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원들 수백명 본사앞에서 천막 농성...매년 높은 성장세에도 불구 노조원 복지 열악 주장
   
▲ 지난 24일 서울 광화문 LG생활건강 본사에서 노조원들이 시위를 하고 있다./사진=미디어펜
[미디어펜=김영진 기자]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은 얼마 전 직원들에게 보내는 'CEO 메시지'에서 '관포지교(管鮑之交)'를 소개하며 '진실한 우정과 사랑'에 대한 자신의 주관을 드러냈다. 

'관포지교'는 춘추시대 제 나라에 관중과 포숙의 우정 이야기로 형편이나 이해관계에 상관없이 친구를 무조건 위하는 두터운 우정을 논할 때 주로 나오는 말이다. 

차 부회장은 '관포지교'를 설명하며 "이 이야기가 감동을 주는 이유는 '나한테 잘해, 그러면 나도 잘 해줄게'식의 관계가 아닌 '나에게 잘 못하더라도, 내가 이해하고 잘 해줄게'라는 진실한 우정을 보여주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차 부회장은 "우리 회사와 여러분과의 관계도 관포지교와 같으면 좋겠다"며 "회사는 여러분이 느끼는 작은 불편함들을 개선하고 돕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차 부회장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회사에 대한 불만이나 섭섭함을 가질 수 있으리라 생각되지만 이럴 때 관중과 포숙의 우정을 떠올리고, '회사가 잘 해주는 만큼만 나도 잘해 줄거야'라고 생각하기보다 '다소 부족한 부분이 있더라도 우리 회사의 장래를 믿고 진실한 우정으로 대하겠다'라고 생각해 주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결국 차 부회장은 직원들에게 회사에 불만이 있더라도 관중과 포숙의 우정을 떠올리며 "회사의 장래를 믿고 진실한 우정으로 대하겠다"라고 생각해주기를 바라고 있는 것이다.

서울 광화문 LG생활건강 본사 앞에는 지난 23일 부터 LG생활건강 노조원들 수백 명이 텐트를 치고 천막 농성을 벌이고 있다. 생산직 뿐 아니라 면세점 직원들도 가담했고 경찰들도 사옥 앞을 지키는 등 살벌한 분위기이다. 
   
▲ 24일 서울 광화문 LG생활건강 본사 정문 앞에 수백명의 노조원들이 텐트를 치고 농성을 벌이고 있다./사진=미디어펜
노조원들은 '강도 같은 LG, 강도 있는 투쟁', 'LG생활건강 임금인상 1% 실화냐', '개 같이 일했더니 우리가 개 같냐' 등의 팻말을 써 붙여놓고 농성을 하고 있다. 

노조원들의 입장은 LG생활건강은 2001년 LG화학에서 분사한 이후 매년 높은 수준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지만 직원들의 임금이나 복지 등 근로 환경은 크게 나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회사가 성장한 만큼 그 과실이 직원들에게도 돌아가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는 주장이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노조 측은 임금협상에서 13.8%인상을 주장한 반면 사측은 5.25% 인상을 제안했다. 요즘 같은 불경기에 5.25% 인상도 매우 큰 폭의 인상률로 비춰질 수 있다. 하지만 노조 측은 이는 '편법'이라고 주장했다. 기본급은 1% 인상이며 호봉승급분 등 모든 걸 포함해서 5.25%라는 것이다. 

현장에서 만난 한 노조원은 "회사는 매년 두 자릿수 이상 성장하고 있고 차석용 부회장도 몇 십억원 성과급을 받아 가는데 직원들은 임금 인상률도 매우 낮고 복지 등 근로환경도 매우 열악한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노조원들은 차 부회장 퇴근 시간에 맞춰 사옥 앞에서 고성을 지르며 차 부회장이 모습을 드러내기를 기대했다. 하지만 차 부회장은 노조원들을 직접 만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차 부회장은 농성을 벌이는 수백 명의 직원들을 보며 어떤 생각을 할까. '관포지교'를 설명하며 회사의 미래를 위해 참아주기를 바랄까. 아니면 저 직원들은 '회사가 잘 해주는 만큼만 나도 잘해줄거야'라고 생각하는 직원들이라며 무시할까. 차 부회장의 생각이 문득 궁금해진다. 
   
▲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사진=LG생활건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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