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KIA 타이거즈가 반격에 성공했다. KIA는 26일 열린 한국시리즈 2차전에서 두산 베어스를 1-0으로 물리쳤다.

1차전에서 3-5로 패했던 KIA로서는 안방 광주에서 열린 2차전을 무조건 잡아야 하는 처지였다. 2연패를 당하고 원정길에 올라 잠실에서 3연전을 갖게 되면 우승 확률은 그만큼 희박해질 수 있었다.

2차전 KIA 승리의 일등공신은 단연 양현종이다. 선발 등판한 양현종은 9이닝을 홀로 책임지며 투혼의 122구를 던져 4피안타 무실점 완봉승을 따냈다. 삼진을 무려 11개나 잡아내며 두산 타선을 거의 완벽하게 봉쇄하면서 팀 승리를 이끌어냈다.

   
▲ 재치있는 주루플레이로 결승 득점을 올린 김주찬. /사진=KIA 타이거즈


숨은 공신들도 있다. 베테랑 김주찬과 이범호다. 둘은 각각 공격과 수비에서 결정적일 때 제 몫을 해내며 승리로 향하는 디딤돌을 놓았다.

김주찬은 사실 역적이 될 뻔했다. 1회 무사 1루, 3회 1사 1루에서 연거푸 병살타를 쳐 초반 KIA 공격의 흐름을 두 차례나 끊어놓았다.

세번째 타석까지 무안타 침묵하던 김주찬은 0-0으로 팽팽히 맞선 8회말 네번째 타석에서 드디어 안타를 때려냈다. 선두타자로 나선 김주찬은 우익선상에 떨어지는 2루타를 치고 나갔다. 빗맞아 높이 솟은 타구가 두산 2루수 오재원과 우익수 민병헌이 도저히 잡을 수 없는 곳으로 향하며 행운이 따른 2루타가 됐다.

어쨌든 무사 2루의 결정적 찬스를 엮어낸 김주찬은 보내기번트로 3루까지 갔다. 계속된 공격 1사 1, 3루에서 나지완의 3루 땅볼이 나왔을 때 김주찬의 진가가 드러났다. 

런다운에 걸린 김주찬은 기민한 주루로 홈과 3루 사이를 왔다갔다 하며 두산 수비를 흐트려놓았고, 포수 양의지가 1루 주자의 3루 진루를 막기 위해 송구하는 틈을 타 재빨리 홈을 파고들어 천금의 결승점을 뽑아냈다. 양의지의 판단 미스가 있었지만, 김주찬의 영리한 주루 플레이가 득점으로 연결된 장면이었다.

이범호는 2타수 무안타에 볼넷 1개만 얻어 타격에서는 보여준 것이 없다. 수비에서도 자칫하면 큰 실책을 범할 뻔했다. 5회초 수비 무사 1루에서 양의지가 친 공이 이범호 쪽으로 왔다. 병살 연결이 가능한 타구로 보였지만 이범호가 한 차례 볼을 더듬었다. 그래도 후속 플레이가 좋았다. 펌블한 공을 다시 잡아 침착하게 2루로 공을 뿌려 선행주자를 잡아냈다.

   
▲ 이범호가 좋은 수비로 2차전 KIA 승리에 일조했다. /사진=KIA 타이거즈


다음 타자 에반스가 친 공은 3-유간으로 빠질 듯한 안타성 타구였다. 이 볼을 슬라이딩하며 글러브에 담은 이범호는 일어날 틈도 없어 주저앉은 채로 2루로 송구했다. 불안정한 자세였지만 송구는 정확했고, 1루주자를 2루에서 잡아냈다. 호투하고 있던 양현종에게 힘을 실어주는 호수비였고, 두산의 공격 흐름은 이범호에게 걸려 끊어졌다.

김주찬과 이범호는 2차전까지 기대했던 방망이가 터지지 않고 있다. 김주찬이 2차전 행운의 2루타 한 개만 쳤고, 이범호는 무안타 침묵이다. 하지만 승부처에서 제 역할을 해내는 베테랑이 있었기에 KIA는 2차전을 잡고 반격의 1승을 올릴 수 있었다. 둘의 타격까지 살아나면 KIA로서는 한결 편하게 정상으로 다가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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