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수출 기회 스스로 발로 걷어차…국가 안보·경제 치명적 역효과 우려
   
▲ 이철영 굿소사이어 이사·전 경희대 객원교수
24일 오전 국무회의에서 공론화위원회가 권고한 신고리 원전 5·6호기 공사 재개와 '탈원전 로드맵' 안건을 심의·의결했다.

문 대통령은 공론위 권고안에 '전체 원전 축소' 찬성 의견이 과반수인 것을 들어 "오늘 국무회의는 이러한 국민의 뜻을 받들어 국가 현안을 결정하는 역사적 첫걸음"이라고 말했다. 이날 의결한 '탈원전 로드맵'은 신규 원전 6기 건설 계획의 백지화, 노후 원전 10기 수명 연장 불허, 원전 밀집 지역인 동남권에 원전해체연구소 설립, 신재생 에너지 확대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지난 20일 신고리5·6호기 공론화위원회는 3개월간의 숙의(熟議)를 거친 공론조사 결과 '건설 재개(再開)' 59.5%, '건설 중단' 40.5%로 '건설 재개’로 결론이 났다고 발표했다. 불행 중 다행의 결과이나 이번 공론화로 초래된 손실만 1000억 원이 넘는다고 한다.

이에 대해 대통령 비서실장은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87년 6월 뜨거웠던 거리의 민주주의, 지난 겨울 온 나라를 밝혔던 촛불 민주주의에 이은 의미 있는 민주주의"라며 "공론화위원회가 또 하나의 민주주의를 보여줬다"는 뜬금없는 글을 올렸다. 이어서 지난 22일에는 대통령이 "신고리 5·6호기 건설은 조속히 재개하는 한편, 탈원전 등 에너지 전환 정책을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고 했다.
 
이번 국무회의의 탈원전 정책 고수 결정이 공론화위원회가 선정한 시민참여단 471명 중 원전 축소를 지지한 비율이 8%포인트 더 높았다는 사실을 궁여지책의 근거로 삼은 것이라면 충격이 아닐 수 없다.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는 명칭 그대로 신고리 5·6호기 건설 계속 여부에 관한 공론을 조사하기 위해 구성된 위원회일 뿐이지 '탈원전' 정책 전반에 관한 의견을 제시할 권한이나 능력을 갖고 있지 않다.

더욱이 임시로 구성된 위원회에서 선정한 비전문가 471명 중 탈원전을 지지한 사람이 40명 정도 많은 과반수(53.2%)라는 사실만을 근거로 국가 경제, 안보에 직격탄이 될 수도 있는 국가정책을 성급하게 결정할 수 있는가 말이다.
 
   
▲ 신고리 5,6호기 건설재개에도 정부가 탈원전을 계속 추진하기로 한 가운데 수천억 혈세가 허비되는 등 에너지 정책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사진은 건설이 중단됐다가 재개된 신고리 원전 5,6호기 전경./사진=연합뉴스

정부가 '탈원전'을 극구 추진하려는 이유가 궁금하다. '안전'을 내세우지만 전 세계에서 지진으로 인해 원전사고가 난 사례가 없다. 후쿠시마 사고는 쓰나미가 원인일 뿐 지진 자체가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이 아니다. '환경'을 말하지만 핵폐기물 처리에 문제가 없다면 원전만큼 친환경적인 발전기술이 없다.

'대체에너지'를 주장하지만 태양광과 풍력 발전은 우리의 좁은 국토와 자연조건 상 원천적 한계가 있다. LNG 발전은 지정학적 여건 상 에너지 안보에 극히 취약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원전 추가건설 포기로 인한 전기료 인상 우려에 대해 현정부 임기가 끝나는 "2022년까지는 전기요금 인상이 없을 것"이라는 상식 이하의 말까지 나돈다..
 
'탈원전'이란 결국 LNG발전과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높인다는 것이다. 우선, 우리 자연조건 상 신재생에너지로 국내 에너지 수요의 20%를 감당한다는 것 자체가 무리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또한 LNG 발전은 원료의 수입 의존도가 70%가 넘어 국제정세에 따라 에너지 수급의 명줄이 좌우될 수밖에 없다. '탈원전' 주장자들의 "신재생에너지 확대가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주장은 결국 신재생에너지 생산에 일손이 더 많이 든다는 사실과 다름이 아니다.
 
공론위 권고안이 발표되자 원전건설 재개를 촉구하던 측은 '과학이 공포를 이겼다'며 환영했다. 엄밀하게 말하자면 '학습이 선동을 이겼다'라는 표현이 더 적합할 것이다. 이번 공론위 조사결과에 따르면 40대를 제외한 전 연령대에서 '공사 재개' 의견이 우세했다.

주목해야 할 점은 숙의 과정이 진행될수록 '건설 재개' 의견이 상승했고, 특히 20~30대의 생각이 크게 변화했다는 사실이다. 원전 관련 자료집 및 e러닝 학습을 한 이후 20~30대에서는 당초 17.9%, 19.5%였던 '공사 재개' 의견이 각각 56.8%와 52.3%로 대폭 증가하였다. 이와 같은 결과는 젊은이들이 학습을 통해 스스로 생각을 바꿀 수 있음을 보여준다.
 
정부의 "해외 원전해체시장 선점" 계획은 우리가 미국·프랑스·독일 등이 선점하고 있는 경쟁에 끼어들기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원전을 해체해 본 경험과 실적이 없어 승산이 희박한 해외 원전해체시장 진출을 위해 이제부터 원전해체연구소를 세우겠다면서 '탈원전' 선언으로 돈을 벌 수 있는 '원전 수출' 기회를 차버리는 정책을 쉽게 납득할 국민이 몇이 있겠는가?

그리고 신고리 5·6호기 관련 공론화를 위해 1000억 원 이상의 기회비용을 날리면서도 우리나라 전체 원전의 미래에 대해선 공론화 과정조차 없이 '탈원전'을 밀어붙이겠다는 것이 과연 '국민의 뜻을 받들어 국가 현안을 결정하는 역사적 첫걸음'인지 의문이다.
 
오늘 국무회의 결과에서 보듯 '신고리 5.6호기'에 국한한 권고안을 제시해야 할 '신고리5.6호기 공론화위원회'가 대통령에게는 '탈원전' 선언과 신고리 5.6호기 건설중단 결정 이후 각계의 비난과 정치적, 경제적 부담으로 울고 싶은 판에 뺨을 때리고 면죄부를 주고 정부에는 '탈원전' 에너지정책을 밀어붙일 명분을 제공한 셈이다.

그러나, 이번 조사에서의 공사 재개 의견 비율이 지난 대선 시 문재인 후보를 찍지 않은 국민의 비율과 일치하면서 '국민 지지도 80%'를 외치던 현 정부의 주장마저 무색하게 만들었다. /이철영 굿소사이어 이사·전 경희대 객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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