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자급제 급물살 타자 반대 목소리 곳곳 제기
정부가 강제할 문제 아닌 '소비자 선택'에 맡겨야
[미디어펜=조우현 기자]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 전반전의 화두는 '통신비 인하'였다. 특히 이에 대한 해법으로 제시된 '단말기 완전자급제'는 찬반 의견이 엇갈리며 이해관계자들의 갈등이 치열해지고 있다.

지난 12일 과기정통부 국감에서는 통신비 인하를 위한 '완전자급제 도입'의 필요성이 거론됐다. 앞서 방통위 소속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완전자급제 도입을 위한 법안을 발의한 바 있다.

박홍근 의원은 이날 단말기 완전자급제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단말기 제조사는 제조사끼리, 이동통신사는 이통사끼리 시장경제 질서에 맞게 경쟁의 강도를 높여 소비자 혜택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은 "단말기 완전자급제에 대해 찬성한다"며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화답했다. 또 "단말기와 통신비가 분리되면 가계통신비 인하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박 사장이 긍정적인 입장을 밝히자 '단말기 완전자급제'가 급물살을 탈 것이라는 전망이 곳곳에서 제기됐다. 이에 위협을 느낀 사단법인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는 지난 20일 "강제 자급제에 반대한다"며 "통신비 인하 효과는 가설에 불과하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이들은 "단말기 완전자급제가 도입되면 제조사는 제조사끼리, 이통사는 이통사끼리 경쟁한다고 말한다"며 "하지만 이와 관련된 데이터나 논리를 찾아볼 수 없다"고 비판했다. 또 자급제의 결과는 단통법과 동일할 것이라며 "결국 이통사의 영업이익만 늘게 된다"고 지적했다.

   
▲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 전반전의 화두는 단연 '통신비 인하'였다. 특히 통신비 인하 해법으로 제시된 '단말기 완전자급제'는 찬반 의견이 엇갈리며 이해관계자들의 갈등이 치열해지고 있다. 사진은 휴대폰 매장에 전시돼 있는 단말기./사진=연합뉴스 제공


SK텔레콤을 제외한 KT와 LG유플러스는 이 문제에 대해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대리점과 유통망 등이 복잡하게 얽혀 있어 단숨에 결단을 내릴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단말기 제조사인 삼성전자와 LG전자도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김진해 삼성전자 전무는 지난달 19일 완전자급제에 대해 "속단해서 내릴 수 있는 결론이 아니"라며 "완전자급제가 시행된다고 해도 스마트폰 가격이 내려갈 것이라고 장담할 수 없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바 있다.

반면 최상규 LG전자 국내영업총괄 사장은 지난 12일 국정감사 증인으로 출석해 "정부의 방향이 정해지면 품질 좋고 저렴한 폰을 공급하면 돼 큰 이견은 없다"며 '정부의 입장에 따르겠다'는 다소 수동적인 입장을 보였다.

일부 전문가들은 "'단말기 완전자급제'가 시행되면 소비자의 선택권이 줄어들게 된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학과 교수는 "단말기 완전자급제는 시장 유통구조를 시장이나 소비자의 선택에 맡기지 않고 정부가 개입해 재편하겠다는 것"이라며 "유통을 강제로 분리하는 것에 소비자 후생을 높여줄 아무런 이유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김인영 한림대 정치행정학과 교수는 정부가 단말기 완전자급제 도입을 논의하는 것에 대해 "수요 공급에 의해 자연스럽게 결정돼야 할 '통신비' 문제를 일부 국회의원들이 자신들의 업적으로 삼으려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금도 단말기 구입 따로, 요금제 가입을 따로 하는 것이 가능하지만 이를 이용하는 소비자가 많이 없다"며 "단말기완전자급제를 고집한다고 해서 소비자에게 이로운 것이 무엇인지 명확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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