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쟁이 부자 나오면 안되나?..재산권과 프라이버시 침해, 기업가정신도 훼손

   
▲ 김규태 재산권센터 간사, 미디어펜 연구원
임원연봉 이해관계자는 국민과 언론 아닌 주주와 투자자들

2013년 5월 개정된 자본시장법에 따라 올해부터 상장사 임원 연봉이 5억원을 초과하는 경우 금액을 공시하게 되었다. 입법의 명분은 경영투명성 제고와 국민의 알권리였다. 미국이 1933년부터 임원의 보수를 공개하고 있다는 점도 법률 개정의 명분에 힘을 더하였다. 임원 연봉의 이해관계자는 누구일까? 상장사 임원의 연봉에 대한 직접적인 이해관계자는 해당 상장사의 주주이다. 국민 일부나 어떤 언론이라도 주주가 아닌 이상, 해당 회사 임원의 연봉에 대한 이해관계를 갖고 있지 않다.

국회가 입법 참고사례로 내세운 미국의 경우, 주주가 아닌 이사회가 임원들의 보수를 임의로 정할 수 있다. 이는 다른 국가 사례도 마찬가지이다. 회사의 이해관계자인 주주가 임원들의 보수를 직접적으로 통제할 수 없었기에, 각국에서는 경영진의 도덕적 해이를 최소한도로 견제하기 위한 장치로서 고액연봉의 임원을 공개토록 한 것이다. 즉, 미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에서의 임원보수 공개제도는 주주의 임원 통제 대안으로 제도화된 것이다. 미국에서 임원보수가 주주총회의 승인을 받도록 한 것은 2008년 리먼 사태 이후다.

한국 62년부터 이사보수 주총서 정해, 미국은 2008년 뒤늦게 도입

우리나라는 이미 1962년부터 이사의 보수를 주주총회에서 정하도록 했다. 미국이 2008년에 도입한 제도를 우리는 미국보다 46년 전부터 시행해온 것이다. 2013년 전 세계적으로 최대의 흑자기업으로 손꼽힌 삼성전자 최고경영자(CEO) 연봉이 미국 부실기업 CEO 연봉의 5분의 1에 불과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우리나라 상법 제388조에 명시된 ‘주주에 의한 임원의 총보수한도 통제’는 주주 이익도 보호하면서 임원 개인의 프라이버시 및 기업 영업비밀도 보호할 수 있는 우수한 제도이다. 이 제도만으로도 이미 회사의 주인인 주주들의 입장으로서는 경영투명성이 충분히 담보된다. 또한 현행법상 임원보수액 지급 내역을 누락시키거나 과소 계상하는 것은 분식회계 및 허위공시에 해당하므로 증권집단소송법 및 형사처벌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주주가 임원보수액의 유일하고도 직접적인 이해관계자임을 전제한다면, 기업의 임원보수액 정보는 주주 재산권의 한 유형으로도 볼 수 있다. 임원보수라는 회계항목 자체가 회사의 영업비밀로도 작용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임원 개인의 입장에서도 세간을 둘러싼 심리적 부담의 유무가 좌우된다는 점에서, 소득 공개 여부 자체가 매우 큰 프라이버시 영역에 속한다. 현행법에 따라 임원의 총보수한도가 주주에 의하여 통제되는 한, 임원 개개인의 프라이버시는 보장됨과 동시에 주주 이익 또한 보호할 수 있는 것이다. 주주의 임원에 대한 통제수단으로서 기존 제도는 프라이버시와 투명성 사이에서 절묘한 균형을 유지해 왔지만, 이번 재개정으로 말미암아 그 균형을 잃게 되었다.

 연봉은 국민의 알권리보다 개인 프라이버시 영역속해 

국회는 주주가 아닌 국민 일부의 알권리를 충족시키고자 임원 개인의 보수액을 공개하도록 강제하였다. 이러한 조치는 단기적으로 임원 개인의 소득을 제한하고 그들의 재산권을 침해함과 동시에, 장기적으로는  회사에 불이익을 가져오는 부작용이 발생할 소지가 크다.

이번 재개정을 통하여 다시금 전문경영인의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 오히려 오너인 기업 총수의 입장에서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총수들은 강제 공개하도록 한 임원 보수를 받지 않고, 배당으로 대신 받으면 될 문제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문경영자들은 대외적인 시선을 의식하여 보수가 깎이면 더 이상의 소득을 올릴 길이 없다. 결국 일정 금액 이상의 임원 보수를 강제적으로 공개하는 것은 임원들의 인센티브체계를 훼손한다는 점-기업의 성과를 높여서 오너와 주주의 인정을 받는 것 외에, 노조와 정치인, 대중까지 설득해야 한다-에서, 이 땅에 자리잡아가고 있는 전문경영인 체제의 싹을 밟는 조치이다.

   
▲ 상장사 등기임원들의 연봉공개는 헌법상 보방된 개인의 재산권과 프라이버시를 침해하고 기업가정신 훼손과 기업핵심인력 유치 차질 등 심각한 부작용을 가져오고 있다. 국민의 알권리를 충족시킨다는 명분하에 이루어진 연봉공개는 이제 막 싹트기 시작한 전문경영인 시장의 싹을 짓밟고 있다. 월급쟁이 부자도 더이상 나오지 못하게 만들 수 있다. 미디어펜이 4월 29일 서울 여의도 보험연구원 회의실에서 <임원 연봉공개, 이대로 좋은가>라는 주제로 포럼을 갖고 있다.

