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사상 첫 '단군매치'의 첫번째 대결 승자는 곰 군단이었다.

두산 베어스가 25일 광주에서 열린 2017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KIA 타이거즈를 5-3으로 물리쳤다. 한국시리즈 1차전 승리팀의 우승 확률이 75.8%에 이르니 먼저 1승을 올린 두산이 유리한 고지를 선점한 셈이다.

1차전 두산 승리의 원동력은 여러 가지다. 선발투수 니퍼트가 6이닝을 3실점으로 막으며 제 몫을 해줬고, 8회말 무사 1, 2루에서 등판해 위기를 막고 9회까지 깔끔하게 마무리한 김강률의 호투도 큰 힘이 됐다. 투런홈런과 솔로홈런을 날린 김재환, 오재일의 활약도 빼놓을 수 없다.

   
▲ 오재원(두산)과 안치홍(KIA) 두 2루수가 1차전에서 명암이 엇갈렸다. /사진=두산 베어스, KIA 타이거즈


또 하나, 두 팀 승부에 적잖은 영향을 미친 것이 있다. 바로 같은 2루수 포지션을 맡은 오재원(두산)과 안치홍(KIA)의 엇갈린 명암이다.

타격 성적만 놓고 보면 안치홍이 우세했다. 안치홍은 4타수 2안타를 기록했다. 이날 KIA 타선은 총 6안타에 그쳤는데, 유일하게 멀티히트를 기록한 타자가 안치홍이었다. 반면 오재원은 4타석 3타수 무안타에 볼넷 하나만 얻어냈다.

하지만 팀 기여도 측면에서는 오재원의 완승이었다. 오재원은 4회초 2사 만루에서 맞은 두번째 타석에서 볼넷을 골라냈다. 두산이 1-0으로 리드를 하게 된 선취점을 바로 오재원이 KIA 선발 헥터로부터 밀어내기 볼넷을 얻어 뽑아냈다. 오재원의 이 볼넷은 결국 승리타점으로 기록됐다.

오재원은 이날 경기에서 최고 화제의 장면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5-3으로 두산이 앞서던 8회말 수비. 선두타자 최형우가 친 강한 땅볼 타구가 수비시프트로 1-2루간 깊숙한 곳에 자리잡고 있던 2루수 오재원 쪽으로 향했다. 정면 타구여서 아웃이 예상되는 순간 볼이 잔디 경계 부분에 맞고 크게 튀어올라 오재원 머리 위로 넘어가는 안타가 됐다. 이 때 오재원은 글러블를 벗어 그라운드에 팽개치며 분함을 참지 못했다.

   
▲ 사진=두산 베어스


자신이 수비를 잘 못한 것도 아니고 불규칙 바운드된 볼이 안타가 된 것인데 오재원은 과도한 액션을 취했다. 그의 이런 과한 행동은 상당한 논란이 됐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오재원이 글러브를 내던지며 두산 동료들에게 던진 메시지였다. 꼭 이겨야 하는 1차전, 사소한 플레이 하나에도 집중하고 이기기 위해 더 분발해야 한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현이었다. 오재원이 이 플레이 후 두산은 무사 1, 2루까지 몰렸던 위기를 극복하고 5-3 승리를 지켜낼 수 있었다.

안치홍은 4회말과 6회말 2개의 안타를 쳤지만 모두 2사,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나온 것이었다. 후속타가 이어지지 않아 득점으로 연결되지 않았다. 8회말에는 무사 1, 2에서 안치홍이 마지막 타석을 맞았다. KIA 벤치는 2안타를 친 안치홍의 타격감을 믿고 강공으로 밀어붙였다. 여기서 안치홍은 구원 등판한 김강률을 상대로 잘 맞은 강한 타구를 날려보냈지만 3루수 정면으로 향하면서 병살타가 되고 말았다. KIA의 추격 희망이 사라지는 순간이었다.

이보다 앞서 4회초 수비 때 안치홍은 결정적인 실책도 범했다. 1사 1, 2루에서 양의지가 친 빗맞은 땅볼 타구를 포구하지 못한 것. 안치홍의 실책으로 만루 위기가 만들어졌고, 오재원의 밀어내기 볼넷으로 연결되며 KIA가 선취점을 뺏겼던 것이다.

   
▲ 사진=KIA 타이거즈


이처럼 양 팀 2루수의 이날 플레이는 경기 승부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끼쳤다. 첫 대결에서는 오재원의 판정승이었다. 

김태형 두산 감독이 포스트시즌 들면서 팀 주장을 김재환에서 오재원으로 바꾼 데는 다 이유가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됐다. 김기태 KIA 감독이 8회말 추격 찬스에서 안치홍을 믿고 강공을 폈던 것도 다 이유가 있었다. 결과가 안좋았을 뿐이다.

1차전만 놓고 보면 이번 한국시리즈는 '2루수 시리즈'가 될 가능성도 있다. 이제 한 번의 승부가 끝났을 뿐이다. 오재원은 더 보여줄 것이 있을 것이고, 안치홍은 만회할 기회가 얼마든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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