인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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