임원보수 공개를 둘러싼 주요 논점 중의 하나는, 국민의 알권리에 대한 적용 여부이다. 그런데 대한민국 헌법은 국민의 알권리를 기본권으로 명문화하고 있지 않다. 프라이버시권은 헌법 제10조 및 제17조에 명문-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정보주체의 자기결정권 등-으로 규정되어 있다. 다만 국민의 알권리는 헌법 제21조의 언론출판의 자유 보호 규정에 의하여 간접적으로 존중되어야 할 뿐이다.

그렇다면 프라이버시권과 국민의 알권리가 서로 충돌하는 경우 어느 기본권을 우선시 하여야 할 것인가. 법해석상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수불가결한 경우, 국민의 알권리를 우선하여 프라이버시권을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다. 그러나 기업임원의 보수공개가 국가안전보장 질서유지 공공복리를 위하여 반드시 필요한 것인가. 임원보수의 이해관계자는 주주이다. 임원보수는 그들에게 필요한 정보이지, 국민들의 공공복리와 임원보수는 원칙적으로 함께 거론할 수 없는 명제이다.

임원보수는 국가안전보장 질서유지 공공복리 해당사항 아니다

물론 자본시장의 투자자와 회사의 채권자들을 위하여 법으로 공개하도록 강제해야할 정보들이 있다. 특히 회계 관련 정보는 투자와 신용제공 여부를 결정하는데 주요 자료로 쓰이는 만큼 법으로 이를 공시하도록 강제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투자자나 채권자 보호와는 관계없이 주주들의 이해관계에만 영향을 끼치는 임원보수 정보를 공시하도록 요구하는 것은, 기업 경영권에 대한 침해행위이다. 임원의 연봉 수준에 대한 평가는 기업에 끼친 임원의 성과를 감안해서 주주들이 내리는 것이지, 언론과 일부 국민을 포함한 외부 어디서도 이를 평가하고 손가락질할 권리는 없다.

 글로벌 시대의 반기업 정서

연봉은 개인의 생산성에 따라 결정된다. 이윤을 많이 낸 기업의 임원은 (주주의 동의를 거쳐) 연봉을 높이 받기 마련이다. 지금처럼 글로벌인재를 강조하는 경영문화 속에서 우리나라 기업, 특히 삼성전자 현대차 등 대기업은 전 세계의 뛰어난 인재를 영입하고자 경쟁하고 있으며 영입에 대한 반대급부로 임원 자리와 높은 연봉을 약속하고 그들을 스카우트하고 있다. 하나로 통합된 글로벌 인재경쟁 시장에서 기업 임원들의 연봉은 각 글로벌 기업 간 경쟁에 의해 결정된다.

우려되는 것은, 2014년 연봉공개를 계기로 임원 보수 수준에 관해 국내 일각에서 지속적으로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국내 일반 노동자와의 단순 비교를 통하여 반기업 정서가 증폭될 수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연예방송․문화계, 체육계, 사교육시장 등 최고와 최저연봉의 격차는 다양한 산업 영역 어디에서나 발견할 수 있는 당연한 현상이다. 오히려 기업 임원과 일반 직원 간의 격차보다 차이가 더 크기도 하다.

지금과 같은 글로벌 경쟁 시대에 기업 임원들의 보수를 강제적으로 공개하는 것은, 이에 대한 부정적인 사회적 인식의 공유를 촉발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기업의 기업가 정신을 억제할 것이고, 결국 국가경제발전에 역행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가치와 권리로서의 개인 소득, 그리고 재산권

헌법 및 법원의 판례상에 보장된 재산권은 ‘사적 유용성 및 그에 대한 원칙적 처분권을 내포하는 재산가치 있는 구체적 권리’를 뜻한다. 이에 따르면 임원의 연봉 소득은 분명 법적으로 보장된 개인의 재산권에 속한다. 게다가 임원의 소득 수준은 투자자보호와는 별개로, 개인 프라이버시에 속할뿐더러 주주의 이해관계에 직접적으로 관련 있는 정보이다.

본질적으로 기업 임원의 보수는 기업가적 경영 및 그들의 위험투자, 그로 인한 성과의 대가로서 주어지는 것이다. 임원 개인의 가치에 대한 주주와 시장의 평가 영역에 속한다. 그런데 법에 의하여 강제적으로 이를 공개하는 것은 반기업 정서를 부채질하고, 불필요한 박탈감만을 키울 뿐이다.

기업은 최대이윤을 목표로 하여 거래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비민주성을 본질적인 특성으로 지닌다. 1인 1표제가 아닌 1원 1표제의 원칙으로 움직이기에 민주화의 대상이 아니다. 기존 시장질서와 법제도 상의 균형을 깨고 기업 속에 정치를 끌어들이는 일, 그것이 임원에 대한 보수공개제도이다.

기업은 1인1표제 아닌 1원1표제 원칙, 민주화 대상아니다

한국사회는 오너만이 부자가 될 수 있는 곳인가. 월급쟁이가 부자로 올라서는 길은 없을까. 고액 연봉을 받는 전문경영인의 출현은 월급쟁이 부자들이 생겨나는 과정이나 다름없다. 하지만 그 와중에 그들의 보수를 공개하라고 강요할 권리는 주주를 제외하면 누구에게도 없다. 혹여 대중에게 공개되더라도 이들에 대한 존경과 부러움보다는 시기와 폄훼가 앞서는 세간의 인식이 안타깝다./김규태 재산권센터 간사, 미디어펜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